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김성일의 거짓 정보와 정의용 ICBM 논란
[역사로 보는 정치] 김성일의 거짓 정보와 정의용 ICBM 논란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1.10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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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 영화 '명량'(사진 좌),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사진 우) 사진제공=뉴시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 영화 '명량'(사진 좌),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사진 우)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의 김성일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침략 가능성에 대한 왜곡된 정보 보고로 국난을 초래했다. 그는 일본의 히데요시를 직접 만나고도 반대파 서인 황윤길의 전쟁 대비론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해 선조의 그릇된 판단을 이끈 역사적 과오가 있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4년 3월 1일 기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선조가 적국의 수괴인 히데요시의 용모에 대해서 묻자 황윤길은 눈빛이 반짝반짝해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인 듯하다는 정확히 보고했다. 100여년에 걸친 센고쿠 시대의 혼란을 종식시킨 히데요시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본 확실한 정보였다.
 
하지만 동인인 김성일은 “그의 눈은 쥐와 같으니 족히 두려워할 위인이 못된다”고 평가절하했다. 사관(史官)은 이들의 상반된 발언에 대해서 “이는 성일이, 일본에 갔을 때 윤길 등이 겁에 질려 체모를 잃은 것에 분개해 말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당시 조헌(趙憲)이 화의를 극력 공격하면서 왜적이 기필코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대체로 윤길의 말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서 모두가 ‘서인들이 세력을 잃었기 때문에 인심을 요란시키는 것이다’고 하면서 구별해 배척했으므로 조정에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동인인 서애 유성룡조차도 김성일에게 “그대가 황의 말과 고의로 다르게 말하는데, 만일 병화가 있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라고 물었지만 김성일은 “나도 어찌 왜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겠습니까. 다만 온 나라가 놀라고 의혹될까 두려워 그것을 풀어주려 그런 것”이라고 본심을 드러냈다. 김성일은 외침이 예상되는 백척간두의 위기에서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왜곡된 정세 보고를 일삼은 정치꾼에 불과했다.
 
김성일의 역사적 과오는 이순신 장군의 발탁에도 적극 반대한 점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4년 11월 1일 기사에 따르면 부제학 김성일이 차자를 올렸다.
 
실록은 “당시에 왜란을 대비해서 성지(城池)를 수축하고 병정(兵丁)을 선발하자 영남의 사민(士民)들은 원망이 더욱 심했다”며 “성일은 본래 왜변을 염려하지 않았으므로 더욱 잘못된 계책이라고 했다. 그리고 비변사에서 장수를 선발하는데 이순신을 우선 발탁하니 성일은 또 잘못된 정사(政事)라고 했다”라고 전한다. 만약 김성일의 반대로 이순신 장군이 남쪽 바다를 지키지 않았더라면 16세기 우리의 역사는 일본의 식민지로 기록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김성일은 왜란의 징조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전쟁이 임박한 시점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민심을 현혹시키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전쟁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선조수정실록> 선조 25년 3월 3일 기사는 경상우병사가 된 김성일이 “왜노는 틀림없이 침략해 오지 않을 것이며 온다 해도 걱정할 것이 못된다”고 주장했다고 기록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김성일이 차자(箚子)를 올려 영남에서 성을 쌓고 군사를 훈련시키는 폐단을 논했다는 점이다. 최전방 사령관인 경상 우병사 자리에 올라서도 전쟁 대비를 폐단이라고 무시했다. 조선 최악의 군주 선조도 김성일을 감싸고 전쟁 가능성을 무시했다. 당시 비변사는 “성일은 유신(儒臣)이라서 이러한 때에 변방 장수의 직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간언했으나 선조는 이를 윤허하지 않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플랫폼과 관련해 “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실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은 현실과 다른 의견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의 ‘북한 옹호’가 도를 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와 군 당국이 북한 ICBM 이동식 발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두고도 이견이 표출됐다. 청와대의 안이한 대북관·안보관이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국민께 거짓말로 선전·선동을 하는 행동은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군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사실이라면 청와대와 군 사이의 정보 공유 능력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외국 외교 전문가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앤킷판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편집장은 트위터에서 정 실장 발언과 관련,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허위(jaw-droppingly false)”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ICBM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내 등 바로 뒤에 있는 날카로운 칼과 같은 존재다. 현재는 최근 북한의 잦은 미사일 도발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위기에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청와대 안보 참모의 안일한 정세 인식은 조선의 김성일을 떠오르게 만든다.
 
군대의 격언 중에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안전하다고 주장해도, 적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한 치의 틈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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