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리스크 심화’로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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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오너리스크 심화’로 속앓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2.1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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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中’ 삼성 이재용·효성 조현준…연말 인사도 깜깜이
‘이혼中’ SK 최태원…재산분할 後 경영권 분쟁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바쁜 연말 시즌 삼성, SK(에스케이), 효성 등 국내 재벌 대기업들이 오너리스크 때문에 난감한 모양새다 ⓒ 시사오늘
바쁜 연말 시즌 삼성, SK(에스케이), 효성 등 국내 재벌 대기업들이 오너리스크 때문에 난감한 모양새다 ⓒ 시사오늘

내년 한 해 농사 준비로 바쁜 연말 시즌에 삼성, SK, 효성 등 국내 굴지의 재벌 대기업들이 오너리스크가 심화돼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최근 불리한 국면에 놓이면서 불투명성이 확대된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3명에게 지난 9일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압수수색에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직원들에게 'JY'(이재용 부회장), '미래전략실', '합병' 등 키워드로 노출되는 자료를 없애도록 하고, 공장 마룻바닥에 회사 공용서버를 숨겼다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인멸·은닉하게 했다. 향후 어떤 혐의로 기소되거나 재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중요한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은닉한 것에 대해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이다. 결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이번 판결이 오는 2020년 1월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내로 예상됐던 최종 선고가 이번 판결 이후로 연기된 점 등이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심리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당초 삼성그룹이 이달 중 연말 임원인사를 발표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해를 넘길 여지가 상당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4대 그룹 중 올해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대기업은 삼성그룹이 유일하다. 오너리스크가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효성그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는 지난 9월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자신의 소장 미술품 중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작품을 고가에 효성 아트펀드에 처분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점, 자신의 비서 등을 효성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이에 따른 급여를 임의로 사용·지급한 점 등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후 검경의 강도 높은 추가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달 30일 조 회장을 소환해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려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에 쓴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어 지난달 검찰은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부당지원 건과 관련해 효성투자개발, 하나금융투자 본점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 회장이 연루된 각종 의혹에 휩싸인 데 이어 효성중공업이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평택 소사벌 효성해링턴코트'에서 부실시공과 하자보수 문제로 입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효성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효성그룹은 지난해에는 12월 17일에 2019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에스케이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뉴시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에스케이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뉴시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이슈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을 상대로 한 이혼·위자료청구·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최 회장은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내연 관계와 혼외자 존재 사실을 공개하면서 2017년 이혼조정 신청을 한 바 있으나, 그간 노 관장은 이혼 자체를 반대해 왔다.

노 관장의 심경이 변화한 건 자신과 최 회장 사이 세 자녀의 후계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이 세 자녀 대신 김 이사장과 혼외자를 중심으로 승계구도를 짤까 염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의 재산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회장의 SK㈜ 지분이 18.28%임을 감안하면 노 관장이 요구하는 지분은 7.73%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노 관장이 단숨에 SK그룹 지주회사 2대주주 지위에 올라서게 된다.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최 회장과 SK그룹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혼 소송 이슈로 인해 최 회장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인 경영 이념인 사회적 가치와 행복론이 힘을 잃고 있다는 데에 있다. 가족 문제에 민감한 국민들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계 서열 3위에 빛나는 SK그룹의 태동과 성장에 있어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만큼, 최 회장과 그가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국민여론은 앞으로도 악화될 공산이 클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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