[북악포럼] 박원순 "청년수당, 포퓰리즘 아닌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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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포럼] 박원순 "청년수당, 포퓰리즘 아닌 리얼리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1.08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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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62)〉 박원순 서울시장
“공정, 우리 시대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이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좀 앉아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한국의 수도,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 서울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당히 소탈한 이미지다. 5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에서도 박 시장은 좌석을 메운 청중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이날 '서울은 왜 출발선에 주목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과 질의응답에서, 기자도 한 사람의 청중이 돼 박 시장이 말하는 공정(公正)에 대해 귀를 기울여봤다.

ⓒ시사오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강연했다. 사진은 질의응답시간에 질문자의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박 시장. ⓒ시사오늘

박 시장은 "오늘 제가 말씀나누고 싶은 것은 우리시대의 가장 핫한 이슈고 또 가장 예민한, 절박한, 가장 중요한 이슈인 공정에 관한 이야기"라며 "청년들의 출발선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이어 박 시장은 공정이 화두가 되는 시대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울어져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은 위로 뛰려면, 너무 힘들어서 꿈도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시대다. 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하여 뛰게 하고, 누가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부추기는 걸까.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나는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이런 불편함을 참을 수 없고, 인내해서도 안 되고, 뭔가 해야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중 하나인 워렌 버펫은, 과거 뉴욕 타임즈 기고문에서 '우리에게 세금을 거두라(tax us)'면서 부자증세를 외쳤다. 슈퍼러치에게 그만한 세금을 거둬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다시 미국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벗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목받는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도 공약으로 부유세를 내세웠다. 그는 '나는 계획이 있다(i got a plan)이 있다고 주장한다. 부유세를 거둬서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차인 청년들에게, 추락의 바닥이 더 깊어진 서민들에게, 죽음보다 끔찍한 노후를 보내야 하는 노인들에게 희망의 발판을 만들자는 목소리다. 나도 똑같은 말을 하고 싶다. 내게도 계획이 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자신이 서울시에서 청년들의 공정한 출발을 위해 진행중인 정책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어떻게 출발선을 공평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여러 정책을 시행해왔다. 적어도 출발선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016년, 청년수당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직권취소를 하는 등의 위기도 있었지만, 그러나 결국은 막을 수 없었다. 청년들의 삶이 너무 절박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어져서, 올해 서울시는 청년수당 대폭 확대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10만 명의 구직중인 청년들에게 평생에 한 번은 청년수당을 받게, 월 50만원 씩 6개월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중위소득 미 취업상태의 청년 대부분이 포함된다. 또한 높은 월세에 시달리는 청년 4만 5000명에게 월세를 월 20만원 씩 10개월간 보조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출발선을 같게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구의역 김군 사건,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김군 사건, 다시는 이런 김군들이 없게 하자는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외주의 직고용화 등이다.

청년의 출발선 지원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신혼부부 집걱정을 덜어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혼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집에 대한 부담이다. 집은 '사는 것'인가, '사는 곳'인가. 주거는 가족이 사는 곳이며,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곳이다. 주거는 또 하나의 출발선이다. 그런데 주거는 어느 순간 짐이되고 고통이 되었다. 수도권 가계지출의 4분의 1이 집에 대한 지출이다. 사람들이 소득이 있어도 집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소비를 할 수가 없다. 당연히 내수경제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집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미룬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래서 서울시는 결혼을 포기하지 않도록 신혼부부 주거지원에 3년 간 3조 원을 투자한다. 서울에서 1년에 결혼하는 부부가 약 5만쌍인데 이들 중 2만 5000여 쌍에게는 집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부부 합산 소득이 1억 원 미만이면 해당된다. 사실상 서울에서 결혼하는 부부들은 집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려 한다. 집문제를 해결해서 위축의 경제를 끊어내고, 가계를 안정시키고, 투자와 혁신을 이루고, 성장과 희망의 선순환을 불러야 한다. 이런 위대한 투자야말로, 공정한 사회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재정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고, 누군가는 이러한 청년정책, 신혼부부 정책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나는 포퓰리즘이 아닌 리얼리즘이라고 주장한다."이라고 말했다. ⓒ시사오늘

그러면서 박 시장은 일각의 재정 우려와 '포퓰리즘' 걱정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서울시의 재정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고, 누군가는 이러한 청년정책, 신혼부부 정책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나는 포퓰리즘이 아닌 리얼리즘이라고 주장한다.

청년의 현실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포퓰리즘 이라고) 말한다. 나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청년의 당사자주의에서 시작한다. 당사자인 청년이 가장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 이들은 청년들이 만들어낸 정책이다. 심지어 서울시는 아예 청년장치정부를 만들고, 서울시장 직속 청년청을 만들어 청년들을 공무원으로 기용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정책만으로 청년의 출발선이 한꺼번에 같아지리라 믿진 않는다. 우리 사회에 중첩적, 구조적으로 형성된 소득격차, 건강격차등은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도입해야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청년은 우리사회의 동력이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다. 청년 문제는 전 세대의 문제고, 그 부모의 허리를 휘는 경제적 부담이고 사회적 고통이다.

청년이 내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절망이 아닌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떠올려야 그 사회는 공정할 수 있다. 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장의 책무다"

박 시장의 강연이 끝나고, 박수와 함께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박시장은 강연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모든 질문에 답하고, 때론 질문자의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박 시장이 말하는 공정을 위한 정책이 '똑같은 출발선'을 만들 수 있는지의 성패는 아직 다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박 시장은 자신의 강연을 통해 '똑같은 눈높이'는 보여주고 자리를 떠났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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