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참으로 조국스럽다”…접미사 ‘-스럽다’의 진화
[語文 단상] “참으로 조국스럽다”…접미사 ‘-스럽다’의 진화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1.14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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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요즘 접미사 ‘-스럽다’가 자유자재로 새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복, 걱정, 다행, 거북, 능청, 조잡’ 등 추상개념의 명사에 결합했던 것과 달리 ‘깡통, 아줌마, 중국집, 조국, 일본’ 등 구체적인 명사, 나아가 고유명사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사회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요즘 접미사 ‘-스럽다’가 자유자재로 새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복, 걱정, 다행, 거북, 능청, 조잡’ 등 추상개념의 명사에 결합했던 것과 달리 ‘깡통, 아줌마, 중국집, 조국, 일본’ 등 구체적인 명사, 나아가 고유명사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사회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언제부터인가 접미사 ‘-스럽다’가 진화하고 있는 걸 봅니다. 일단 웬만한 말에 자유롭게 붙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원래 용법과는 꽤 다른 것입니다. 요즘 쓰이고 있는 말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조국스럽다, 일본스럽다, 깡통스럽다, 아줌마스럽다, 자유여행스럽다, 중국집스럽다, 관리자스럽다, 아마추어스럽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조국스럽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현 시국상황을 잘 반영하는 말이 있다면 ‘참으로 조국스럽다’일 것입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이 어쩜 그리도 ‘조국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접미사는 대부분 느린 속도로 단어를 만들기 때문에 새 단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마 몇 십 년 전 국어사전에 있는 ‘-스럽다’의 단어나 지금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나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사전에 있는 단어들을 쓰지 스스로 새 단어를 만들어 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스럽다’는 자유자재로 새말을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이전에는 주로 ‘복, 걱정, 다행, 거북, 능청, 조잡’ 등 추상개념의 명사에 결합했던 것과 달리 ‘깡통, 아줌마, 중국집, 조국, 일본’ 등 구체적인 명사, 나아가 고유명사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일본답다, 중국집답다’가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이 ‘-스럽다’의 표현은 대체로 부정적 어감이 강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검사스럽다’가 부정적 의미로 쓰였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원래 ‘-스럽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복스럽다, 다행스럽다’처럼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인데, 요즘 신조어는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접미사 ‘-스럽다’가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현상은 오늘날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분간 이런 유행이 계속 되더라도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허철구 <공부도 인생도 국어에 답이 있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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