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분위기 바꾼 김재원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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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분위기 바꾼 김재원의 한 마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2.09 17: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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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혼절하기도 했다”
고발 경험 회고하며 공감대 형성…‘경쟁자’ 이장우 의원에게 인사 받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재원 의원은 자신이 고발 당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샀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재원 의원은 자신이 고발 당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샀다. ⓒ뉴시스

“심재철 의원이 김재원 의원을 선택한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네요.”

9일 오전 국회 본관. 심재철 의원과 김재원 의원이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이 자리에서, 한국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김재원 의원의 이름을 언급했다. 김 의원의 정견 발표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유였다.

심재철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 의원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 “2년 전 이맘때, 제 딸이 수능시험을 치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혼절하기도 했다.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제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의 말을 들은 동료 의원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60명의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로 고발당한 상황에서, 자신이 ‘마음고생’을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이러자 김 의원은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낙서를 발견했다.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 주겠는가’라는 낙서를 보고 깨달았다”며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으니 아무도 내 편이 돼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서 “우리가 쇄신하고 반성한다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회초리만 드니 국민은 우리 스스로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 혁신하고 쇄신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우리말을 존중한다”며 “결국 국민들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일 아니냐”고 호소했다.

원고도 거의 보지 않은 채 의원들을 향해서 읊조리듯 말하는 김 의원의 연설에 몇몇 기자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나왔다. 정견 발표가 끝난 후에는 ‘경쟁자’ 이장우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정말 잘 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의원총회 직후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들은 “나도 울컥했다”면서 “모르긴 몰라도 김 의원이 20표는 움직였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원들의 고민이 뭔지를 정확히 아는 것 같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김 의원의 한 마디가 장내 분위기를 바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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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일 2019-12-10 08:21:05
한국당원들 스스로를 존중하셔야 한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스스로를 존중하셔서 정말 자유와 정의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년전부터 국민들이 그렇게 원했던 혁신과 변화가 아직까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변화를 보여주세요.

인디언의 이름으로 2019-12-10 07:00:34
역지사지를 경험하셨군요.
검사앞에 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