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상과 ‘느림보’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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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과 ‘느림보’ 금융당국
  • 박진영 기자
  • 승인 2019.11.1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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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 텃밭은 옛말…은행권, 이젠 디지털 인재를 원한다
구체적인 IT인재 확보 방안 마련해야…직접 양성도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문과생들의 취업 텃밭인 은행권에서도 IT기술 기반의 디지털 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문과생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비대면 거래 증가, 업무 효율화 등으로 은행 지점들이 문을 닫고, 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뱅킹 이용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금융발전심의회 회의를 통해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업 일자리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금융산업의 전체 취업자는 83만1000명으로 3년 전인 2015년 말(87만2000명)에 비해 4만1000명 줄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비대면 거래 증가 등 금융환경 변화로 금융권 일자리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전체 취업 일자리는 줄고 있지만, 디지털 인재 일자리는 크게 늘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경쟁 심화로 디지털 인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금융권 채용의 큰 화두는 '디지털 인재 확보'였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정규 채용 중에 신입ICT 부문을 신설하거나 별도로 디지털·ICT 부문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신규 채용 시, 신기술 분야 경진대회 입상자, IT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수료자 등을 우대하는 방안도 확대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신입 채용 전형 중에도 디지털 역량을 검증하는 내용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6월,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독려를 위해 금융권이 직접 고용하고, 간접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일자리를 측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청년 실업률 대책으로, 금융당국이 내놓은 고용 촉진 방안이다. 하지만 계획을 밝힌 지 5개월만에 내놓은 것은 금융권 일자리 동향 파악에 그쳤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업 일자리와 일자리와 관련하여 좀 더 의미있는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일자리 통계를 보완·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통계 보완보다 금융권 IT 인재를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당시 논의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에서 IT 마인드를 갖춘 금융전문가, 금융마인드를 갖춘 IT 전문가 인력이 충분히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재 확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현재 필요한 만큼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약 76%가 최근 새로운 IT 역할을 창출했으나 절반 이상은 적절한 디지털 역량을 보유한 인재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이 디지털 인재가 선호하는 회사와 업무 환경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효과적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인재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외부 전문가 채용뿐만 아니라 금융 및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 IT기술을 교육시킴으써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은행 직원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디지털 인재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문과생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IT기술 교육 프로그램이나 IT기반 금융전문가 양성 과정 등 문과생을 위한 디지털 교육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담당업무 : 은행·저축은행·카드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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