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론 뒤에는 ‘지방선거 출마론’…“지방자치는 없다”
쇄신론 뒤에는 ‘지방선거 출마론’…“지방자치는 없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9.11.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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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포기 후 지방선거 노린다"…풍문 뒤엔 정당공천제 폐해
실제로 광역단체장 16명 중 10명이 중앙정치 경력…한계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선거철마다 ‘모 중진 의원이 총선이 아닌 다음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왜 나올까? 그 배경에는 지방정치가 중앙당에 좌우되는 지방분권 현실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선거철마다 ‘모 중진 의원이 총선이 아닌 다음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왜 나올까? 그 배경에는 지방정치가 중앙당에 좌우되는 지방분권 현실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 및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출마 인사들이 ‘총선이 아닌 2022년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정치권에 파다하다. 여기에는 인적쇄신론을 폄하하고 세대교체를 거부하려는 당 기득권의 ‘음모론’이 숨겨져 있다지만, 배경을 살펴보면 지방정치가 결국 정당의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현실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불출마 러시 속 불거진 '지방선거 출마 음모론'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철희 의원을 시작으로 표창원 의원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용득 의원 등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안에서는 중진이 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의 용퇴(勇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철희 의원은 당내 인적 쇄신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정치세대로서의 86세대는 이제 어지간히 했다”며 “젊은 세대에게 문을 열어주는 식으로 ‘판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외부 압력으로 불출마 가능성이 높아진 ‘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2022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인영·우상호·임종석 등 86 대표주자들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비롯해, 불출마가 점쳐지는 몇몇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향으로 가서 도지사에 출마한다”, “현역 시절 지역구였던 곳의 시장으로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황교안·나경원 등 당 지도부 중진들의 물갈이를 요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3선)을 향해서도 당내에선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냐는 ‘부산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김 의원의 자기희생을 폄하하고 용퇴론을 무마시키려는 기득권들의 음모론”이라며 “이런 구도가 선거철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당이 인적 쇄신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불출마 결단을 이미 내렸거나 고심 중인 인사들을 향해 ‘지방선거 출마설’을 내미는 것에는 당 기득권의 음모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를 펼쳐야 할 '지방 인사'를 중앙당이 좌우하는 ‘정당공천제’가 불러오는 문제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난 4월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해왔던 사실이다. ⓒ뉴시스
행정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를 펼쳐야 할 '지방 인사'를 중앙당이 좌우하는 ‘정당공천제’가 불러오는 문제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난 4월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해왔던 사실이다. ⓒ뉴시스

“총선 대신 지방선거, '2안' 택한다”… 소문 뒤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해

다만 일각에서는 음모론이 나올 수 있도록 조성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방선거가 사실상 중앙당 세(勢)싸움에 의해 좌우되고 있어, 풀뿌리 지방자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현 광역자치단체장 16명 중 일명 ‘뱃지’ 출신, 즉 중앙정치 경력이 있는 사람은 16명 중 10명으로, 총선에서 낙선했던 사람까지 포함하면 13명이 된다. 출마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지역구 의원을 한 사람도 2명이다.

이처럼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 정국’에서는 불출마를 요구받았거나 불출마 의사를 밝힌 중진들이 다음 지방선거 준비로 선회하는 일이 허다하다. 겉으로는 총선을 대비하면서도 물밑에서 지방선거 조직을 정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당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 아니면 지선(지방선거)으로 갈 수 있다는 게 무엇이겠느냐”며 “지선이 인적 쇄신을 위해 퇴진해줘야 할 의원들의 '2안'으로 부상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행정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를 펼쳐야 할 후보를 중앙당이 좌우하는 ‘정당공천제’가 불러온 문제점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당의 전략 공천으로 ‘컷 오프’ 됐던 한 예비후보는 이날 기자와 만나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는 그냥 하향식 공천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지방선거는 중앙당에 의해 철저히 좌우되는 조직 싸움이다. 특히 지역구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결국 중앙 장악력이 큰 사람이 이긴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4월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해왔던 사실이다.

진 장관은 장관직을 역임한 후에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선 기초의회나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부터 없애야 한다”면서 “지역마다 특색 있게 발전하려면 중앙정치에서 떨어져야 하고, 지방이 자율적으로 나가려면 정당 귀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초 지역부터라도 정당공천제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안형기 건국대학교 행정학 교수도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서 발행한 〈지방행정〉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막대한 선거자금이 소요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정당공천제”라며 “정당공천과정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와 공천과정의 비리 양산, 정치신인의 등장곤란, 지방자치의 자율성 저해 등을 초래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안 교수는 이어 “정당공천제는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 공천과정, 후보경선과정, 나아가서 당선이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며 “결국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정당공천의 본래의 취지와 상관없이 풀뿌리 민주주의 참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생활자치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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