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➀] 선거법 계산기… ‘매직넘버’를 찾아라
[선거법 개정➀] 선거법 계산기… ‘매직넘버’를 찾아라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9.11.28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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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비제 225+75’… 민주당 변심으로 무산될 가능성 높아
‘준연비제 250+50’… 민주당 ‘내부설득용’ 카드, 성공할까?
‘준연비제 247+77=330’…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 '제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시사오늘〉은 현재까지 정치권에 떠도는 제안서와 그것이 추진될 경우의 시나리오를 모두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 여부는 자유한국당의 투쟁과 상관없이 ‘민주당의 내부 설득’에 달려 있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시사오늘〉은 현재까지 정치권에 떠도는 제안서와 그것이 추진될 경우의 시나리오를 모두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 여부는 자유한국당의 투쟁과 상관없이 ‘민주당의 내부 설득’에 달려 있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드디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을 향해 ‘일주일간의 집중 협상’을 제안하며 여야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야당은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없을 것”이라며 콧방귀를 뀌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는 여야의 ‘밥그릇 계산’이 첨예하게 얽혀있다. 현행법상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다. 여기서 지역구를 줄이면 누가 이득을 보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누가 손해를 보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차이는 무엇이며, 정의당을 비롯한 야3당은 왜 역적을 자처하면서까지 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하는가. 

이에 〈시사오늘〉은 현재까지 정치권에 떠도는 제안서와 그것이 추진될 경우의 시나리오를 모두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 여부는 자유한국당의 투쟁과 상관없이 ‘민주당의 내부 설득’에 달려 있었다.

시작부터 반대했던 한국당 등을 제외하고서라도, 민주당 내 당론 불일치 및 야당 호남계의 반대로 이 ‘1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시작부터 반대했던 한국당 등을 제외하고서라도, 민주당 내 당론 불일치 및 야당 호남계의 반대로 이 ‘1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1안, ‘준연비제 225+75’… 민주당 변심으로 무산될 가능성 높아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지난 4월 통과시킨 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준연비제)’에 ‘225+75’ 구도다. 지역구 의석은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어난다.

준연비제에 따라 정당득표율은 절반만 연동되는데, 1안의 의석 배분 과정은 다음과 같이 복잡하다. 

➀총 의석수 300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눈다. ②배분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다. ③그 수의 절반만 먼저 비례대표 의석으로 가져간다. ④다시 비례대표 75석 중 ‘잔여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또 나눠 갖는다.

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정의당을 예시로 설명해보자.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의 정당득표율은 7.23%였으며, 지역구는 2석, 비례는 4석을 얻었다. 1안이 통과되면 정의당은 비례대표에서 ‘(300×0.0723-2)×0.5=9.845’, 10석을 우선 보장받는다(소수점 첫째 자리는 반올림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잔여 비례 의석 3석까지 얻으면, 최종적으로 15석을 확보하게 된다.

6석이 교섭단체에 가까운 15석으로 껑충 뛰는 셈이니, 정의당으로선 사활을 걸고 집중해 매달려야할 문제다.

그러나 민주당(지역구 110석)과 한국당(지역구 105석), 거대 양당에겐 메리트가 없다. 이들은 이미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을 넘어선 상황이다. 게다가 1안으로 가면 지역구 의석수는 28석이 줄어들고, 선거구 26곳이 통·폐합 대상으로 넘어간다. 재선을 준비하는 기존 의원들에겐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에게 “민주당은 절대 (1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 내부에서도 합의를 못 봤다”며 “막판에 한국당 탓하며 흐지부지 시킬 것”이라고 확언했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민주당에게 선거법과 묶여 있는 공수처는 아주 좋은 핑계”라며 “한국당이 조국 운운하며 공수처를 물고 늘어지면, 민주당은 한국당 (패스트트랙 반대) 운운하며 선거법도 공중분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5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밀어붙이지 말고 한국당과 협상하자”는 ‘1안 유보’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1안’은 거대 양당뿐 아니라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당권파(호남계 다수)에게도 반가운 제안이 아니다.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가 조정되면 호남 지역에서만 총 7곳의 지역구가 통폐합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작부터 반대했던 한국당 등을 제외하고서라도, 민주당 내 당론 불일치 및 야당 호남계의 반대로 이 ‘1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250(또는 240)석, 비례대표 50(60)석의 ‘2안’은 지역구 의석수를 최대한 적게 줄이면서도, 정당 득표율을 반영을 높여 사표(死票)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뉴시스
지역구 250(또는 240)석, 비례대표 50(60)석의 ‘2안’은 지역구 의석수를 최대한 적게 줄이면서도, 정당 득표율을 반영을 높여 사표(死票)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뉴시스

◇2안, ‘준연비제 250+50’… 민주당 ‘내부설득용’ 카드, 성공할까?

‘패스트트랙 원안’이었던 1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지니, 20대 국회 내내 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했던 의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전면 부결되는 것보단 반대파를 최대한 포용할 만한 중재안을 내놓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지역구 250(또는 240)석, 비례대표 50(60)석의 ‘2안’이다. 지역구 의석수를 최대한 적게 줄이면서도, 정당 득표율을 반영을 높여 사표(死票)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는 총선 전까지 한국당과의 연합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 ‘보수의 대안’으로서 정당득표를 노려야 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변혁)와 우리공화당 세력까지 ‘찬성파’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을 지녔던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승민의 변혁 또는 다른 보수 세력이 정당득표율을 3% 이상 얻을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들도 (연비제를) 적극 찬성하고 싶을 것”이라며 “대략 6석을 얻을 수 있는 정당득표율 3%가 사실상 ‘연비제 진입장벽’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연합을 노려야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반대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또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중진 우상호 의원도 지난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타협안을 만들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지역구 축소 폭과 비례대표 증대 폭을 좀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지역구 240석·비례대표 60석, 혹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이 그래서 나오는 두 안인데,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다른 야당 원내대표들과의 대화 속에서 타협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2안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중재안’이라기보다, 민주당 내 지역구 축소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내부단속용 카드’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당직자도 28일 통화에서 “당이 밀어붙였던 패스트트랙을 아예 없는 일로 만들 수는 없다는 맹점이 있다”며 “가장 최선의 안”이라고 덧붙였다.

2안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됐으며, 근본적 해결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겨우 (비례대표) 세 석 늘리려고 동물 국회가 되고 1년 이상 격렬한 대립을 했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뉴시스
2안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됐으며, 근본적 해결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겨우 (비례대표) 세 석 늘리려고 동물 국회가 되고 1년 이상 격렬한 대립을 했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뉴시스

◇3안, “의원정수 확대하자”…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 '제로'

다만 2안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됐으며, 근본적 해결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겨우 (비례대표) 세 석 늘리려고 동물 국회가 되고 1년 이상 격렬한 대립을 했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야당 측에서는 ‘250+50’을 받는 대신 기존 ‘준연비제(연동률 50%)’를 ‘연비제(100%)’로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이 이 제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상호 대표는 “100% 연동률의 연비제로 총선을 치르면, 지역구 의석이 많은 거대 양당에겐 상당히 불리하다”며 “지금처럼 (여당이) 지역구 의석을 110석 이상 가져간다고 봤을 때, 연비제로 계산하면 30% 이상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도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선거법 개정에 당운을 걸고 있는 정의당을 비롯한 바른미래 당권파 및 평화당은 사회 원로들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야3당 대표와 사회 각계 원로들은 지난 25일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사회 원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재 지역구 의원 정수를 그대로 유지해야겠다면, 국민 여러분의 비난을 듣더라도 국회의원 수를 30명에서 60명까지 늘려야 한다”며 “지역구 의원을 대폭 줄이려 할 경우, 여야공조를 만들어 정치개혁 입법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마찬가지로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도 25일 기자들과 만나 “(의원정수 확대로) 국민께 역적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이러지 않고서는 한국당까지 (선거제 개혁에)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3안’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다. 실제 민주당·한국당 및 변혁 측도 “의원 수를 늘릴 수 없다”며 전면 반대에 나섰다. 

정치 무관심을 넘어선 ‘정치혐오’의 시대에서, 의원을 늘린다는 것은 선거를 앞둔 당에 역풍(逆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강 대표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이상적인 방안은 맞다. 개헌특위 자문위원에서도 참석한 모든 전문가들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면서도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지레 국민들과 언론의 거센 비난을 예감해 겁을 내서 찬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오늘〉 요약

민주당 및 야4당(바른미래+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이 뭉친다면, 선거법 개정안은 사실상 ‘한국당 패싱’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의 ‘225+75(1안)’은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지는 것을 내심 두려워한 민주당 내부 반대로 통과 가능성이 낮으며, 대안으로 떠오른 ‘250+50(2안)’은 ‘애매하다’는 비판이 나오긴 하지만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247+77=330(3안)’은 역풍을 두려워하는 국회의원들이 차마 입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선거법 통과의 최대의 적은, 민주당 내부에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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