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시안사건과 위기에 빠진 보수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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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시안사건과 위기에 빠진 보수대통합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2.0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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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갖기 싫다면 제2의 장쉐량이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황교안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갖기 싫다면 제2의 장쉐량이 필요하다. 사진(좌) 중국 권력의 심장 자금성 사진제공=뉴시스
황교안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갖기 싫다면 제2의 장쉐량이 필요하다. 사진(좌) 중국 권력의 심장 자금성 사진제공=뉴시스

중국 현대사의 최대 변곡점은 ‘시안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1936년 12월 12일 만주 군벌 장쉐량이 중국 국민당 지도자 장제스를 감금해 제2차 국공합작을 성공시킨 사건이다. 우리 현대사도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의 쿠데타로 5~6공화국이 출범한 것을 보면 동아시아사에서 12월 12일이 갖는 의미는 대급변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장제스의 국민당은 장쉐량의 도움으로 북벌에 성공했다. 반면 마오쩌둥의 공산당은 장제스의 북벌로 궤멸 직전의 위기에 빠졌다. 장제스는 중국 정벌에 나선 일본보다도 공산당 궤멸이 최우선과제였다.
 
하지만 장쉐량의 최우선 과제는 ‘抗日’이다. 그의 부친인 장쭤린은 일본군에 의해 폭사했다. 장쉐량은 부친의 복수가 급선무였고, 공산당 토벌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장제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장제스의 명령으로 일본군과 전투를 회피해 ‘부저항 장군’이라는 치욕적인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양 지도자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장제스는 자신의 군대를 믿고 장쉐량을 무시했고, 공산당 토벌을 위해 시안에 주둔 중인 장쉐량을 독려하기 위해 1936년 12월 4일 시안을 방문했다. 장쉐량은 장제스를 만나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抗日이 反共보다 우선이다. 같은 민족끼리의 내전은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장제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장쉐량은 결단을 내렸다. 장제스와 그의 참모들을 감금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측근의 쿠데타로 졸지에 포로가 된 상황이 됐다.
 
장쉐량의 거사에 놀란 국민당은 군대를 동원했다. 장쉐량의 참모들도 위협을 느껴 장제스 처형도 고려했다. 반면 장제스는 감금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 측의 대결은 치킨게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나섰다. 장쉐량의 중재 요청을 받은 저우언라이가 시안으로 날아와 장제스와 담판을 펼쳤고, 난징에서 날아온 국민당 대표들과 만나 합의안을 도출했다. 抗日을 위한 내전 종식을 골자로 한 제2차 국공합작이 탄생했다. 또한 후일 이를 계기로 재기에 성공한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중원대륙의 주인공이 되는 서막이 열린 순간이다.
 
시안 사건은 장제스가 일본의 침략이 임박했는데도 통일을 위해 反共을 국시로 삼아 내전을 감행한 전략적 실패가 빚은 역사적 사건이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장쉐량의 시안 사건이 없었다면 제2차 국공합작도 없었고, 중국 공산당의 부활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장제스의 몰락이 부패한 국민당 정부의 독재가 민심을 외면한 탓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진영의 대통합이 힘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유승민의 舊 바른정당 계열과 태극기 부대까지 포함한 대통합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가 최대 걸림돌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한심한 작태의 전형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失政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이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재의 보수의 모습을 보면 시안 사건 당시 장제스의 국민당과 별반 차이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 사수를 위한 권력투쟁처럼 보여진다.
 
자유한국당은 제2의 장쉐량이 필요하다. 보수대통합을 위한 지도자의 결단을 이끌 촉매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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