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침서2 後] ‘바코드 번호’로 알아보는 청년
[청년지침서2 後] ‘바코드 번호’로 알아보는 청년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2.10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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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최고위원‧당 대학생위원회‧대변인 등 10명
청년 정치‧경제‧사회 바코드로 알아보는 청년 삶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여기 세 개의 바코드가 있다.

세 바코드는 청년 바코드 번호다. 03028261290은 정치, 133701000은 경제, 472565는 사회 부문의 바코드를 나타낸다.

청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일은 마치 진열대 위 상품이 되는 일과도 같아서, 청년들은 저마다 흰색 배경에 검은 줄의 바코드를 달고 진열대 위에 악착같이 서있다. 그리고 그런 청년들을 대학과 기업, 정치권은 깐깐하게 쇼핑하듯 따지곤 한다.

이에 <시사오늘>은 청년들 각자의 바코드를 모아 청년 세대 고유의 바코드를 만들었다.

 

03028261290 청년 정치 바코드

03028261290 청년 정치 바코드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03028261290 청년 정치 바코드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11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청년 ‘정치’ 바코드는 4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 03

03은 청년 의원의 숫자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제20대 국회의원 중 20대 의원 0명, 30대 의원 3명을 나타낸다. 제20대 국회에는 1983년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 1983년생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1986년생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3명만이 청년을 대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8월에 만났던 김 의원과 9월에 만난 신 의원은 청년 최고위원으로서 가장 관심 있는 현안으로 ‘청년의 정치 참여’를 언급했다.

총 유권자 중 20‧30대 비율이 30%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300명의 국회의원 중 청년 의원이 90명이어야 한다. 하지만 제20대 국회의 막차를 탄 정 의원을 포함해 셋이서 각각 청년 30명의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청년 최고위원이 청년 정치의 맹점이자 아쉬움으로 지적한 ‘03’에서 청년 정치 바코드를 시작하려 한다. 

◇ 028

이를 증명하듯 청년 관련 법안 발의율은 0.28%에 불과하다. 국회는 곧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으로, 발의된 법안을 통해 관심 갖는 현안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국회의 시작을 알렸던 2016년부터 국회의 끝을 앞둔 2019년 12월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은 총 2만 4437개로, 그중 ‘청년’을 키워드로 발의된 법안은 오직 69개에 불과하다. 이는 국회가 100개의 법안을 발의했을 때, 청년을 위한 법안이 1개가 겨우 발의되는 수준이다. 

만약 법안 제안이유와 주요내용에 청년을 키워드로 한 법안을 포함해 확장하더라도, 법안은 총 340개로 여전히 1.39%에 불과하다.

바코드 번호 028은 신 의원의 “가장 어려운 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당 외적으로도 국회 차원의 청년 관련 입법을 하거나 의제를 관철하기가 힘들었다”는 평가를 직‧간접적으로 증명한 숫자다. 

◇ 26

그렇다면 법안 100개 중 1개의 청년 법안이 제안됐을 때 처리되는 비율은 어떨까. 결국 법안은 제안되는 것이 아닌, 부결이 되더라도 적어도 법안이 논의가 됐을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10일 기준 69개의 청년 관련 법안 중 18개만이 처리됐으며, 51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는 26.09%의 처리율에 해당한다.

청년 법안 처리율 비교를 위해 전체 법안 처리율을 가져왔다. 발의된 전체 법안 2만 4437개 중 7572개의 법안이 처리됐으며 1만 6865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는 30.99%의 처리율에 해당하는 것으로, 청년 법안 처리율에 비해 4.9%포인트 높은 수치다. 

바코드 번호 26은 국회가 발의한 100개의 법안 중 1개의 청년 법안이 제안되면, 그중에서도 26%의 청년 법안만이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처리란 가결(可決)을 의미하지 않는다.

◇ 1290

69개 혹은 340개의 청년 법안 중 가장 먼저 발의된 법안은 청년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2016년 5월 30일 제20대 국회가 개원하던 첫 날, 당시 새누리당이 9개의 1호 법안 중 하나로 제출한 법안이다.

하지만 신보라 의원 등 122인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10일 기준 1290일 째 계류 중이다.

지난 9월에 만났던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인터뷰에서 청년 문제 해결 방법으로 청년기본법을 강조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청년이 직접 청년 법안을 만들어야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일종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정치 바코드의 시작인 03이 입법 과정에서 청년 의원의 부족함을 드러냈다면, 바코드의 끝인 1290은 입법을 넘어서는 정책 범위의 청년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된 법안의 표류를 뜻한다. 1290일은 청년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133701000 청년 경제 바코드

133701000 청년 경제 바코드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133701000 청년 경제 바코드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9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청년 ‘경제’ 바코드는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 133

KOSIS(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가 발표하는 청년 실업률은 실업자/경제활동인구 산식에 근거한다. 이는 만15세 이상의 생산가능 연령인구 중에서 구직활동이 가능한 취업자 및 실업자 대비 실업자의 비율로, 노동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KOSIS가 발표한 2019년 10월 공식 청년 실업률은 7.2%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된 체감 실업률 혹은 확장 실업률과 비교해보자. 각 연구 기관에서 발표한 다양한 체감 실업률 조사 결과가 있지만, 공식 실업률을 발표한 KOSIS의 고용보조지표 3을 참고했다.

KOSIS가 조사한 같은 기간 확장 실업률은 20.5%로, 공식 실업률과 13.3%포인트 격차를 보인다. 확장 실업률은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실업자+잠재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잠재경제 활동인구의 산식에 근거한다. 

이는 구직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취업을 하고자 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와 근로 시간이 주당 36시간 이하면서 추가 취업을 원하는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가 포함된 것이다. 이로써 아르바이트 등 단기 근로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과 최근 구직활동을 안했지만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등을 산식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청년 경제 바코드 133은 국민과 국가가 생각하는 청년 실업률의 격차를 나타낸다.

◇ 701000

같은 맥락에서 공식 청년 실업자와 체감 청년 실업자간의 괴리도 확인할 수 있다. 두 격차는 위에서 확인한 산식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수치를 비교하면 된다. 

이를 위해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2019년 10월 KOSIS 고용보조지표에 근거해 공식 청년 실업자와 체감 청년 실업자 간의 격차를 비교했다.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 8만 5천명, 실업자 30만 9천명, 잠재경제활동인구 61만 6천명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 차이에 해당하는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 8만 6천명과 잠재경제활동인구 61만 6천명을 합하면 약 70만 1천명에 달한다.

청년 경제 바코드 701000은 공식 청년 실업자와 체감 청년 실업자의 격차를 나타내며, 그중에서도 공식 수치에서 놓쳤던 잠재경제활동인구 60만 명이 포함된 수치다.

 

472565 청년 사회 바코드

472565 청년 사회 바코드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472565 청년 사회 바코드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6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청년 ‘사회’ 바코드는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 472

472는 20대 사망원인 중 고의적 자해(자살) 구성비 47.2%를 의미한다. 

2019년 9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조사됐다. 이는 40대부터 80대 이상까지의 연령에서 악성신생물이 사망원인 1위로 선정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사망원인 구성비를 살펴보면 10대는 35.7%, 30대는 39.4%에 해당하지만, 특히 20대는 47.2%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또한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30대는 27.5명 20대는 17.6명에 해당한다.

이를 증명하듯 2019년 2월에는 경남 거제시 한 펜션에서 20대 남성 3명이 ‘먼저 간다’는 짧은 메모와 함께 동반 자살하기도 했으며, 현재 20~30대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연예인들이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10~30대의 모든 자살의 원인을 분석할 수는 없겠지만,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자살예방백서는 자살의 원인으로 정신적 문제를 짚었다.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20대 우울증 환자가 2014년에 비해 2019년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유독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고의적 자해(자살)이 1위인 이유로 사회‧경제적 상황을 지적했다.

청년 사회 바코드 472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아픈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 565

기성세대의 주요 갈등이던 이념갈등과 지역갈등을 고리타분하게 느끼던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갈등이 등장했다. 이는 바로 젠더갈등(성 갈등)이다. 여기서 565는 20대가 느끼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사회 갈등 요인으로 젠더갈등을 뽑은 비율 56.5%를 의미한다.

지난 7월 시즌1에서 만났던 당시 바른미래당 김홍균 청년 대변인 역시 “청년 세대에서 지역갈등도 한 번도 본 적 없고, 보수-진보라고 친구 안 하는 경우도 없으며, 친북파‧친일파 갈등도 심하지 않다”며 “이렇게 청년 세대는 갈등 없이 갈 것 같았는데, 젠더갈등이 부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8년 12월 국민일보가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20대(19~29세)는 1위로 성 갈등(56.5%)을, 2위로 빈부갈등(22.2%)을 뽑았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34.3%포인트에 달한다. 

반면 50대는 빈부갈등(44.8%), 이념갈등(28.9%), 세대갈등(10.1%)를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 요인으로 뽑았다. 이는 20대의 이념갈등(9.3%), 세대갈등(1.6%)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조사로부터 1년이 지난 2019년 12월 현재, 페미니즘의 대명사로 불리는 ‘82년생 김지영’이 등장한 지금 조사를 한다면 어떨까. 2018년까지만 해도 민간 영역에서 20‧30대를 주축으로 남녀가 반으로 나뉘어 펼쳤던 치열한 젠더 갈등은, 2019년 민주당-정의당 청년 세대의 남녀 대변인 간의 논평을 바탕으로 정치권에서도 수면 위로 올랐다. 2019년 같은 조사를 실시하면 젠더갈등의 비율이 더 높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 사회 바코드 565는 청년 세대에서 새롭게 드러난 갈등, 젠더갈등의 부상을 나타낸다.

바코드 달고 진열대 위에 서있는 청년들에게

“내 가슴에 바코드 하나를 달고 있는 것 같아.”

이번 2019년 하반기 기업 공채에 20곳 이상 지원했다는 20대 중반의 A씨가 말했다. 지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파는 상품 기획서 같고, 면접에 들어갈 때 달고 있는 명찰이 바코드 같다고.

이처럼 A씨와 같은 무수히 많은 청년들은 하나의 상품이 돼 진열대 위에 서있다. 그리고 청년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다름 아닌 대학과 기업, 그리고 정치권이다. 그들은 바코드를 단 청년들을 깐깐하게 쇼핑한 뒤, 바코드를 찍어 구매하곤 한다.

이에 <시사오늘>은 청년지침서 시즌2의 막을 내리며, 청년들 개개인의 바코드를 모아 청년 세대 전체를 나타낼 3개의 정치‧경제‧사회 바코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자는 고작 26개의 숫자로 청년을 설명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바코드 위 숫자만으로는 청년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자가 총 26개의 숫자만으로 청년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데 실패했듯, 청년들 또한 취업 시장에서 혹은 노동 시장에서 평가받는 어학 점‘수’, 인턴 개월 ‘수’, 대학 ‘서’열, 봉사 ‘시간’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부디 청년들이 본인의 가치가 13개의 바코드 숫자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를 바라며, 청년지침서 시즌2의 막을 내린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만 2644명에게 전화 걸어 1018명이 응답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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