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바른미래당의 실험은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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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바른미래당의 실험은 실패했을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12.0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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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통합과 가치 화합 이룬 성과 등
진전된 의미 있었지만, 한계도 ‘뚜렷’
내년 총선서 “결과적 단일화” 전망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지금부터는 ‘반짝’하고 나타난 제3정당에 대한 얘기다. 제3당이 쇠락하지 않으려면 못해도 2등은 해야 한다. 85년 YS(김영삼)와 DJ(김대중)계 중심의 신민당은 12대 총선에서 2등을 했고, 민주화 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2등을 못하더라도 확실한 대권주자 급의 '왕벌'이 있어야 한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통일국민당은 그해 3월 14대 총선에서 단숨에 3등을 했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정 명예회장이 대선에서 3위로 낙선하고 의원직도 내려놓으면서 함께 사라져 갔다. 96년 15대 총선에서는 故김종필 전 총재를 구심점으로 신생정당 자민련이 3등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같은 해 20대 총선에서 일약 3등으로 올라섰다. 파란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 속으로 박제됐다.

‘3당의 잔혹사.’ 안 전 대표는 한국 정당 정치는 ‘3당의 잔혹사’라고 했다. 지난해 3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의 <한국정당정치사>를 읽었는데 제3당 역사를 중심으로 봤다”며 “짧으면 1년, 길면 11년을 넘지 못했다. 국민이 힘들게 만들어줬지만 당이 사라지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3당이 계속 3등을 하면 사라진다”며 “외연을 확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바른미래당이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바른미래당이 초창기 가진 실험적 노선은 실패한 것일까. 그에 대한 물음을 가져본다.ⓒ뉴시스
바른미래당이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바른미래당이 초창기 가진 실험적 노선은 실패한 것일까. 그에 대한 물음을 가져본다.ⓒ뉴시스


안 전 대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2018년 2월 유승민 전 대표와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출범했다. 대선에서 3위에 그치면서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흡수될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당을 지키려면 외연 확장 통합의 길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터다.

한국정당 정치사에서 볼 때 바른미래당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매우 남달랐다. 안 전 대표는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영남 기반의 바른정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과거 YS와 DJ도 못해낸 최초의 영호남 통합”이라며 지역주의 극복 정당사의 의의를 부여했다. 중도정당 사에 비춰, 양 거대 정당에서 갈라져 나온 합리적 진보와 개혁 보수 노선의 좌우 합체라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지점은 컸다.

여기에는 박주선·주승용·김동철·김관영 의원 등 호남 정치인들의 실험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의 길이야말로 호남민이 바라는 호남정치의 복원이라고 봤다. 호남 고립론이 아닌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실용적이면서 유연한 개혁노선을 지지했다.

자유한국당 출신 정치인들과 합칠 수 없다며 박지원 정동영 등 다수의 호남 대표 중진들이 국민의당을 떠나 민주평화당을 만들 때도 바른미래당이라는 바다로 나아간 이유였다.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유승민‧하태경’ 등 영남 정치인들이 갖고 있던 결심의 무게보다 그 중량감은 훨씬 컸으리라 짐작된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분당 일보직전까지 와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손학규 대표의 당권파와 호남계로 나뉜 지 꽤 됐다. 그렇다면 당의 실험은 실패한 것일까. 동서 화합, 좌우 통합의 시도는 무모했던 것일까.

‘회의적 관점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

한편에서는 이런 평도 나오고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최근 대화에서 “바른미래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체성이나 가치가 달라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 어느 면에서는 호남계가 더 보수 같고, 개혁보수를 피력했던 바른정당계가 더 진보 같은 면도 있다”는 전언이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호남 지역 기반 표심의 유불리에 따라 정계개편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바른정당계와 호남계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흐름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즉 “표심에 따라 각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바른미래당의 실험은 분명 진전된 의미가 있었다”며 “남은 과제는 선거가 갖는 당장의 지형적 한계를 어떻게 차츰 극복해나가느냐에 있다”는 관측이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지도자들이 정치적 자산과 자질 면에서 한계가 뚜렷했고, 그로 인해 실패했다는 혹평도 들려왔다. 강상호 정치평론가(국민대 교수)는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겠지만, 바른미래당 지도자들은 진솔한 가치의 대의 대신 셈법을 쫓았고 그 과정도 결과도 아름답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어 “바른미래당을 이끈 안철수 유승민 손학규 대표 모두 큰 정치인의 면모 보단 자신이 주도하기 위한 대의명분을 찾아 정치적 위상을 확인하려는 정도의 리더십을 보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 결과 분당 위기로 내몰렸고, 따라서 “강력한 대권주자로서의 항성적 지도자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돼 버렸다”는 얘기였다.

살기 위해 각자의 길을 가든 아니든, 결과 면에서 당의 앞날은 밝지 못하다는 전망도 전해졌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어떻게 갈라지든 바른미래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 선택에 의해 결과적 단일화 운명에 처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당은 소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눈엔 윤곽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험에 점을 찍든, 실패에 점을 찍든 바른미래당, 그 결과는 알 수 없지 않을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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