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茶-Say]그림으로 보는 옛 성인들 차 문화…눈길끄는 다화도(茶畵圖)
[김은정의 茶-Say]그림으로 보는 옛 성인들 차 문화…눈길끄는 다화도(茶畵圖)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9.11.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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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차창을 내렸다.

좀 더 일몰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어느덧 짧아진 하루해가 한강을 내려다보며 빌딩 너머로 거침없이 사라진다.

한강다리를 건널 때 짧은 시간 즐기는 일몰은 종일 굳어져있던 심장을 또 간지럽힌다.

저녁노을에 물든 듯 붉게 매달려있던 잎들은 스산한 가을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고, 간간히 내리는 가을비는 마지막 잎까지 미련없이 떨궈버린다.

추위에 민감한 필자는 매년 따뜻해지는 입춘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하지만 중국에 머무는 동안 형형색색의 한국 가을은 떠나있는 나에게 고국사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었다.

귀국 이후 필자는 그동안 내 나라에 살면서 무심히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사계의 시간들과는 사뭇 다르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 계절을 서둘러 마중한다.

옛 문인들이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차를 마시며 사색적 삶을 즐겼듯, 매년 봄이면 필자 역시 여의도 윤중로 어느 벤치에 앉아 떨어지는 벚꽃과 차향에 취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가을이면 남산의 단풍을 주워 책갈피를 만들어 주변에 나누곤 한다.

매 계절마다 서둘러 미리 나가 다음 계절을 마중하는 기분으로 사계를 맞이했고, 계절 한 가운데 어느 곳에서든 차향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이인문(李寅文) 작 <누각아집도> ⓒ 국립중앙박물관
이인문 작 <누각아집도> ⓒ 국립중앙박물관

그 옛날 문인들은 시와 그림, 악기 등을 취미생활로 즐겼는데 그 자리에는 차(茶)가 빠지지 않았다.

정신을 맑게 하는 차의 성분으로 인해 승려들의 정신수양 용도로 사찰에서 시작돼 문인아사(文人雅士)들의 은일(隱逸) 담박(淡泊)한 삶에 심신을 단련하는 매개체로, 이후 일반인의 음료로 전파돼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차 생활은 여러 종류의 작품으로 상세히 전해 내려왔으나, 그중 그림으로 보여주는 다화(茶畵)는 좀 더 사실적이며 구체적이다.

과거 문인들은 소통의 자리로 다연(茶宴)을 열어 한자리에 모여 꽃구경을 하고, 음악을 들었다. 여기에 그림을 보고 글쓰기와 시를 읊으며 차를 마셨다.

음다(飮茶)는 문인들의 고상한 취미 중 하나였던 것이다.

다연의 대표적 작품을 하나 소개하자면 당연 송대 휘종(徽宗)의 <문회도>(文會圖)일 것이다.

휘종은 차 애호가이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황제였다. 문회도는 문인들이 연회에 참가하는 전형적인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에서 문인들이 차를 마시며 담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또한 그림 하단에 하인들이 차를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에는 다기들이 안치돼 있고 대나무 바구니 안에는 찻잔 받침들이 있다. 이렇게 정취가 풍부한 환경의 연회를 통해 생활의 긴장과 엄숙함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산수공간에서, 또는 자신들의 개인 서재나 정자 등 그들만의 공간에서 차로써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자 했음을 다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재관 작 < 오수도> ⓒ 삼성미술관
이재관 작 < 오수도> ⓒ 삼성미술관

고려 이후 조선까지의 문인들이 차를 마시는 장소는 홀로 독서하는 서재나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방이었다. 조선후기 화가 이인문의 그림에는 누각이나 정자에서 차로 담소를 나누는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전해 내려오는 다화로 인해 차 문화의 환경·인물·기물·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문인들의 여러 다화엔 그 시대 문인들의 정서와 정신 미의식, 감성까지도 알 수 있다.

또한 예술적 가치와 정신세계를 차 그림을 통해 연구하기도 한다.

바쁜 현대생활에 넘쳐나는 건강기능식품과 음료들이 영양학적으로 육체에 이로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잠시 내려두고 옛 문인들과 같이 시간과 정신의 여유를 차와 함께 느껴 보길 추천한다.

필자 역시 하루의 고단함과 짧게 지나가는 이 계절의 아쉬움을 차 한 모금으로 한강 다리 위를 달리는 차(車)의 속도에 같이 실어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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