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한나라 텃밭서 바람 일으켜 정권교체 이룰 것˝
김정길 ˝한나라 텃밭서 바람 일으켜 정권교체 이룰 것˝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1.10.0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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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전 장관원칙·소신·용기로 20여 년간 외길인생…지역주의 타파위해 대선출마입법·행정·청와대에서 경륜 쌓아, 여야 후보 중 경륜 “내가 최고”내년 총선 부산 출마…한나라 텃밭서 바람몰이로 15석이상 얻을 것YS, 3당합당 안했어도 대통령 됐을 것…지역주의 극복 위해 DJ 지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필자입장에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즐겁다. 질곡의 한국정치사를 경험했던 김 전 장관에게 그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행운이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고비마다 그가 선택했던 길은 옳은 길일까? 그는 지금도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할까?

부산·경남(PK)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 전 장관의 행보는 민주당과 야권에게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 45% 득표율을 기록,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김 장관의 첫 인상은 자유로움이었다. 그는 청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에다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까지 지낸 그에게서 불편함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인터뷰는 이렇게 편안하게 진행됐다. 2011년 9월 21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다.
 

▲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길벗산악회는 ‘김정길’ 지지모임

-평소에도 청바지를 애용하시나요.

“예, 청바지를 자주 입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로 입습니다. 넥타이를 안 매면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만약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돼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청바지를 입을 겁니까.

“미국 대통령도 청바지를 잘 입고 다니지 않는가요. 저는 대학 초청 강연회에도 입고 나가는 등 청바지를 좋아합니다. 편안하잖아요. 김원기 선배가 국회의장 할 때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 때 저는 국회의원이 아니었는데 청바지를 입고 의장실로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도 잠깐  '내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김원기 의장도 뭐라고 하지 않더라구요.”

-예전에 유시민 전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 정장을 안 입고 와서 문제가 됐는데요.

“자유롭게 입더라도 당연히, 때와 장소를 가려 입는 것이 더 좋겠지요. 국회 본회의가 없을 때는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저라면 본회의장에서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지키려고 했을 겁니다.”

 -요즘 장관님을 지지하는 모임이 결성돼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길벗'이라는 게 만들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노사모' 같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노사모'나 '박사모' 등은 그 이름의 뜻이 ‘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하는데 좀 수동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함께 가는 수평적 이미지를 담기 위해서 '길벗'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김정길의 친구'를 줄여 '길벗'이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길동무'라고 했는데 빨갱이 소리를 들을까 봐 '길벗'으로 바꿨답니다.(모두 웃음)”

길벗은 전국에 2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명칭은 좀 더 명확히 얘기하지면 길벗 앞에 ‘사람중심 행복사회로 가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김 전 장관은 “회원 수가 제주도에만 2천명이 넘는다. 모두 자발적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과거 민주산악회 이후 정치인들의 산악회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청원 전 의원의 청산회도 그 규모가 대단하던데요.

 

 

“그런데 서청원 전 의원에게 정치적 비전이 있어서 그렇게 모이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 때문이겠지요…(웃으며)”

“민주당 대권후보는 PK출신이 유리”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하셨지요.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 치고 대권에 대한 욕심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이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해야 하지요.”

지난 6월 12일 광주에서 김 전 장관은 자전에세이 <김정길의 희망> 출판기념회를 갖고 “누구든 대선에 생각 있는 사람은 (민주당)경선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본선 경쟁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은 김 전 장관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며 ‘민주당 대권주자’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떤 언론에서는 당시 2만여 명이 왔다고 하는데 실제는 1만5천여 명 정도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대선출마 선언이라고 언론에서 썼는데 제가 공식적으로 선언을 한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대권출마를 권유하지요?

“야권 주자로는 손학규 유시민 정동영 정세균 정도가 거론됐는데 박근혜에 비해 크게 경쟁력이 없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6 ·2 지방선거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제게 대권출마 권유를 했습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 제게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그 때 가서 시대가 원하면 후보로 나서서 경쟁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의사표시를 비쳤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문재인 이사장이 등장하고 안철수 교수도 떠오르고 요즘은 김두관 도지사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참여해서 경쟁한다면 야권 경선이 재미있게 흘러가고 국민에게 희망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이사장이나 안철수 교수가 흥행 면에서 그리고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걷어내는데 있어 상당히 순 기능을 했다고 봅니다.”

-장관님과 관련해 동교동계 막후 지원설이 돌고 있던데요.

“막후지원이란 말은 좀 그렇고요.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저에게 대선 출마를 권하고 계신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1997년 대선 및 2002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부산·경남(PK)에서 30% 정도 득표를 하면서 정권을 잡았습니다. PK 출신인 장관님이 지금 민주당 대권주자로 주목 받는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죠.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맞습니다. 저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45%를 얻었으니까요. 정치 공학적으로 역대 선거에서 영남표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으로 나뉘면 야당에게 유리했습니다. 87년 체제의 나쁜 유산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 체제가 위력을 떨칩니다.”

 

김대중과 이회창이 맞붙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제3후보로 나선 이인제 후보는 PK에서 약 30%의 지지를 얻었다. 결과는 김대중의 승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는 이곳에서 약 30%의 표심을 획득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PK에서 30%이상을 타당 후보에게 빼앗기면 ‘대선패배’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얻은 셈이다.

“특히 노무현 학습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정확히는 '이인제 변수' 때문입니다. 이인제 후보가 (한나라당 성향의) 몇 백만 표를 가져간 바람에 김대중 후보가 겨우 이회창 후보를 이긴 것입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이인제 변수' 없이도 PK에서 30%를 가져왔거든요. 대선후보로서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비전과 국민이 바라는 정책비전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지만, 현재의 한나라당 지지기반이 영남이라는 점을 볼 때 지역기반도 대단이 중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안타깝게도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까지는 지역구도가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여야 대선주자 중 경륜과 경험은 내가 풍부”

-그런데 호남당이라고까지 불리는 민주당에서 장관님 같은 PK인사를 대선주자로 내세울까요.

“우선 호남당이라 부르는 용어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의석분포는 호남의 비중이 높지만 득표수로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나라당을 영남당이라고 부르는 것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대단히 편파적이지요. 민주당은 호남이 기반이긴 하지만 단순히 호남당이라 불러서는 안됩니다. 정치적 박해로 각성된 호남인들의 정치의식이 보다 개혁적이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떻든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에 이미 증명되지 않았나요. 그 당시 호남은 전략적 판단을 했습니다. 요즘도 전라도에서는 '호남 대통령을 내세우면 안된다'는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출신) 손학규를 대표로 만드는 것을 보십시오. 호남 사람들은 정권 찾아와 민주정권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지 꼭 호남 대통령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정권을 찾아와야 서민들과 중산층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정권 10년과 이명박 정권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지난 대선에서 호남 출신 정동영을 내놓으니까 500만 표 차이로 지지 않았느냐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극복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영남의 인구가 이미 호남의 두 배가 넘습니다. PK 유권자 수가 6백만 명을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부산이 변할 때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대표가 대선후보로 더 유력하지 않을까요.

“현재로선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에게도 뒤지고 심지어 안철수 교수가 등장하자마자 다들 종적도 없어져 버리지 않았습니까. 대통령 선거까지 일 년도 넘게 남았고 인터넷 시대에 일 년은 어떤 분 말마따나 조선왕조 육백년보다 더 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볼 것은, 대권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권력자의 지위를 거머쥐고 싶다는 일념으로 당이나 지역을 쉽게 여기는 분들이 아니었나 하는 국민의 불만을 두 분이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큰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존재감 없는 제1야당으로 남아 있는 것은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과 정체성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당원들과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은 대단히 높습니다.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생각합니다.”

-‘김정길’은 어떤 점에서 다른 대권주자들과 차별화 되나요.

이 부분에서 김 전 장관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여야 통틀어서 대권후보들 중에 정치적 경험과 경륜이 제가 제일 많은 편입니다. 또 기존 정치인들이 자기 이해와 당락 여부에 따라 여기저기로 움직일 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명분과 소신을 가지고 정치를 해왔습니다. 누가 이 정치판에서 20년 동안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사지(死地)에 출마한 사람이 있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산에서 계속 떨어지자 서울 종로로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15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게 ‘종로에 올라갈 명분이 없냐’고 물어봅디다. 그래서 제가 명분을 만들어 줬습니다.

제 선거구는 부산 영도인데 노 전 대통령 선거구는 중구·동구였습니다. 그런데 중·동구는 제 옛 지역구였습니다. 어차피 제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영도에서 출마하나 ·중동구에서 출마하나 결과는 비슷했기 때문에 제가 영도에 출마 안하고 중·동구에 출마했습니다. 그렇게 노 전 대통령이 서울에 올라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런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저는 그 때 서울로 가면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둘 중 한 사람이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간다는 게 저로서는 왠지 자존심이 좀 상하더군요. 그래서 마침 노 전 대통령이 가고 싶다 했을 때 적극적으로 명분을 만들어준 것이지요.  그런데 국민들 눈에 저는 안보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 더 잘 보였습니다. 종로에서 당선돼서 내려오니까….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한 일이죠.

우리 국민들에게는 과정 보다 결과가 더 잘 보입니다. 주위에서는 제가 부산시장 나올 때 저보고 무소속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나와서 부산시장이 되면 지역주의를 완전히 깬 게 아닙니다.

저는 김두관 지사에게도 민주당으로 출마하자고 했는데 김두관 지사는 ‘무소속으로 나갈테니 민주당 후보가 안 나오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때 김 지사는 경남 전체에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민주당 지도부에 '내가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장으로 나가는 대신 경남도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내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두 지역 중에 한쪽은 당선되는 것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은 민주당으로 당선 또는 아까운 낙선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둘 다 무소속으로 나가서 둘 다 당선된다 하더라도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맞설 전국적 수권정당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당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으로 당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면돌파지요.

저는 무소속으로 나가는 건 지역주의를 깨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부산에서 당당하게 승리해야 지역주의 깨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국민들 눈에는 이런 김정길은 안보이고 당선된 무소속 김두관 지사만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적 경륜이 여야 다른 주자들에 비해 많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저는 국회에서는 국회의원과 원내총무로서, 행정부에서는 장관으로서 그리고 청와대에서 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정무수석으로서 활동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국정의 중요한 일들을 다루고 집행하는 일들을 직접 경험했고, 비교적 이러한 일들을 개혁적이고 또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또한, 대한체육회 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스포츠외교를 펼치는 외교관으로서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 중에 대통령이 갖춰야할 이렇게 다양하고 중요한 국정경험을 두루 경험한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기업적인 측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재벌 그룹 출신이지만 저는 중소기업 출신입니다.(중략) 슈퍼마켓도 해봤습니다. 노트공장 사장도 해봤습니다. 철강회사도 해봤습니다. 심지어, 배추장사도 해봤습니다. 철 스크랩 회사도 했는데, 이런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월세방에서도 살아봤고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서 다닌 때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러 번 떨어졌는데 이것도 값진 경험입니다. 무엇보다 겸손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가지 후보가 누가 있습니까.”

-행자부 장관으로서 ‘김정길’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개혁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정무직 장관은 업무 익히다가 보면 떠날 때라고들 합니다만, 저는 YS 말기 복지부동이란 부끄러운 지탄을 받던 공무원 사회를 상당 수준으로 개혁하는 데 기여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상전 소리를 듣던 공무원이 상전이 아니라 국민의 서비스맨이라는 인식을 심었고, 친절한 공무원상을 만들었지요. 게다가 공직자로서의 처신도 저 나름 매우 올바르게 했다고 자부합니다. 

한 예를 들겠습니다. 제가 행자부 장관이니 경찰 총수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제 동생이 부도를 내고 도망을 다니다 불심검문에 잡힌 적이 있습니다. 1억 몇천만 원 부도를 냈는데…, 현직 장관 동생이란 말이에요. 그 때 제가 국회에 나와 있었는데 치안비서관이 국회로 달려와서 '장관님, 큰일 났습니다. 동생이 불심검문에 걸렸습니다.  어떻게 하죠'라고 묻는 겁니다.

그 때 제가 치안비서관을 혼내면서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을 구속 시켰습니다. 그 때 언론이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일주일 지나서 언론이 알았습니다.

또 전자정부, 이 걸 최초로 만든 장관이 저입니다. 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빌 게이츠도 직접 만났습니다. 장관과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장관과의 대화방도 제가 제일 먼저 개설했습니다. 청와대에 가서도 개혁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장관일 때 IMF 구조조정이 한창 있었습니다. 당시 엘 고어 부통령 초청으로 저와 7명이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장관은 '퍼스트클래스' 좌석으로 가고 5성급 호텔 '스위트홈'에 숙박하는데 저는 '이코노미' 좌석을 끊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고생하고 있는데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이용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이용하면 마음이 괴로워서 더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여행경비를 1천8백만 원 절약해서 행자부에 반납했습니다.”

“PK 野都 회복하면 내년 총선서 민주당 15석 건져”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PK에서 15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가능한가요.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부산은 원래 야도(野都)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하면서 여도(與都)가 됐습니다. 부산 출신의 김영삼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면서 맹목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20년 동안 지지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가'하고 자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발점이 6·2 지방선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45%라는 득표를 기록하고, 김두관 도지사도 당선된 것입니다. 6·2 지방선거가 부산이 다시 야도로 돌아서는 시발점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이 무산됐고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여당에 대한) 지역 민심 이반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PK에서 민주당의 인기가 높지 않을 것 같은데요.

“PK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에서 온 반사 이익을 민주당이 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저는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민주당이 제대로 못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잘 못하면 PK 민심은 언제든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무소속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된 일입니다. 정말 민주당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입니다.”

-솔직히 현재 대선여론조사에서 장관님의 지지율은 미미한데요.

“대통령 선거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여론의 변화 또한 심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지금 여론조사는 연예인 인기투표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운명을 맡기는 큰일입니다. 막상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국민들은 국정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기업 CEO 머리만 있었기에 지금 힘들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정국 지형이 확 바뀔 것입니다.”

-내년 대선 화두는 무엇이라고 전망하십니까.

“내년 대통령 선거 화두 가운데 역시 중요한 것이 복지입니다. 또 그 만큼 중요한 것으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교육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행복한 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 중에 밥 굶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몸 아픈 사람이 치료를 받게 해야 합니다.

지금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꼴찌인데 이유가 자기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를 낳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기를 낳으면 국가가 무상으로 키워줘야 합니다. 공부할 의욕이 있는 사람은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고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봅니다.”

-복지와 관련해서는 예산 문제가 있는데요.

“복지를 너무 강화하면 나라가 거덜 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복지는 브라질 룰라대통령의 정책을 보아도 그 자체가 좋은 투자입니다. 경기회복에 기여해서 세금징수를 늘려주겠지요. 게다가 당장의 복지예산은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기만 해도 가능합니다. 제가 국회의원과 장관을 하고 청와대 수석을 하면서 낭비되는 예산이 엄청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 지역구에 가져간 예산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국민 세금을 쓸 때는 유선순위를 두고 급한 데부터 먼저 써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런 기준 없이 '전년 대비 몇 프로' 하는 식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다시 국회의원이 되려고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가져가는데 이런 부분에서 돈을 아끼면 기초적 복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또 공무원들이 회식비와 여행비 등으로 숨겨둔 예산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 산하 기관에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가 있습니다. 국회 예산 심의는 수박 겉핥기식입니다.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은 심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쓰고 남는 부분을 활용하면 복지가 될 것이고 그래도 돈이 더 필요하다면 부자에게 더 거두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 푼의 예산도 없던 4대강사업비를 수십조 원이나 마련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이 복지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결심한다면 예산은 마련할 수 있습니다. 4대강사업 같은데 낭비되는 예산만 줄여도 복지예산은 충분합니다.”

-무상의료에는 찬성하십니까. 그러면 수요가 폭발할 것이고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요.

“의료체계를 정비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불식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무상의료 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다 감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많이 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북한에 평균 5천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전에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상상이나 했습니까. 개성공단에서 수출하는 것을 상상했습니까. 그 당시 국민들은 안심하고 살지 않았나요.

우리나라 국가 부채가 노무현 정권 때보다 엄청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외국에서 빌린 것도 수백 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 위험이 있어 외국에서 금리를 조금만 높이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화해 협력 시대로 가면 안정이 되어 금리를 낮출 수 있고 외국 관광객 등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휴전선이 우리 아픈 역사이지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맞서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관광지가 된 것처럼 우리 휴전선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철조망 조각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국토 이용과 관련해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우리나라가 스위스와 비슷하게 산이 많습니다. 스위스를 여행하다보면 산 등성이로에 과수원이 있고 정말 그림 같은 집이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는 어떻게 인간답게 사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75%인 산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엄청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골프장과 묘지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산에서 가족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연도 할 수 있고 야외극장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자연을 파괴하자는 건 절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에 심는 나무도 50년 후에 돈이 될 수 있는 그런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지금 전라도 어디에 편백나무 숲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습니까. 이렇게 좋은 산과 숲은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3면이 바다라는 점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 조선 산업이 1위인데 더욱 첨단의 조선산업을 키우는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첨단 수산업과 양식업을 해야 하고 해조류나 물고기의 뼈 등을 이용하는 해상 바이오산업도 해야 합니다. 첨단 미래 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김정길, 12대 총선 통해 화려하게 등장”

이제부터는 필자가 듣고 싶은 얘기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정길은 85년 당시 신민당 김동규 강삼재 등과 함께  12대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인물이다.

12대 총선에서 김동규는 전국최대득표(22만 7천여 표), 강삼재는 최연소(32세) 당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정길은 부산 동구에서 거물정치인인 ‘박찬종’을 제치고 1등 당선을 하며 기염을 토했다. 특히 12대 총선에선 ‘신민당 바람’이 불었지만, 김정길은 ‘민한당’간판을 가지고 1등 당선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제가 신민당이 아닌 민한당 공천을 받은 이유는 YS가 박찬종 변호사를 동구에 공천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YS가 제게 '김 동지 박찬종에게 지역구를 양보하라'며 비례대표를 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비례대표를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민한당 공천을 받았는데 당선된 후 저는 야권단일화에 앞장섰고 결국 성공했습니다.”

12대 총선에서 제1야당이었던 민한당은 신민당 바람에 유치송 조윤형 등 지도부가 거의 낙선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치송이 총재직을 사퇴하자 85년 3월29일 민한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조윤형을 총재로 선출하고 체제정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내 의원 21명이 5일 뒤인 4월3일 탈당을 결행하자 조윤형 총재는 신민당과의 무조건 합당을 선언했다.

-당시 선거에서 박찬종 후보를 제치고 1등 당선됐는데, 선거 전략이 궁금합니다.

“선거 5일을 남겨 놓고 저보고 전부 3등을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기호 4번인데 연설 순번도 4번이어습니다. 국민당 노차태가 1번으로 올라와서는 '저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면 예산을 따서 동구를 살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민정당 윤석순이 올라와서는 '저를 뽑아주면 정치거물이 돼서 부산을 발전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박찬종이 세번째로 올라와서는 '저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세사람 연설을 들은 후 즉흥 연설을 했습니다. '동구를 살리겠다는 사람은 동구청장을 시킵시다. 윤석순은 부산시장을 시킵시다. 그리고 박찬종이 표를 몰아달라고 하는데 박찬종에게 표를 몰아주면 김정길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아빠는 박찬종을 엄마는 김정길을 찍읍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 다음날 모든 신문의 가십란에 '아빠는 박찬종 엄마는 김정길'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트럭을 타고 당선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어느 할머니가 저보고 내려와서 인사를 하라는 겁니다. 솔직히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그래도 내려가서 '어머니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 할머니가 '우리 가족 표가 다섯인데 당신이 성남 초등학교에서 유세하기 전날 가족회의를 열고 김정길·박찬종 반반 나눠서 찍기로 했다. 그런데 마지막 연설회에 와서 보니 전부다 자기 찍어달라고 했는데 당신만 표를 나눠 찍으라고 해서 다시 가족회의를 해서 다섯 표 모두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인사하고 가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말 하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3당합당에 따라가지 않았지요.

“통일민주당 국회의원이 59명이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여당에 간다고 하니까 57명이 따라갔습니다. 그 뒤에 돌아온 사람도 있지만 처음부터 안 간 사람은 노 전 대통령과 저 뿐입니다. 그 때 저는 야권 통합운동을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3당 야합은 호남을 왕따 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일당독재상황으로 만들어버렸지요. 민주주의의 엄청난 퇴행입니다. 아직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자 필승론' 등 지역주의에 기대는 한 군정종식이 어렵지 않았나요. 때문에 3당 통합을 해서라도 군정종식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 않았습니까.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게 김영삼 전 대통령 논리였고, 또 87년 이후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성숙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3당 야합을 안 해도 YS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있었고, 그러면 TK 민심은 YS쪽으로 흘러갈 것이었습니다. 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4자 필승론'과 맞물려 반(反) 호남 정서가 있었기 때문에 비(非)호남표는 다음에 모두 YS에게로 간다고 봤습니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인 민정당 노태우 후보에 맞서 야당인 통일민주당에는 김영삼-김대중이라는 대권주자가 있었다. 야권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국민의 염원이라 할 수 있는 ‘군정종식’은 이뤄질 듯 보였다. 박찬종 등은 삭발을 하며 후보단일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대중은 4자필승론의 논리를 내세우며 통일민주당을 탈당해 ‘평화민주당’을 만들었다.

김대중이 내세우는 4자필승론의 논리는 그럴듯했다. 영남에서 노태우와 김영삼이 표를 나누고, 김종필이 충청에서 지지를 얻으면, 호남권 수도권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은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논리였다. 이는 철저히 지역주의에 기댄 표계산법이다.

-최근 리비아 사태 등을 보면서 3당 통합이 없었으면 무혈 군정종식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있는데요.

“정치란 가정이 없는데…우리 국민이 리비아 수준과 다르고 저는 피 흘리는 것으로는 광주민주화항쟁이 마지막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광주에서의 학살이 무서웠다면 87년 6·10 항쟁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3당합당 안 했어도 무혈 군정종식 가능”

-결국 무소속의 박찬종 이철 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꼬마 민주당'에서 의정생활을 하게 됐죠.

“3당 통합 이후 저희들은 비(非)호남 야당(꼬마 민주당)을 만들었는데 처음부터 평민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평민당 지구당이 있는 곳에는 지구당 창당을 안 했습니다. 비호남에 없어진 야당의 씨앗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고 제가 야권 통합 협상 대표로 활동했습니다. 그렇게 통합된 이후에 제가 공천심사위원장을 했는데 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로 올라와서 공천 받는 것을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고 당선 가능한 비례대표 순위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14대 총선 때 나와 노 전 대통령은 '우리는 떨어지더라도 부산 내려가자. 지역주의에 대항하자'면서 부산에서 출마했습니다.”

이후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꼬마민주당’과 김대중이 이끄는 ‘신민당’은 통합해 민주당을 출범시켰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에 김대중, 대표를 이기택이 맡았다. 하지만 김대중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에 패해 은퇴선언을 한 후 영국으로 외유를 떠났다. 김대중은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원유세에 나서며 정계복귀를 서둘렀다.

-1995년 통합민주당을 깨고 DJ가 갑자기 국민회의를 차렸고 ‘김정길’은 그 건 명분이 없다고 비판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대선에서 DJ를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때 DJ에게 '총재님, 당을 깨는 것은 명분이 없습니다. 통합민주당에 와서 이기택과 경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DJ가 이기택과 붙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DJ는 과거 공작 정치를 겁을 낸 것 같습니다. 자기가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1995년 김대중은 ‘지역등권론’을 들고 나오며 민주당 지원유세에 나섰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깃발을 들고 부산시장 선거전에 나섰다. 노 후보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노무현이 지역주의를 깨고 당선될 수 있느냐’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졌다. 하지만 김대중이 지역등권론을 들고 나오자 민심이 바뀌기 시작했고, 노 후보는 낙선했다.

낙선 후 노 후보는 “김대중의 지역등권론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선을 앞두고 저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정권교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서는 DJ가 대통령을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997년 대선 당시 통추에서 제정구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려고 하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를 엎고 국민회의를 갔다(김대중 지지)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건 박계동 전 의원 혼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제가 아는 한,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통추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운다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겠습니까. 당시 통추에서는 ‘이회창 후보 지지냐, 김대중 후보 지지냐’로 의견이 나뉘었고, 각자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따라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거나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면서 통추가 해체되었을 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국민회의로 함께 갔습니다. 결국 저와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과 소신이 옳았다는 것이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정치는 명분과 소신의 싸움입니다. 저와 노 대통령은 항상 소신에 따라 명분을 쫓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역주의 해소를 강조했지만 오히려 심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노 전 대통령이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든 정당을 깨뜨린 것이 잘못이었다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민주당을 깰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그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호남을 껴안고 갔어야지요.”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장관께서는 김대중·노무현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한 분은 지역주의에 기댔고 한분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습니다. 모순 아닌가요.

 

“좋은 것은 이어받고 잘못된 것은 극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면서도 그런 점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극복에 너무 힘을 소진하여 당신의 빼어난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셨고, 노 전 대통령은 민심보다 너무 앞서가 버린 게 아쉽습니다. 국민의 힘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두 분 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의 대통령이셨지만 두 분 임기 중에 중산층이 어려워졌습니다. 보다 적극적 개혁을 해야 할 때 주춤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끔찍한 정권을 들어서게 만든 건 참 큰 과오입니다. 그러나 지역주의와 관련해서는 좀 따져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에 기댔다고 하지만, 호남지역주의는 패권주의가 아닙니다. 보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약속함으로써 호남의 민심을 얻은 것입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타파를 외친 지역주의는 영남을 주로 향한 것이었습니다. 지역주의에 기대어 실제로는 서민이면서도 기득권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영남지역주의죠. 타파해야 합니다. 그러니 두 전 대통령의 입장이 다른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외교나 남북관계는 김 전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복지는 노 전 대통령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달라져야 지역주의 타파 가능”

-만약 대통령이 되시면 지역주의를 해소할 방안이 있으신가요.

“사실 지역주의는 한나라당이 지속되기 위한 기반입니다. 그리고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선거 때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지역주의를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선거철이 되면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립니다. 왜일까요?

이는, 지역주의에 기생하서 이득을 보는 집단이 권력을 잡고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이들은 그런 이득을 인사편중을 통해 재생산을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인물론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지요.

문화가 달라져야 지역주의가 완전 패퇴하고, 그러려면 선거도 중요하고 지식인들의 노력도 중요합니다만, 대통령으로서는 인사를 잘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치관과 세계관을 고려하고 지역뿐 아니라 계층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춘 인사정책을 펴나가야 합니다.”

한국정치에 있어 고질적인 지역감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점은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다.

공화당 후보였던 박정희 측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엄창록’을 선거캠프로 끌어들였다. 엄창록은 “김대중에게 승리하려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라”는 메시지를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에게 전달했다.

1971년 4월27일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영남지역에 대대적인 전단지가 뿌려졌다. 내용은 ‘호남인이여 단결하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였다. 이런 괴문서가 나돌자 영남인들의 표심은 ‘박정희’를 향했다. 결과는 박정희의 승리였다.

박정희는 김대중을 약 100만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는데 영남에서 박정희는 김대중보다 약 170만 표를 더 받았다. 반면 김대중은 호남에서 박정희보다 약 70만 표가 앞섰다. 결국 표차를 계산해보면 박정희는 지역감정을 자극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이다.

“박정희 정권 들어서서 모든 정책 예산이 영남으로 갑니다. 이렇게 차별화로 시작된 지역주의가 더욱 심화된 것이 광주학살입니다. 5·18 때 심어진 잘못된 선입견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양 김(金)의 분열이 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호남사람과 영남사람 마음에서 한번 털고 나가야 합니다.”

-19대 총선에서 정동영·정세균 의원이 호남 기득권을 버리고 서울에서 출마하면 지역주의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게 된다면 그분들의 통 큰 결단은 되겠지만, 그것은 지역주의 해소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어느 곳에서 출마하십니까.

“주위에서는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해 의미 있는 득표를 한 경우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주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어 저는 비례대표 상위순번으로 받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역구에 출마할 것입니다. 김형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바람에 영도가 제일 쉽지만 반대로 저는 부산에서 제일 어려운 곳이나 야권승리에 도움이 되는 곳에서 출마할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정권 때 대한체육회 회장을 끝으로 정치를 안 하려고 했고 실제로 10년 간 정치를 안 했습니다. 그 바람에 요즘 인지도가 낮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인지도도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김정길’이 PK에서 위상이 올라가는 것을 민주당 수뇌부에서 견제하지 않을까요.

“제가 누가 견제해서 고사당할 사람이면 벌써 고사당했겠지요.(웃음)”

-정국현안에 대한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 물어보고 끝내겠습니다. 최근 서울시장 보선과 관련해 민주당에 '정정당당하게 임하라'하고 촉구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여당하고 야당하고 지금 마찬가지입니다. 느닷없이 안철수 교수가 뜨니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제가 나선 것입니다. 국민 앞에 당당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기준으로 당당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을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데 그 반대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당당하게 하라고 충고한 것입니다. 민주당이 당당하게 나오니 지금은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에 들어오는 것도 고려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민주당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정당”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돕지 않았습니까.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고 이 대통령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대통령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너가 망해야 내가 대통령이 된다'는 식으로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남북문제나 4대강 사업, 청년실업 등에 대해 일언반구 안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집권 여당의 유력한 후보로서 이 대통령 정책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밝혀야 합니다. 이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면 뒷받침을 해야 하고 잘못한다고 생각하면 앞장서서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게 진정으로 이 대통령을 위한 것입니다.

잠재대권주자로서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 그런 것입니다. 이 나라를 진정으로 이끌고 가고 싶다면, 여당답게 책임정치를 해야지요, 설령 그런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의 과오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 해도 당연히 그래야지요.

노 전대통령을 보십시오. 인기없었던 국민의 정부의 공과 과를 모두 안고간다 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어떤 언론은 박근혜로의 정권교체 라는 해괴한 말까지 사용하던데, 박근혜 전대표는 한나라당이 아닌가요? 박근혜 전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인수위와 내각은 어떤 사람들이 꾸릴 겁니까? 보수언론의 눈가리고 아웅식 감싸기에 기대어 이미지 관리만 하는 것으로는 나라와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 못하는 것입니다. 제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박 전 대표와 TV토론을 하면 이 부분을 지적할 것입니다.”

-곽노현 사태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저도 처음엔 언론보도만 보고 큰일이 난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 언론과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박명기씨에게 곽노현 교육감이 2억을 건넸다, 이것은 사실관계의 문제이고, 후보매수냐 곤란에 처한 동료를 돕기 위한 선의냐는 진실의 문제입니다. 법원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법원 스스로 진실하기를 바랍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인품을 믿고, 또 법률가로서의 치밀함도 믿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물의를 빚었으니 국민에게 송구한 건 사실인데, 이참에 교육감 선거제도를 대폭 고쳐서 현실화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현실과 제도가 맞지 않으면 송구할 일이 계속 생깁니다.”

-야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후보단일화가 정당 정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여당 후보가 이길 것이고 그러면 우리가 하고 싶은 정치를 못하지 않나요. 현실적으로 야권 통합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후보단일화라도 추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통합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 차원에서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민주당도 참여당도 이미 함께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과정에서도 이미 보았듯이, 한 번 미워서 이혼한 부부가 재혼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전 장관에게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정당’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래도 아직까지 희망이 있는 정당”이라고 답했다. 그는 PK출신이지만 민주당 사람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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