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침서2⑦/가상대담] 장종화 vs 강민진…“82년생 김지영, 여성 겪는 일상적 차별 보여줘”
[청년지침서2⑦/가상대담] 장종화 vs 강민진…“82년생 김지영, 여성 겪는 일상적 차별 보여줘”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1.20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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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 대변인‧정의당 강민진 대변인
장종화 “사회적 차별과 내 삶의 힘듦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강민진 “90년대 생 여성도 여전히 성차별적 문화 경험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청년지침서 시즌2 일곱 번째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 대변인(우)과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좌)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지원 기자
청년지침서 시즌2 일곱 번째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 대변인(우)과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좌)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지원 기자

바야흐로 갈등의 시대다. 기성세대의 주요 갈등이던 지역갈등과 진영갈등을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청년 세대에게도 새로운 갈등이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젠더갈등’이다. 그리고 그 갈등의 중심에는 페미니즘의 대명사로 불리는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20‧30대를 주축으로 10대까지도 남녀가 반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펼쳤지만, 좀처럼 정치권에서는 젠더갈등이 부각되질 못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 대변인이 10월 31일에 발표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논평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에도 젠더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이 11월 1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인권에 관한 영화를 두고 여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 고작, 남자도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민주당은 3일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점이 있다”며 장 대변인의 논평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시사오늘>은 청년지침서 시즌2 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두 대변인을 모셨다. 장종화 대변인(이하 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민진 대변인(이하 강)은 11일 정의당 당사에서 만났다. 두 대변인에게 다른 날짜에 같은 질문을 던졌으며, 각각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젠더갈등
“한국만의 독특한 페미니즘 존재하는 건 아니야”

장 대변인은 "사회적으로 겪는 차별과 내 삶이 힘든 것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장 대변인은 "사회적으로 겪는 차별과 내 삶이 힘든 것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젠더갈등의 표현 양상을 보면, ‘차별’을 얘기하는 여성과 ‘역차별’을 말하는 남성의 구조를 보인다.

장) “여성이 ‘살아오면서 차별을 받아왔다’고 하면, 남성은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을 보면 ‘내가 한 적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했어야 차별이 생기는 게 아니지 않나. 오히려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겪는 차별과 내 삶이 힘든 것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모든 사안이 갈등화 되는 현상 속에서 그 둘이 뒤섞여 뭉뚱그려져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강)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싸고 일부 젊은 남성들이 했던 말은 ‘50년생이면 이해해도 80년대 생이 무슨 성차별 당했냐’는 것이다. 또 ‘80년대 생은 그럴지 몰라도 90년대 생은 그런 게 없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남성이 차별 받는다고들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95년생이지만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남 일이라고 도저히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지 않는 여성이 대거 젊은 세대에 등장했다는 것만 달라졌지, 성차별적인 문화를 포함해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기존의 가부장제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또 여성으로서 아이를 낳는다면 자신의 삶, 자신의 꿈,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90년대 생인 내게도 있다. 실제로도 2016년 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 여성과 남성을 비교했을 때 결혼 후 5년 이내에 경력단절이 되는 비율을 찾아보니 여성이 9배 높다고 나타났다.”

- ‘페미니즘은 좋지만, 한국의 페미니즘은 변형됐다’는 평가가 있다. 이 평가를 어떻게 보나.

장) “우리나라만의 유난히 독특한 페미니즘 형태가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페미니즘이 변형됐다고 인식하는 분들은 페미니즘의 여러 유형 중 과격한 쪽의 페미니즘이 전체라고 착각한 것일 수 있다. 세상에는 양극단과 중간이 있는데, 극단을 페미니즘의 전부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게 전체 페미니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강) “외국에는 이상적인 페미니스틀이 있는데 한국의 페미니스트는 잘못됐다는 얘기는 현실과 맞지 않는 표현이다. 어느 나라든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잘못됐다’는 얘기를 한다. 이는 페미니즘이 싫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2. 82년생 김지영
강민진 “영화 속 모녀관계…여성들 연대 기억남아”
장종화 “아이 키우는 일, 내가 없는 삶의 허무감”

강 대변인은 "여성들의 연대가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강 대변인은 "여성들의 연대가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강) “김지영이 가족들과 밥을 먹으면서 처음 취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가 김지영에게 ‘나대! 막 나대!’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주된 관계에 남녀관계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할머니부터 엄마, 김지영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모녀관계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남자 형제들에 비해 교육적인 혜택에 있어 차별을 받았던 엄마들 밑에서 자란 세대가 우리 90년대 생인 것 같다. 그래서 엄마의 덕을 많이 본 세대기도 하다. 또 엄마들의 ‘내 딸은 그렇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희생과 헌신으로 기회를 더 많이 얻어 교육을 받게 된 세대다. 

그래서 한편으로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감이 있으면서도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우리 세대의 여성인 것 같다. 김지영의 엄마가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을 못 받았지만, 김지영은 대학까지 보냈듯,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김지영도 아마 딸은 그런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쓸 거다. 모녀관계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연대가 기억에 남는다.”

장) “나도 애가 셋이다 보니, 정유미 씨가 아이를 아침에 옷 입혀서 유치원 보내고 저녁 때 아이를 재우고 석양이 질 때 쯤 베란다에서 해가 지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키우는 삶을 계속 살다 보면 내가 없어지고 아이의 엄마, 아이의 아빠로 내가 없는 삶에 대한 허무감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 영화에서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봤나.

강) “책 중에서 영화화되는 책은 극히 일부지 않나.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상업적인 가치가 인정돼야 영화되는 건데, 페미니즘의 대명사로 공격받던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됐다는 게 희망적인 메시지로 읽혔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젠더갈등 또는 여성 인권 문제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이자 관심사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희망적으로 봤다.”

장) “한국 사회에서 한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불공평하고 차별적인 것들을 영화에서 보여줬다. 영화와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사는 삶이 어떠한 힘든 점이 있고, 어떠한 차별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개선하고 없애나갈 수 있을까의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 김지영이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궁극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가.

강)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여성이 차별받고 있고 이건 부정의한 일이라는 걸 사회 보편의 상식이 돼야 한다. 결국 어떤 차별을 당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가 ‘네가 당한 일은 부정의한 일이다’라는 걸 인정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이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장) “그 트라우마의 핵심은 내가 없는 삶이다. 직장도 있고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의욕적으로 하다가, 아이 때문에 자기 의지에 반해서 회사를 그만두지 않나. 집에서 24시간 365일 아이만 보다보면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그런 갑갑함이 반복돼 우울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나를 인정하고 이해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최우선적으로 들어야 해결할 수 있다.”

 

#3. 영화 속 다섯 가지 키워드
장종화 “제도적 변화,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해결돼”
강민진 “내 삶이 성차별이 아직 남아있음을 증명해”

기자의 질문과 인터뷰이의 답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인 인터뷰다. 하지만 이번 가상대담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재 중 △몰카(불법촬영) △경력단절 △가부장제 △유리천장 △맘충 등 총 다섯 가지 키워드를 기자는 그저 ‘던지기만’ 했다. 각 키워드에 대한 장 대변인과 강 대변인의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여과 없이 담았다. 

장 대변인은 "몰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여성에 대한 차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장 대변인은 "몰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여성에 대한 차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키워드1. 몰카(불법촬영)

장) “대부분 몰카라는 게 거의 여성을 대상으로 나타나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그걸 느낀다는 부분은 다른 것 같다. 몰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여성에 대한 차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다. 몇 몇 사람들의 행동으로 여성들의 일상 자체가 불안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아직 제도적 해결이 되고 있질 않아 안타깝다.”

강) “불법촬영이야 말로 10대 20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청년 세대의 여성이 겪는 새로운 여성 폭력이다. 길거리나 공중화장실만 가도 뭔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은 젊은 여성 모두가 느낄 거라 생각한다. 불법촬영물에 내가 불법촬영이 돼서 온라인 공간에 올라갔는데 내 주변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 친척이 봤을 때, 그 공간에서 살아갈 수 없을 거란 걸 너무 잘 알지 않나. 

영화에서도 나왔듯 회사 동료들이 몰카가 설치된 걸 알고도 오히려 돌려본다.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그런 것 같다. 내가 언제 어떻게 여성으로서 폭력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 그것이 일어났을 때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나를 지지하기 보다는 비난하거나 수치심을 주거나 희롱할 수 있다는 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불법촬영 같다.

또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이 겪는 불법촬영에 대해 얘기하면 ‘남성도 찍힌다’고 반격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고 불법촬영 찍히는 건 일상이고 규범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몰카에 찍히는 건 일상적이지 않은 예외적인 사건이니 기사거리가 되는 거다. 여성이 당하는 성폭력 하나하나 기사거리 안되지 않나. 무엇이 일상이고, 무엇이 예외적 사건인가를 보면 남녀의 상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 키워드2. 경력단절

장)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는 있어도 경단남은 잘 쓰이지 않는다. 경단녀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부터 경력단절은 여성에 더 집중되는 문제라는 게 드러난다. 경력단절의 이유가 결혼-출산-육아인데, 그중 육아가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생긴 문제다. 육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을 하고 대우를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단절된 이후 다시 일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강)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앞 다퉈서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정책을 남발했다. 하지만 나는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게 대책이 아니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여자 혼자 육아휴직을 쓰고 이게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깰 것인가가 관건이다. 외국처럼 육아휴직을 양 부모가 있다면 같이 쓰도록 유도하고, 어느 정도 강제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육아를 개별 가정의 몫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 육아를 공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결국 가족이 책임지는 건데, 그 가족 중에 누가 책임지는가를 보면 여성이 독박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를 함께 접근하는 게 맞다고 본다.”

- 키워드3. 가부장제

장) “가부장제는 각각의 성에 성역할을 고정하는 게 크다. 가부장제는 성별을 넘어 모두에게  피곤한 문화다. 지금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고착화 시키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가부장제가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건 결혼 문화 같다. 사랑하는 사람 둘이서 결혼하는 건데 집안 대 집안이 만나 온 친척과 결혼하는 것이 되는 현실이 가부장제의 가장 큰 폐해라고 생각한다.”

강) “최초로 느낀 성차별은 어릴 적 교회에 다닐 때 왜 하나님 아버지인가였다. 왜 신은 남자일까, 왜 신을 대리한다는 목사님 등은 남자일까. 교회에서도 여자는 정숙해야 하고 남자에게 순종해야한다는 설교도 들었다. 초등학교 때도 같은 행동을 해도 남자와 여자들이 했을 때의 선생님의 반응이 달랐다. ‘여자애들이’로 시작되는 말들. 중학교에 가니 갑자기 여자들은 강제로 치마 교복을 입게 됐다. 치마를 입으니 당연히 생활 반경과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여학생들의 성적이 남학생들보다 높아지기 시작한 세대가 우리 세대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여학생들은 이미 취업 시장에서 얼마나 불리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의 격차는 성차별을 당하게 될 미래를 대비해 보려는 여학생들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내 삶이 성차별을 증명하고 있는데, 이제 더 이상은 성차별은 없다, 남성이 오히려 차별 당한다는 말을 들으니 당연히 반발심이 생긴다. 그게 아닌데.”

- 키워드4. 유리천장

장) “이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수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리천장이 있다. 이는 경력단절, 육아휴직으로 인한 중도퇴직으로 계속 일하는 여성의 절대 수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크다. 또 업무환경 자체가 남성이 일하기 편한 구조로 구성돼 있는 것도 이유다. 예를 들어 야근을 하려면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있으면 아이는 또 아내에게 보라고 하니, 여성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없는 업무 환경인 것이다.”

강) “어느 직장에서나 선배들이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에서 여성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거다. 아무래도 남자 선배들은 남자들을 챙기게 되고, 무엇보다 여성이 취업 과정에서 조차 안 뽑히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런데 이를 두고 20대 남성들은 그런 성차별을 우리 세대가 아닌 윗세대들이 한다고 억울해한다. 한편으론 맞는 말이다. 취업에서 떨어트린 면접관이 20대는 아니고, 여직원들이 임신했다고 내보내는 사람들도 20대가 아니라 윗세대 남자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20대 남성들이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구 50%보다 유리한 지점을 하나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다. 경쟁자인 여 사원보다 사회 편견 덕분에 승진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된 거다.

또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자와 남자 중 누가 더 유능하냐는 질문에, 남성은 여성이 학교 다닐 때는 더 유능하지만 취업 후에는 남성이 더 유리하다고 답했다. 성별에 따라 유능한 현상이 있다면 이는 사회적인 원인이 있을 텐데, 20대 남성들은 20대 여성이 일을 잘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성차별적인 인식으로부터 20대 남성이 온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 키워드5. 맘충

장) “모든 것이 갈등화 되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가 맘충이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귀찮고, 피해를 주면 나쁜 걸로 취급하는 거다. 육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강) “맘충과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이면서 아이에 대한 혐오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인구 재생산을 위해 애를 낳으라고 하지만, 애를 키우는 건 공적 영역에서 벗어나 숨어서 하라는 게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이다. 인구 재생산을 하고 싶다면 아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아이들을 사적인 영역 어디로든 어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격리시키곤 한다. 아이에 대한 돌봄 노동이 공적 영역으로 보였을 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 이 싸움은 굉장히 중요하다.”

 

#4. ‘82년생 김지영’ 논평 논란
장종화 “영화를 남녀대결로 소비되면 안 된다는 것이 논평의 본질”
강민진 “여성 차별에 남성 차별을 말하는 건 현실 지워버리는 말”

강 대변인은 "그 논평을 20‧30대 남성의 인식을 보여준 논평이라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강 대변인은 "그 논평을 20‧30대 남성의 인식을 보여준 논평이라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 논평에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

장)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느낀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겪는 일상적인 차별을 표현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논의가 진행돼야 하지만, 내가 보기엔 남녀대결의 요소 중 하나로 소비되기만 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그렇게 소비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 얘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마치 ‘남자도 힘들다’는 얘기를 하려고 글을 쓴 것처럼 오해받게 돼서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받아들여 화가 나신 분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 논평에서 반박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

강) “나는 그 논평을 20‧30대 남성의 인식을 보여준 논평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얘기하면 남성도 차별받는다고 얘기하는. 이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분명 남성들도 고통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도 이만큼 차별받고, 남성도 이만큼 차별받으니 우리 그냥 사이좋게 지내자라고 하면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다. 여성 차별에 대해 얘기하는데 거기에 남성 차별을 말하는 건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을 지워버리는 말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남성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남성의 역할을 거부하겠다, 또 남녀 평등한 사회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했더라면 여성들의 동료가 됐을 것이다.

페이스북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논평 중에 학창시절에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따귀를 맞고 군대에 가서 욕을 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학생에 대한 체벌과 폭력의 문제는 학생 인권의 문제다. 체벌이 줄어든 건 남성의 지위가 올라가서 줄어든 게 아니라,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점차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여성 대 남성으로 볼 게 아니라 아동의 문제, 청소년 인권의 문제로 봐야하는데 남성이라는 이유로 맞았다는 건 이상하게 들린다. 

또 군대 문제도 마찬가지로, 이는 남자들의 권한이 올라가서 줄어든 게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 인권 의식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의 증진이 학교에서의 아동 학대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병사들의 폭력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데, 남자라는 이유로 더 맞았다고 접근하는 건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관점이다.”

앞서 장 대변인은 “거꾸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았을 것”이라며 △초등학교 시절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은 일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들은 일 △키 180cm 이하는 루저(loser)가 되는 일 등을 언급한 바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 “한편으로 내가 95년생이라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세대는 다행히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 대중화됐고, 페미니스트 동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세대기 때문이다. 이건 윗세대 선배 여성들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또 후대 세대의 여성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우리가 책임 있게 그런 고민을 하려면, 정치적인 공간이 여성에게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대중들의 목소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정치가 이걸 감당할 역량이 안 된다. 21대 총선에는 보여주기 용이 아니라 실제로 당에서 청년 여성에게 권한을 주고, 지금 20대 여성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당사자가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논평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성이 힘든 만큼 남성도 힘들다는 걸 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원인 제공이 된 부분은 안타깝지만, 이를 갈등의 소재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생각이다. 이번 기회를 삼아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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