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철퇴 가한 문재인 정부, 제 눈의 들보부터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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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철퇴 가한 문재인 정부, 제 눈의 들보부터 보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1.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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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화자찬·아무말 대잔치, 정부 앞 잔칫상부터 엎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총 사업비 7조 원, 공사비 2조 원에 달하는 서울 '한남 제3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한남3구역)이 혼돈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서울시는 한남3구역 현장점검 결과 여러 위법 사실이 확인됐다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들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합에는 시공사 선정 입찰 자체를 무효화하라는 초강수를 뒀다.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을 품에 안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건설사들은 순식간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됐고, 새 집 마련과 시세차익의 꿈에 부풀었던 조합원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잔칫상을 제대로 엎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칫상'은 중의적이다. 한남3구역 수주전은 '아무말 대잔치'였다. 건설사들은 90년대에나 볼 수 있을 법한 근거 없는 비방, 흑색선전, 네거티브, 접대, 불법행위 등을 자행했고, 누가 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들을 제안서에 담아 무책임하게 조합을 속였다. 조합도 마찬가지다.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 일부 조합원들은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로 일대 시장을 어지럽혔고,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특정 건설사 편에서 여론을 조성했다. 이 같은 아무말 대잔치에 정부는 강력한 철퇴를 가했다. 결과적으로 자업자득인 셈이다. 선량한 영세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게 됐지만, 정부의 이번 철퇴는 분명 정의로웠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위법행위를 단속하고,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합당한 조치임에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건 아마도 현 정권이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 눈에 티끌만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부동산 대책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추진됐다. 적폐청산이라는 기조 아래 투기세력을 절대악으로 규정한 정부는 연일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정부가 집중 타깃으로 삼은 서울·수도권 집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한 반면, 지방 집값은 몇몇 광역시를 제외하곤 저출산·고령화와 국가불균형발전으로 줄곧 하락세다. 이 같은 현상은 내수 경기 침체, 글로벌 경제위기 등과 맞물려 더욱 증폭됐고,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한 사람들은 집을 '사는'(live) 것이 아니라 '사는'(buy)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 집값 폭등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아직 임기가 반 정도 남은 만큼,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자. 문제를 삼고 싶은 부분은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문 대통령의 취임사와 다른 길을 걸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 정책에도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동작구 흑석동, 과천 등 여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역이 제외된 것이다. 두 지역은 누가 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야 마땅한 곳이었다. 부동산시장 구성원들이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허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보인다.

공수표도 남발했다. '광역교통비전 2030'이 차기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10년 이상 걸린다고 입을 모으는 GTX의 조기 완공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서울 주요 간선도로에 대심도 지하도로를 짓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복층화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수도권 주요 지역과 서울 도심을 30분대에 연결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한남3구역의 아무말 대잔치와 무엇이 다른 지 의문이다. 정부 논리대로면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여의도·용산 통개발 언급으로 서울 집값 폭등을 야기한 서울시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정의로운 철퇴를 내린들 어떤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겠는가.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 눈에 티끌만 보고 있는 정부에 대한 시장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정작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잡았다며 스스로 자화자찬까지 했다. 아무말 대잔치 속에 자화자찬 잔칫상까지 차린 셈이다. 부동산 대책이 동력을 얻으려면 정부부터 자신의 앞에 차린 잔칫상을 스스로 엎어야 한다. 국민들은 정의로운 철퇴를 원하지, 척하는 철퇴를 원하지 않는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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