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넘치는 나라 곳간, 여전한 가족 파탄”
[박동규의 세상만사] “넘치는 나라 곳간, 여전한 가족 파탄”
  • 시사온
  • 승인 2019.11.15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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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은 ‘풍족한 곳간 타령’ ‘퍼주기 타령’
하지 말고 ‘촘촘한 복지’ 그물망 확충에 진력해야
취약·극빈층·미래세대 층엔 더 퍼주기 해도 무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2014년 2월 어느 날 필자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적 충격파를 던져줬던 송파 세 모녀 동반 자살 사건이 있었다. 12년 전 암 투병 남편의 사망과 남겨진 빚, 생계를 책임진 부인의 식당일, 그리고 서른이 넘었지만 신용불량과 당뇨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던 두 딸들…. 한줄기 희망의 빛조차 찾을 수 없었던 삶을 동반자살로 마감하면서도 세 모녀는 마지막 월세 70만원을 남기고 떠났다.

그때 필자는 칼럼을 쓰면서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먹고사는 우리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제 빚도 없고 월세도 없고, 병원비, 일자리 걱정을 내려놓아도 되는 가장 평안한 곳에서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명복을 빈 적이 있다.

불과 5년이 된 최근, 성북구에서 건보료와 월세가 밀리고 생활고를 못 견딘 70대 노모와 40대 딸 등 네 모녀가 자살한 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때도 그 충격파로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들이 빈곤계층, 복지 사각지대를 마치 한방에 해결할 것처럼 덤벼들고 떠든 바 있다. 그럼에도 급격하게 빈곤계층으로 떨어진 긴급 빈곤 가정의 가족동반 자살과 가정파탄의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 센터)등 여러 대책들을 시행은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이나 된 성북동 네 모녀의 죽음을 신고한 것은 ‘찾동시스템’이 아니라 건물 리모델링 하러 온 사람에 의해 신고된 것이다.

지난 2월 경남의 한 펜션에서 ‘먼저 간다’는 쪽지를 남긴 20·30대 청년 3명의 자살, 6월엔 경기도 양주의 50대 아버지와 4살·6살 난 어린 아들과의 삼부자 동반 자살, 7월엔 봉천동 임대 아파트에서 탈북 모자의 아사 사건 등 청년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생활고를 못 견딘 자살은 쉼 없이 발생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복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현 정권 들어서도 제2·제3의 송파·성북구 가족 동반자살 사건과 유사한 비극이 여전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진정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옛말처럼 속수무책의 과제인가. 언제까지 이런 참극을 접하고 살아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눈만 뜨면 정치권과 정부·지자체는 국민 복지를 논한다. 빈곤계층과 노년층 등 취약 층에 대한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청년층의 사회적 진입장벽과 차별화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과 예산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은 결국 빈곤 계층, 양극화의 심화를 막기 위한 범국가적 그물망 복지 시스템의 강화를 최우선에 둔 대책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빈곤 사각지대 방지를 위한 ‘복지 그물망’을 촘촘히 짜가는 것과 정밀한 운영의 급격한 극빈층화의 제어장치, 신속한 긴급구호 가정의 발굴 시스템 강화가 그 무엇보다 절실함은 어제오늘의 대안이 아니다.

문제는 미흡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가정파탄을 예방할 제도의 신속한 도입과 예산의 효율적 분배일 것이다.

최근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내년도 정부 재정확대 방침과 관련 “곳간에 있는 작물들을 쌓아 두기만 하면 썩어 버리기 마련”이라며 “곳간에 작물을 비축하는 것은 홍수나 가뭄에 대비해 백성이 굶주렸을 때 쓰라고 비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특정 야당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다. 실제 정부는 내년 예산을 전년대비 9.3% 늘린 역대 최대 규모인 513조 5천억을 편성했다. 그중에서도 복지·보건·고용 예산 등 사회복지 전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복지예산의 비중은 181조 6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조 6천억 원으로 무려 12.8%나 늘렸다.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 각종 경제연구소들이 내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이 대체로 2.5% 이하로 잡고 있는 등 내수경기 진작이 절실함을 지적하면서 SOC등 사회간접 자본 투자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복지예산은 전례 없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나쁜 예산편성’은 결코 아니다. ‘잘못된 복지 정책 예산’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가끔 우리에게 던져주는 세 모녀, 네 모녀, 청년들의 자살과 가정 파탄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과 불안에 비하면 결코 나쁜 복지정책 방향은 아니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내년도 복지예산이 크게 늘어도 여전히 비수급 빈곤층, 사각지대는 63만 가구에 달한다는 것과 상대적 빈곤율도 17.4%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11.4 참여연대 ‘2020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자료’ 발표)그러면서 기초 생활급여 수급대상 가정의 수급자 기준과 자격을 결정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기에 폐지해야 함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가난한 자가 가난을 입증’ 해야만 빈곤을 최소화 하고 기초생활수급에라도 의존해서 최저생계를 유지하게 하는 기존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파 세 모녀나 성북 네 모녀처럼 가족 중에 누가 몸이라도 성한 사람, 적정 수입이라도 있는 직계혈족이 있으면 ‘사각지대의 망원경’에서 사라지게 돼 있는 현재의 복지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가난의 구제를 개인 가정에 돌리는 모순된 제도로, 어제오늘의 논란이 아니기에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물론 일부의 제도적 보완이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양극화 심화 현상과 챙기지 못할 곳에서 어느 날 갑작스레 닥쳐온 가정 경제의 붕괴와 가족의 참변을 다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년도 역대 최대 예산편성을 놓고 제1야당을 비롯한 야권은 대북, 일자리, 복지 등의 예산에서 ‘퍼주기 예산’을 막겠다며 14조 5천억 원 삭감을 벼르고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 퍼주기’야 당연히 삭감 대상이다. 하지만 복지예산, 그중에서도 송파, 성북 모녀와 대학 내내 빚지고 졸업하고 졸업과 동시에 또다시 ‘빚의 굴레’에 다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사회적 진입장벽을 최소화하고 기회의 균등, 첫 스타트의 공정성을 확보해 주기 위한 최소한의 복지예산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

취약계층의 복지, 미래 국가 사회의 건전성과 미래를 담보할 청년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최대화시키는 예산은 ‘더 퍼주기’를 해도 된다. 그런 예산조차 야당이 손을 대고자 한다면 집행될 예산의 투명성과 공정성, 효율성과 효과의 확장성이 제대로 구축되고 가동될 준비가 돼있는가에 꼼꼼히 손대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성북 네 모녀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것이라곤 일부 정당의 애도 표명과 제도 보완 주장 정도였다. 문제는 언론 보도가 사라지면 정치인들의 관심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513조라는 역대 최대치의 국가재정 편성을 하고 야당은 ‘퍼주기 예산’이라며 칼날을 갈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 쟁취에 전력투구를 한다. 과연 그  예산 속에 ‘범국가적 차원의 복지망 확충’을 위한 구상들은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송파 세 모녀, 성북구 네 모녀가 죽음 직전에까지도 겪었을 수많은 사회적 모욕감과 치욕과 부끄러움과 차별감, 그리고 몇 십만 원의 세금과 몇 번의 밀린  월세를 못내는 죄스러움을 과연 정치인들은 머릿속에 떠올리기는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 뿐이다.

지금 나라 곳간은 넘친다 할 정도로 여력이 되긴 되는 모양이다. 전 정권이나 전전전 정권 때나 잊힐만하면 가슴을 찌르는 세 모녀, 네 모녀, 청년들의 자살과 무너진 가정 붕괴 앞에 정치권이 ‘곳간 풍년 타령’이나 ‘퍼주기 타령’만 할 것이 아니지 않나. 머릿속에 늘 ‘복지대국’이라는 희망이라도 집어넣고 예산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번에도 5년 전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앞에 놓아 드렸던 글을 다시 올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네 모녀님, 눈보라 치고 살을 에는 듯 한 수십 년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오셨는데…. 이제 따뜻한 봄날이 다가올 텐데…. 그리고 개나리, 진달래 만발할 따사로운 봄날이 오면 또 어떤 일말의 삶의 희망이라도 올지 모르는데…. 이렇게 절망 앞에 밀린 월세 걱정까지 안고 가셨을 그 비장함을 생각하니 하루 세 끼를 먹고 살아가는 우리가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제 월세 올려달라는 청천 벽력같은 말도 없고, 빚이나 병원비, 일자리 걱정 안 해도 되는 평안한 곳에서 부디 영면하세요.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前 청와대 행정관
·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  새정치민주연합 사무부총장 및 원내대표 정무특보
·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국립중앙청소년 수련원 이사
·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시사평론가
·  (사)희망래일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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