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옥 “한국당, YS 통합 정신 따라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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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경옥 “한국당, YS 통합 정신 따라야해”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1.14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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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옥 민주동지회 운영이사 겸 시인
“이 시대 정치계에 리더십 가진 정치인 없어”
“정치 통합·국민 통합은 정치인들이 하는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12일 〈시사오늘〉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모처에서 박경옥 민주동지회 운영이사 겸 시인을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12일 〈시사오늘〉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모처에서 박경옥 민주동지회 운영이사 겸 시인을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출항하는 배가 시야에서 멀어져 차차 수평선 너머로 떠나가듯이 생(生)과 사(死)의 간격 역시 그러하다. 유명을 달리한 그분의 실체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생전의 영상과 업적만 남겨 놓고 세월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1월 22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의 서거 4주기다. 4년 전 그 날도 지금처럼 바람이 꽤나 쌀쌀해 옷깃을 단단히 여미던 때였다. 2015년 영결식에 휘몰아쳤던 눈보라처럼, YS와 함께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의 머리에도 저마다 하얀 눈꽃이 내려앉았다.

서거 4주기를 앞두고 12일 <시사오늘>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모처에서 박경옥 민주동지회 운영이사 겸 시인을 만나 ‘YS의 통합 정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당시 민산, 민주화추진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았으며,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 한국 정치의 현 주소
“이 시대 정치계에 리더십 가진 정치인 없어”
“한국당, YS 사진 걸어놨으면 이념도 따라야”
“YS 후신 정당? 그래도 바른미래당 기대했다”

그는 YS 4주기를 앞두고 “아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또 그리워.”라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는 YS 4주기를 앞두고 “아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또 그리워.”라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YS 서거 4주기를 앞두고 있는데 심정이 어떠신가요.

“아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또 그리워.”

-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고 또 그리우신가요.

“첫째로 이 시대 정치계에 인물이 없어. 여(與)든 야(野)든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 없어서 타협이 안 되고 정치가 실종된 상태야. 그러니 혼란스러운 거고. YS가 살아 계셨더라면 원로로서 혼란한 정치계를 위해 일갈하셨을 텐데…하는 아쉬움이지.

정치는 국민을 위한 거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려운 국민들 사정을 헤아리고. 그런데 지금 법안이 거의 만 여개가 쌓여있는데, 당장 통과시켜야 할 급한 문제는 천 건이나 된다고. 그래서 나는 자유한국당을 더 미워하는 거야. 야당이 야당다워야 하는데 뭐랄까. 정권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태클만 거는 거야. 싸워가면서도 정치를 해야지.”

 

- 선생님께서는 여당보다도 야당인 한국당을 더 비판하는 건가요.

“맞아, 나는 한국당을 더 비판해.”

- 한국당의 어떤 점을 비판하시나요.

“한국당에 YS 사진을 걸어놨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거 싫어. 걸어놓기만 하면 뭐하자는 거야, YS 정치 이념과 행동을 본 따야지. 그걸 안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화가 나는 거야. 그래서 문재인 정권보다도 야당을 더 비판한다고.”

- 그렇다면 한국당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요.

“흔히들 정치를 통합적 종합 예술이라고 그러잖아. 모든 걸 끌어안아야지. 정치인은 시야를 넓고, 깊고, 높게, 지혜로워야 해. 그게 지도자야. 그런 사람이 정치 안하면 저렇게 뒤죽박죽이야.

지난 3월에 황교안·나경원 대표된 이후로 지금까지 싸우고 있잖아. 싸우는 것도 그래. 여당이 정책 한 마디 하면 말꼬리를 딱 잡아서, 유치원 애들 같아. 요즘 유치원 애들도 안 그래. 말꼬리 잡는 걸로 6개월 이상 끌어온 거잖아. 외국에서 몇 달 동안 싸우는 것 봤나. 창피해. 그렇게 나라를 흔들어 놓으면 피해는 누가 입어? 우리 국민들이 입잖아.”

- 현재 YS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은 어디인가요.

“그게 나도 고민이야. 그래도 바른미래당을 기대했거든. 그런데 바른미래당도 오합지졸이야. 거기도 인물이 없어. 그나마 정병국 의원 하나를 내가 보고 있어. 그 사람 YS맨이잖아. 머리도 좋고 똑똑하거든. 바른미래당에 유승민은 대학교수 감이야. 절대 정치인 스타일 아니야. 안철수도 마찬가지야. 교단에 서야한다고.” 

- 최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보수통합의 움직임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그거 안 돼. 한국당 내 박근혜 잔당들이 아직도 박정희 찾고, 박근혜 찾잖아. 올해 박정희 제사에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가기도 했고. 또 아직도 한국당 내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사람이 몇 있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한국당이 그런 사람들을 끼고 있는데 어떻게 통합이 되겠어.”

 

# YS의 통합을 위한 움직임
민산 해체, “인간적으로 서운해…하지만 옳은 정치인”
하나회 숙청, “숙청 안했으면 DJ 대통령 못 됐을 것”
3당 합당, “YS는 통합 위해 DJ와 담판 짓고자 했다”

YS는 본인의 지지 기반을 해체시키거나 지지층에 반(反)하는 세력을 끌어안는 등 통합을 위해 애써왔다. YS의 통합을 위한 여러 노력 중에서도 △민산 해체 △하나회 숙청 △3당 합당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민산 해체를 두고 "내가 느낀 YS는 사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는 YS의 민산 해체를 두고 "내가 느낀 YS는 사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YS는 취임 후 지지 세력인 민주산악회를 해체하는 일도 마다치 않았는데요. 

“내가 느낀 YS는 사심이 없다는 거야. 우리가 민주산악회부터 했지 않나. 민주산악회는 민주화 최초의 불씨야. 1981년도 6월 9일에 창립해 불씨가 됐는데, 그런 동지들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 스카웃한 사람이 몇 명 없어.”

- 서운하진 않으셨나요.

“왜 안 서운해. 인간적으로 서운하지. 그러나 저 분의 뜻을 이해하니까.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시킨 거잖아. 자기 사람 재껴 놓고 능력 있는 사람 바탕으로 채용한 거지. 난 그거 참 존경해. 내가 그때 아무 직책도 못 맡고 지금까지 가난하게 사니까 주변에서 ‘너 김영삼 헛 따라다녔다. 가짜로 따라다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 그런 말 들으면 마음이 아프지. 그러나 나는 이분의 진심을 아니까. 옳은 정치인이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비록 어렵게 살고 있어도 참을 수 있는 거야.”

- 재임 중 DJ보다 YS에 힘을 실어줬던 하나회도 숙청했습니다.

“하나회가 YS를 밀어준 건 아니야. 박정희 때부터 두 인물을 놓고 볼 때 YS가 낫다고 판단한 거지. 적이지만 정말 양심적이고, 정직하고 깨끗하잖아. 그러나 무서워한 것도 YS를 더 겁냈지. YS가 겉으로는 점잖고 부드러워 보여도 상당히 강한 성격이거든.

YS가 대통령 되고 1992년부터 개혁에 들어가. 그런데 청와대 들어가고 보니 손댈 게 너무 많더라는 거야. 그중 제일 급한 게 하나회 척결이라고 봤지. 파헤쳐보니까 하나회 조직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김 대통령께서 긴장을 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는 거야. 이걸 척결한 건 역사적으로 참 대단한 일이야. 이거 안 했으면 김대중 대통령 못 됐을 거야. 돌아가신 DJ는 YS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 또 3당 합당 때도 YS의 통합 정신이 보이는데요.

“1987년 6월 항쟁으로 6·29 선언을 받고, 그 해에 13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DJ와 YS가 같은 당이었지, 신민당. 서로가 대통령 나오려고 하니 YS가 DJ와 담판을 지으려고 했어. 그래서 YS가 ‘우리가 국민이 바라는 통합하자. 우리 갈라서면 안 된다. 그러면 노태우 된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 공정하게 당내 경쟁하자’라고 했어. 얼마나 좋은 말이야. 그때는 DJ도 오케이 했어. 내일 최종적인 답을 주겠다 하고 헤어졌지. 

그런데 DJ 측근들이 문제야. ‘총재님 안 됩니다. YS를 미는 대의원이 더 많습니다’라고 했거든. 근데 YS는 그게 아니야. 대의원을 반반 똑같이 하자고 했거든. 결국 그 다음날 답은 안주고 저녁에 같이 쓰던 사무실에 재떨이까지 다 싣고 말도 없이 갔잖아. 그 길로 가서 한 성명 발표가 ‘민주당은 끝났다. 내가 다시 다른 당 만들겠다. 난 대통령 출마 한다’ 였다고. 이건 역적이야. 그래서 노태우가 됐잖아. 

YS는 통합을 위해서 DJ한테 당신이 되면 내가 당신 유세하러 다니겠다고 적극적이고 간절하게 얘기했어. YS는 배신당한 거지. 시시비비를 따져야 해. 하지만 역사는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지. 50년 이상 지나면 앞으로 정사가 나올 건데, 그때 YS가 부각될 거야.”

그는 YS 통합 정신이 필요한 이유를 "나라가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는 YS 통합 정신이 필요한 이유를 "나라가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YS의 통합 정신이 지금 시점에 왜 필요한지를 한 문장으로 말씀하신다면.

“나라가 바로 서야 하기 때문에.

정치는 앞으로 진일보(進一步) 해야 하는데 지금 후퇴하고 있잖아. 국민들을 서초파, 광화문파 이렇게 분열시키는 건 정치인들이 분열시키는 거야. 이게 말이 되나. 세계가 웃고 국제 사회가 웃어. 힘을 합쳐서 강한 힘을 보여줘도 우리나라는 될까 말까야. 자원이 있어 뭐가 있어. 정치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옛날 사색당쟁(四色黨爭)하듯 몇 파로 나뉘고 젊은 사람들 갈라놓고, 난 이거 가슴 아파. 정치인들이 이걸 가슴 아파하지 않고 이걸 역이용하는 건 정말 안 되는 일이야. 이건 우리 쪽 사람이고 저기는 태극기 쪽, 여기는 조국 쪽, 이런 식으로. 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러워. 정치 통합과 국민 통합은 정치인들이 하는 거야. 정치인들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내가 뒤로 한 발 물러서더라도 통합을 부르짖어야 해.”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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