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총선 때면 반복되는 그들만의 리그”
[박동규의 세상만사] “총선 때면 반복되는 그들만의 리그”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19.11.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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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단식투쟁도 투쟁 자체가 목적 아닌 타협 위한 수단돼야
자유한국당, 국민 공감 받는 의회내 다양한 합리적 투쟁으로 전환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요즘 정치권과 언론의 핫플레이스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농성 중인 청와대 앞 분수광장이었다.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8일차이던 28일 늦은 밤 황 대표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회복은 됐지만 이날(28일) 기준 중단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소식에 그저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단식농성장에는 각 당 대표나 주요 인사들이 밤낮없이 찾아와 중단을 촉구해 왔다. 이들은 단식 농성하는 사람의 건강을 우려하면서도 언론 앞에 나와선 자기들 입맛에 맞는 각 당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첨예한 대립의 핵심은 이른바 공수처법과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통과 여부다. 한쪽에서는 철회를 위한 단식농성을, 다른 한쪽에서는 통과를 위해 단식농성 중단을 촉구하는 묘한 풍경이 진행되고 있음이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선거법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검찰개혁이 포함된 공수처 법안은 12월  3일 본 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후에는 민주당과 이 법안에 찬성하는 야당이 공조하면 언제든지 상정되고 표 대결로 갈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선거법 개정 반대에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 수가 증대되는 것 관련 국민적 반발 우려 등 이리저리 저울질하며 막판 눈치 보기로 임하고 있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아예 당론이란 게 공중분해돼 있다. 당권파와 유승민 계파가 분열돼 사실상 분당 수준이다. 두 개 법안에 대해 입장이라도 같다면 모르지만 유승민 전 대표를 위시한 소위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측은 한국당과 공조해 두 법안 모두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권파 측은 정의당을 비롯해 나머지 정당이나 정파와 합세해 어떻게든 선거법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진보적, 개혁적이라는 정의당은 국회의원 의석수 증원에 가장 선두에 서있다. 소수정당의 의석 수를 늘려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취지는 이해된다. 국민들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원들한테 주는 돈을 줄이자는 대안도 내놓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단식 8일째 되던 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단식 8일째 되던 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뉴시스

 

검찰개혁이 어디로 굴러가든, 공수처 법은 정치권의 별다른 관심이 못 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 즉 국회의원 정수를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를 갖고 흥정에 관심이 집중돼 있을 뿐이다. 공수처 법은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검찰개혁이기에 반대하기 힘들 것이란 것은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흥정거리일 뿐 최종 대상은 아닌 모양새다.

법안 처리를 놓고 엄청나게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것 같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결국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로 귀결된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로 설명되지만 국민들 눈에는 기득권 지키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는 당들은 억울할 것이다. 기존 양당체제로는 제대로 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면밀히 따져보면 틀린 주장도 아니다. 20대 국회 역시 싸움 국회, 양당 싸움으로 임기를 거의 마쳐가기에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한국당을 비롯해 몸은 바른미래당에 속해 있지만 맘은 이미 떠난 ‘변혁’ 측 역시 억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이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어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반대한다는 논리이다. 이 또한 외형상 틀린 주장은 아니다.

양 편 모두 이처럼 나름의 분명한 논리를 갖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이렇게도 풀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현 국회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지난 19代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때도 제3당이라도 나와서 양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돌풍이 불어  국민의당이 탄생했고 성공했다. 한국 사회도 다변화된 정당, 다양화된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제3, 제4당의 원내진출이 요구되고 있다. 거대 양당과의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한 기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은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민단체로부터 그리고 국민들의 여론은 다당제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는 것이 또 한편의 여론이다. 이런 사실을 반증하는 흥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얼마 전 MBC에 보도된 바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당제 선호 55.5%, 양당제 선호 31.3%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반대한다' 의견 46.3%, '찬성' 34.8% △국회의원 관련 예산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10% 이내에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의견이 72.9%로 찬성 20.2%를 압도 △국회의원 물갈이 폭은 50% 이상 대폭해야가 38.5%로 가장 높다.(MBC,11월 9일 보도)

쉽게 말하자면 국민은 현재 국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함께 ‘거대 양당체제’ 보다 다양한 국민 여론을 반영할 ‘다당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수 늘리는 건 반대’ 한다 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있는 국회의원 정수 내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국회를 구성하라는 말일 것이다. 

거대 양당 체제로 인한 극단적 투쟁과 비생산적 국회, 오로지 정권 쟁취 외엔 정당의 존재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또 양당체제가 지긋지긋하니 다당제가 좋다고 반응한다. 참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지만 언제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는 타협을 찾게 된다.

의석수 늘려야 한다는 당들은 이젠 의석수 330석이냐 360석이냐, 또는 지역구를 240석으로 하느냐, 250석으로 하는가 등등 국민 반발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타협의 접점을 찾으려 아등바등하고 있다.

당 대표가 목숨 걸고 선거법 개정, 국회의원 수 증원을 반대하는데 한국당 내에서조차 이젠 타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수처 법은 여당한테 협조하고 선거법은 막자는 등등.

만약 한국당이 국민들의 국회의원 수 증원 반대여론을 등에 업고 끝까지 죽기를 각오하고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면 민주당을 비롯해 찬성하는 당끼리 표결로 처리하든지 해야 한다.

한국당으로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다당제가 친 개혁적 성향의 제3,4당의 출현으로 민주개혁진영을 강화시켜 줄지는 선거 결과를 봐야 알기에 너무 섣부른 결론인 이유에서다.

이제라도 다당제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여망을 수렴하고, 국회 특권을 대폭 축소하면서 의원 정수를 최소화하거나 동결하면서 지역과 비례의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처리하는 것이 결국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정치적 셈법은 따로 있는 듯하다. 국민들의 거센 비판 여론을 다시 등에 업고 총선 때까지 그냥 민주당과 야합한 야당들이라고 총공세를 펴면서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나머지 야당이 강행 통과시켜도 한국당은 국민여론에 부응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데 반대했지만 힘이 부족했다고 하며 다시 순응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내 공수처 설치와 선거법 개정 반대 정파와 연대해 보수통합으로 총선을 치르면 한국당은 대의명분과 실리를 다 얻게 되는 셈이다. 선거 결과가 만일 한국당의 선전으로 나오면 황 대표와 한국당은 사실상 총선 승리로 판단할 것이라는 예상도 해 볼 만하다.

하지만 당장의 국민 정서는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제1야당의 합법적 의회 투쟁 수단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공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황 대표와 한국당이 진짜로 투쟁해 막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국민적 공감을 받는 투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고 타협을 위한 정치투쟁이지 투쟁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어느 나라보다도 정치에서 ‘단식투쟁의 미학’이 돋보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70,80년대를 거치면서 민주화를 위한 목숨 건 투쟁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키워온 자양분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고 그 촛불시민 혁명 과정에서 분출됐던 국민의 여망은 헌법 개정도 있었고 선거법 개정도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도 포함돼있었다. 정권 출범 초 모든 정당은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동의하고 지난 대선에서도 약속했다.

하지만 단식 투쟁의 모습도, 여야 개혁적 초심도 퇴색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안 그러면 정치권과 국회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벌이는 선거 게임의 룰 싸움이 국민들 눈에는 언제나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리그’로만 비칠 것이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前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  새정치민주연합 사무부총장 및 원내대표 정무특보
·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국립중앙청소년 수련원 이사
·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시사평론가
·  (사)희망래일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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