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유명 브랜드로 변신해 볼까”…아파트 개명(改名) 바람
[김웅식의 正論직구] “유명 브랜드로 변신해 볼까”…아파트 개명(改名) 바람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2.0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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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현재 기자가 살고 있는 삼성아파트의 외관 모습. 몇 년 전에 외부 모습만 삼성 래미안으로 바꿨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삼성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현재 기자가 살고 있는 삼성아파트의 외관 모습. 몇 년 전에 외부 모습만 삼성 래미안으로 바꿨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삼성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사진=시사오늘 김웅식 기자

현재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외관 도색은 래미안 브랜드로 돼 있지만, 사실은 래미안 아파트가 아니다. 외관만 그렇게 돼 있을 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삼성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이 아파트는 1999년에 지은 것이니 20년 전 건물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외부 모습만 삼성 래미안으로 바꿨다. 입주민들은 대형 건설사가 지은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유명 브랜드로 변신한 아파트의 가치가 오르기를 내심 바라는지도 모른다.

경기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주민들이 임의로 단지명을 바꿔 브랜드 소유 건설사와 법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애초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라는 이름으로 분양됐고, 첫 입주가 시작됐을 때도 같은 이름을 썼다. 그러다 입주자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걷어 건물 외벽 로고를 힐스테이트로 바꿔 칠했다. 분양을 했던 건설사가 합병 인수되면서 엠코타운 브랜드가 단종됐기 때문이다. 단지 출입구 표식도 새로 달았다. 단지 바깥 조경공간에 힐스테이트 표지를 설치하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 소유 건설사는 이 단지에 대해 브랜드명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예전에 법원 소송까지 불사하며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 아파트 브랜드 중요성이 높아지며 이런 흐름이 더 거세지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와 부동산114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5049명)의 92%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할 정도다. 이름을 바꾼 후 집값이 더 오르는 사례가 나오면서 ‘브랜드가 곧 집값’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에코리치’ 아파트 단지 입구에 ‘경축(慶祝) 서초호반써밋으로 명칭 변경’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아파트는 울트라건설이 지어 2013년에 입주한 곳이다. 3년 뒤 호반건설이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는데, 이후 호반의 아파트 브랜드인 ‘호반써밋’으로 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는 입주민 요구가 이어졌다고 한다.

삼성물산 ‘래미안’ 단지명을 놓고 단지 간에 갈등이 벌어진 적이 있다. 서울 자곡동의 ‘래미안포레’ 아파트는 2014년 당시 단지명을 ‘자곡포레’에서 ‘래미안강남포레’로 변경을 하려고 했다. 인지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쓰기 위해서였다. 단지를 분양한 SH공사와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브랜드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인근 단지인 ‘래미안강남힐즈’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주장하며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자곡포레 아파트는 결국 당초 계획안을 일부 변경해 단지명을 ‘래미안포레’로 바꿨다.

필요한 절차를 밟아 브랜드 변경을 진행한 단지도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엠코타운 센트럴파크’와 ‘상도엠코타운 애스톤파크’는 몇 달 전 각각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 ‘힐스테이트상도프레스티지’로 이름을 바꿨다. 주민 투표에서 입주민 90% 이상이 찬성했다. 

아파트 이름은 주민 80%가 찬성하고 구청 승인을 받으면 바꿀 수 있다. 물론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려면 해당 건설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새 브랜드명에 부합하는 실체·유형적 변경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인근 아파트와의 명칭 혼동이 없어야 한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단지 브랜드에 민감한 것은 단지명이 단지의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의 아파트 개명(改名) 바람과 관련해 주택 전문가들은 “아파트는 핵심 자산인 데다 어떤 브랜드에 사느냐에 따라 매매가격과 심리적 만족도가 달라지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분양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수요자들이 분양가격과 입주 후 시장가격의 차이를 고려하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도 이를 뒷받침한다. 분양 이후 브랜드에 따라 가격차가 벌어진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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