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중국의 굴욕 21개조 요구와 문재인 외교
[역사로 보는 정치] 중국의 굴욕 21개조 요구와 문재인 외교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2.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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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판 21개조 요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싶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사진 좌) 5·4운동의 현장인 베이징 자금성(사진 우)지난 2017년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5·4운동의 현장인 베이징 자금성(사진 좌) 지난 2017년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 우) 사진제공=뉴시스

제1차 세계대전은 일본의 입장에선 제국주의 열강으로 우뚝 서게 된 천재일우(千載一遇)였다. 당초 유럽 전선에서 독일과 결전을 벌이던 영국과 미국은 일본의 참전을 원치 않았다. 일본의 참전 의도가 한반도에 이어 중국에서 절대적인 우월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영국과 미국이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일본은 서구 열강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과거 러시아를 격파한 해군을 지중해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과 총력전을 펼치던 연합국은 일본의 약속을 믿고 참전을 허락했다. 특히 유럽 전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영국이 지원했다.
 
일본은 참전과 동시에 중국을 협박했다. 1914년 8월 독일에 선전포고를 한 일본은 독일의 조차지였던 자오저우만을 점령했고, 두 달 만에 10월 산둥성의 독일 이권을 강탈했다. 이듬해 일본은 중국의 대총통 위안스카이에게 비밀문서로 산둥성의 독일 권익 양도와 철도부설권 등을 요구했다. 말이 요구지 실제로는 협박 그 자체였다.
 
이밖에도 △관둥저우의 조차기간 연장을 포함한 남만주와 동부네이멍구에서 일본의 특수 권익 승인 △한예핑매철공사의 철 ·석탄 사업에 관한 이권 이양 △중국 연안과 도서 지역의 불할양 요구 △중앙정부의 일본인 고문 초빙, 경찰의 공동관리, 병기 구입과 철도부설 등을 요구했다.
 
중국 국민은 일본의 굴욕적인 협박에 대대적으로 반발했고, 서구 열강도 일본의 강경책에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굴하지 않고 중국 위안스카이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국익보다 자신의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된 위안스카이는 국회의 동의 없이 일본의 협박에 굴복해 이를 수용했다.
 
또한 중국의 굴복은 서구 열강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만주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을 지지했다. 당시 일본과 러시아는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 성공했다. 미국은 유럽전쟁 집중과 캘리포니아의 일본인 토지 소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호구 중국은 일본과 서구 열강 간 이해관계의 희생양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열린 파리 평화회의에서 중국은 21개조의 파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구 열강은 중국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에 베이징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5·4운동이 터졌다. 매국노 위안스카이의 군벌 정부는 즉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탄압했다. 위안스카이의 매국 행위에 분노한 중국 국민들은 톈진·상하이·난징·우한에서 봉기했다.
 
결국 일본의 21개조 요구는 1922년 워싱턴 회의에서 파기됐다. 일본의 중국 보호국화 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열강의 이익에 反했고, 이후 열강의 대일 정책은 ‘견제’로 급선회했다. 동아시아의 불행인 21개조 요구는 후일 태평양 전쟁의 씨앗이 됐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중 외교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7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성명을 통해 “비핵화는 이미 협상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밝혔고, 이날 오후에는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었던 문재인 정부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북한의 맹방인 중국은 우리 안보와 한미동맹과 관련된 사드 문제에 대한 노골적인 요구를 했다. 최근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달라고 한 사실이 중국 측이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일개 외교부장이 우리의 안보에 대해 간섭하는 듯한 요구를 볼때 중국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깨닫게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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