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이상한’ 인재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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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이상한’ 인재영입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1.1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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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정적 색채 강화시키는 한국당 영입 방향…총선 승리에 도움 안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뉴시스

“황교안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유한국당이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지난달 말,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야당 복 하나는 좋다더니 그게 사실인 것 같다”며 황교안 대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정당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인 인재 영입 카드를 허투루 쓰면서, 오히려 한국당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박 전 대장 영입설이 돌기 시작한 후부터, 한국당 안팎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인물들을 굳이 이번 첫 인재 영입 명단에 넣었어야 하는가 하는 데서 조금 아쉬움이 있다”고 했고, 같은 당 신보라 의원도 “최근 1~2주 사이 우리 당이 취한 행동과 결정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도 “한국당이 요즘 계속 ‘똥볼’을 차고 있다”며 “박 전 대장이 굉장히 기독교 신앙이 깊고 군인도 기독교 정신으로 하겠다는 분이라 황 대표하고 죽이 맞은 듯하다”고 비꼬았다. 이렇게 논란이 일어나는 동안, 박 전 대장이 가진 권위적인 이미지가 전이되면서 한국당의 극우적·수구적 이미지는 더욱 강화됐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중도층이 다시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재 영입은 선거 승패를 가른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1996년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단행한 ‘개혁 공천’은 보기 드물게 대통령 임기 말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토대가 됐다. 당시 YS는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며 결별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다시 끌어안았고, 진보 정당인 민중당 출신 이재오 전 의원·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을 영입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이런 행보는 국민들에게 ‘변화와 포용’이라는 메시지를 주면서 총선 승리의 바탕이 됐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인재 영입으로 재미를 봤다. DJ는 대기업 임원 출신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 TK(대구·경북) 출신이자 판사였던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영입해 ‘좌파’ 이미지를 씻어내려 노력했다. 또 386 운동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DJ에게 따라붙었던 노회한 정치인 이미지도 벗었다. 이처럼 자신에게 씌워진 부정적 색채를 희석시키기 위한 DJ의 선택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가 선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도 비슷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치러진 이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정권 심판론’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이러자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워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젊은 보수’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손수조 전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등에게 문을 열면서 극우적이고 나이든 정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이처럼 ‘성공한 인재 영입’은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색깔을 덧씌우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착화된 당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인물 영입은 전략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영입을 시도했던 박 전 대장이나 1차 영입명단에 포함된 인사(人士) 가운데 상당수는 오히려 한국당이 권위적이고 극우적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런 식의 인재 영입은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내년 총선을 대비한 한국당의 인재 영입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해 보이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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