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고용률 역대 최고라는데…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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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고용률 역대 최고라는데…뭐가 문제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1.1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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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문제는 취업자의 정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통계청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통계청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던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고용률(10월 고용률은 오는 13일 발표)은 61.5%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61.5%는 1996년(61.8%)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기록이 무색하게,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통계의 맹점’ 탓입니다. 고용률이 보여주듯 일자리의 ‘양’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개선’이라고 표현하기가 애매하다는 겁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용률 계산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A국가의 15세 이상 인구가 100명이고, 그 중 60명이 취업자라면 A국가의 고용률은 60%가 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고용률이 61.5%라는 건, 1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6명이 취업자라는 의미입니다. 15세면 대부분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시기고, 25세라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을 겁니다.

또 정년(停年)인 60세를 넘겨 은퇴한 사람도 많을 테고, 이런저런 이유로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15세 이상 인구 중 61.5%가 취업자라는 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죠.

여기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통계에서 말하는 취업자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취업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취업자의 이미지는 ‘회사원’에 가깝습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회사에 들어가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사람을 취업자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세계노동기구(ILO)가 정의하는 취업자는 전혀 다릅니다. ILO는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취업자로 간주합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은 물론, 구청 공공근로 사업에 지원해 풀 뽑기 업무를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취업자에 속하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고용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드는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노인 일자리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을 위한 단기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질 좋은 일자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고용률 계산에는 산입됩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들여 만들어낸 단기적이고 비정기적인 일자리들이 고용률을 ‘역대 최고’로 만든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두 시간만 일하더라도 취업자로 취급하는 통계의 맹점을 이용해 고용률을 높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죠.

경기(景氣)가 살아나면서 고용률이 높아진 것인지, 이른바 ‘관제 일자리’가 고용률 상승을 견인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앞서 살펴봤듯이, 통계가 사회 현상을 왜곡 없이 그대로 나타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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