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장'으로 경영권 승계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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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장'으로 경영권 승계 잰걸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1.1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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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자이에스앤디 유가증권시장 진입…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화그룹, 지에스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재계가 상장을 통해 재벌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 밑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다 ⓒ 시사오늘
한화그룹, 지에스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재계가 상장을 통해 재벌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 밑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다 ⓒ 시사오늘

국내 재벌 대기업 총수일가들이 상장(기업공개, IPO)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을 두는 모양새다.

13일 한화그룹은 ICT(정보통신기술)와 방산 부문 융복합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한화시스템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한화시스템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한화S&C를 흡수합병해 탄생한 업체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삼형제 경영권 승계의 핵심 키로 분류된다.

공시에 따르면 상장된 한화시스템의 지분 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49.0%), 에이치솔루션(13.4%), 스틱인베스트먼트(7.8%)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한화와 함께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시스템의 이번 상장으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상승해 삼형제의 그룹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나아가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현재 한화그룹 삼형제의 ㈜한화 지분율은 총 7.74%(김동관 4.4%, 김동원 1.67%, 김동선 1.67%)에 불과하다. 한화시스템의 상장으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이를 바탕으로 삼형제가 ㈜한화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지분을 교환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 몸집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경영권 승계 방식이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2%(올해 초)에서 4.2%(이달 기준)까지 늘렸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일 GS그룹은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앤디(자이S&D)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상장 이유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 다각화 차원의 중소규모 부동산 시장 내 지배력 강화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GS그룹 후계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번 상장으로 인해 허창수 GS그룹 회장에서 그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탄력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는 까닭에서다.

현재 GS그룹 4세 후보는 허윤홍 부사장을 비롯해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등 4인이 언급되고 있으나, 이들이 각각 확보한 ㈜GS 지분은 0.5~2%대로 어느 누가 우위를 선점했다고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에스앤디가 상장된 건 네 사람 중 가장 지분율이 적고 나이가 어린 허윤홍 부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GS건설은 상장 후 자이에스앤디의 최대주주(61.17%)고, GS그룹 4세 후보 중 GS건설 주식을 갖고 있는 건 허윤홍 부사장(0.24%), 허세홍 사장(0.03%)뿐이다. 허윤홍 부사장의 부친 허창수 회장이 확보한 GS건설 지분은 9.27%다.

또한 자이에스앤디는 한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선 엔씨타스(최대주주 허윤홍)를 지난해 흡수한 바 있으며, 이후 허윤홍 부사장은 신사업추진실 실장을 역임하면서 자이에스앤디의 핵심 사업인 차세대 환기형 공기청정시스템 '시스클라인' 론칭을 주도했다. 자이에스앤디는 상장 수일 전 '경희궁자이'에서 시스클라인 설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이에스앤디가 이룩한 성과가 곧 허윤홍 부사장의 공으로 평가되는 셈이다.

아울러, 자이에스앤디의 지분 구조가 지난해 말 GS건설 85.61%, GS네오텍 13.49%에서 지난 5월 기준 GS건설 91.10%, GS네오텍 8.34%로 변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초 액면문할과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따른 변화지만 표면적으로만 보면 상장 이후 GS건설의 지분(61.17%)이 희석되기에 앞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고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향후 GS건설이 자이에스앤디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 있다는 금융권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GS건설이 자이에스앤디 지분율을 높였고, 기업가치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러모로 허윤홍 부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큰 대목이다. 장자승계원칙으로 사령탑 자리에 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젊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재계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위부터) 한화시스템, 자이에스앤디, 현대엔지니어링 CI ⓒ 각 사(社) 제공
(위부터) 한화시스템, 자이에스앤디, 현대엔지니어링 CI ⓒ 각 사(社)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키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재무 최고책임자로 꼽히는 도신규 기획조정1실장 전무가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재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인사가 단행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은 받았지만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주식자산 승계가 지지부진한 정의선 부회장으로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자타공인 '정의선 시대'를 천명할 수 있는 입장이다.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공사비만 약 3조 원이 투입될 예정인 GBC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는다. GBC 시공만으로 수년 간 매출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장이 이뤄진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부회장에게 적잖은 승계 자금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상장을 통한 경영권 승계 발판 마련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18개월)이 끝나면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종합화학은 에이치솔루션의 손자회사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한화종합화학(舊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오는 2021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GS그룹은 비상장사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이 약 80%에 이를 정도로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민감한 실정이다.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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