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붕당의 폐단과 폭망의 늪에 빠진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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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붕당의 폐단과 폭망의 늪에 빠진 황교안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1.1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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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신을 버리고, 국민을 살리는 선택을 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버리고, 국민을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진제공=뉴시스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버리고, 국민을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진(좌) 권력의 최정점인 경복궁 근정전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이 멸망한 큰 이유는 사림의 분열 때문이다. 조선 건국 주체인 혁명파 사대부가 계유정란 이후 훈구파로 변질되고, 이들이 권력을 독점하자 성종은 온건파 사대부의 후예인 사림을 등용했다.

노회한 권력의 화신인 훈구파는 네 차례의 혹독한 사화(士禍)를 통해 사림의 씨를 말리려고 했지만, 서원과 향교를 기반으로 삼은 사림은 재기를 도모했다. 마침내 선조가 즉위하자 훈구는 정계에서 사라졌고, 사림이 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고, 권력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림은 동인과 서인으로 분열됐다. 권력에 눈이 먼 이들은 인사권을 가진 이조전랑의 자리를 놓고 양 세력은 아귀다툼을 펼쳤고, 민생은 무너졌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이 명백해지는 상황에서도 동인과 서인은 반목을 일삼다가 결국 임진·정유 전쟁의 참화를 맞이했다.
 
동인은 서인의 거두 정철(鄭澈)이 세자책봉 문제로 실각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정권을 장악했다. 동인은 정철이 기축옥사 당시 자신들을 철저히 탄압했던 사실을 잊지 않았다. 과격파는 정철을 사형시키고자 했지만, 온건파는 그냥 귀양을 보내자는 입장이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과격파는 조식 계열로서 북인이 됐고, 온건파는 이황 계열로서 남인이 됐다.
 
광해군의 집권은 북인의 세상을 열어줬다. 광해군은 대북인 정인홍(鄭仁弘)을 중용했고, 이들은 전후복구와 명청 교체기의 혼란기에도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조선의 안전을 지켰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 외교는 대의명분을 중시한 서인의 반발을 초래했고, 결국 인조반정으로 폐족이 됐다.
 
<인조실록> 인조 1년 4월 11일 기사는 인조와 서인 정권은 붕당의 폐단을 논한 상황을 전한다. 좌의정 정창연은 “대체로 동인의 경우는 집권한 시기가 길었기 때문에 분열하게 됐지만, 서인의 경우는 집권한 기간이 짧았던 까닭에 온전히 하나로 유지됐다”며 “현재는 서인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조는 “경의 말이 옳다. 앞으로 하는 일을 보면 그 현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창연의 주장대로 동인의 분열은 장기간 집권에 따른 권력 다툼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권력의 단맛에 취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정치의 진리를 망각했다. 결국 인조반정으로 인해 폐족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정창연의 예언은 서인에게도 들어맞았다. 그가 말한대로 앞으로 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인도 권력욕에 사로잡혀 노론과 소론으로, 다시 시파와 벽파로 분열됐다. 이들의 권력욕의 정점은 세도정치다. 결국 조선의 노론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파의 주축이 되며 조선을 송두리째 갖다 바쳤다.
 
황교안의 자유한국당은 사상 초유의 대위기에 빠졌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60여년 가까운 세월을 집권했던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시쳇말로 ‘폭망의 늪’에 빠져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은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의 무능에 가려졌고, 민생과 안보는 무너졌다. 제1야당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셀프 표창장과 같은 헛발질을 일삼으니 국민의 신뢰 회복은 외계어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은 필패다.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버리고, 국민을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사림의 분열이 조선의 멸망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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