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정치적 계산으로 폄하되는 ‘김세연 불출마’…한국당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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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정치적 계산으로 폄하되는 ‘김세연 불출마’…한국당의 한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1.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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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요구 목소리 분출될 때마다 ‘프레임 전환’으로 좌절…김세연 불출마도 힘 잃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지난 17일, 김세연 의원이 전격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뉴시스
지난 17일, 김세연 의원이 전격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뉴시스

지난 17일, 김세연 의원이 전격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PK(부산·경남) 지역 3선 중진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 원장 등의 중책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의 불출마는 당내에 불고 있는 ‘용퇴론(勇退論)’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결단이 ‘정치적 계산’으로 폄하(貶下)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당내에서는 “부산시장 출마를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노리는 김 의원이 이미지 관리 겸 명분 쌓기 용도로 ‘불출마 카드’를 활용했다는 논리였다.

이러자 김 의원의 ‘충격 요법’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국민에게 버림받았다’는 뼈아픈 진단이나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는 등의 메시지는 금세 사라졌고, 김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한 정치적 예측만 남았다. “부산시장 출마설은 제 주장을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논리”라는 해명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당의 이 같은 모습은 처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패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現 한국당)은 야권 분열이라는 호재(好材) 속에서도 원내 제1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가 활동할 정도로 친박계의 전횡(專橫)이 극에 달하면서 민심이 돌아선 탓이었다.

하지만 당시 지탄을 받은 것은 친박계가 아니라 김무성 대표였다. 이른바 ‘옥새 파동’이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비난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로써 친박계는 계속해서 당권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이런 모습은 반복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던 것은 제20대 총선 참패로 한국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정치 지형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뀐 탓이 컸다. 그리고 총선 참패는 친박계의 ‘비박계 공천 학살’이 촉발한 공천 갈등 탓이었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미 탄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었음에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비박계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중도보수의 마음은 한국당으로부터 더더욱 멀어져갔다. 문제의 핵심은 내버려두고 애꿎은 희생자만 생산한 것이 한국당, 나아가 보수가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 원인인 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도양양한 젊은 정치인의 자기희생 결단으로 한국당에 기회가 왔다. 기회가 온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라며 “그 절호의 기회가 공중분해 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도 부족할 판에 유에서 무를 만드는 정당. 타이밍도 놓치고 밥상도 걷어차고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정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연 한국당이 번번이 기회를 놓치며 ‘유에서 무를 만드는 정당’이 돼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 한국당이 반드시 답을 찾아야만 하는 질문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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