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의 단호함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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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의 단호함을 떠올리며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9.12.11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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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DLF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 의견을 낼 것이라는 얘기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옳은 방법이 아닌 듯싶다.

거대한 조직에서는 이런 저런 사고가 수시로 터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마다 최고 경영자를 문책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게 된다.

당장, 최고 경영자는 항상 가슴을 조리며 만기친람(萬機親覽)에 허덕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부 조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잔소리를 하거나 짜증을 내기 쉽다. 하부 조직원들은 스스로 일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고 윗사람 눈치 보기에 바쁘다. 게다가 위에서 쏟아지는 짜증이 만들어내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 ⓒ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이 뿐만이 아니다. 뭔 일이 터질 때마다 최고 경영자에게 화살을 돌리면, 해당 경영자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 책임회피 수단만 찾느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악영향만 초래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어떤 사고가 터졌을 때 곧바로 최고경영자 탓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최고경영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해야 한다.

지난 2018년 8월 우리은행에서는 간부직원의 성추행 의혹 논란이 일었다. 당시는 손 회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또, 해당 직원의 실적이 상당했던 터라 ‘손 회장이 사건을 덮으려고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상당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오히려 즉각적인 내부조사와 함께 해당 직원에 대한 직무해제(대기발령) 조치를 내려 ‘손태승의 단호함’이라는 말이 회자되게끔 했다. 이 때부터 손 회장은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대응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태도는 이번 DLF사태와 관련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손 회장은 DLF 논란이 불거지자 손실을 입은 고객들에게 즉각적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18일엔 직접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소집,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성과평가제도(KPI)를 전면 개편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고객 수익률, 고객 케어 등 고객 지표의 배점을 대폭 확대하며 고객 중심주의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DLF사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동시에 신뢰 회복을 통해 혁신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이런 손 회장은 최근 금감원이 제시한 피해자 보상 기준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손 회장의 위기 대응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이런 그에게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 굳이, 손 회장을 징계해야 속이 시원할까?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그저 손 회장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손 회장이 재수가 없었다’라는 자조 섞인 탄식만 금융권에서 돌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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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2019-12-11 07:21:54
DLF, 라임, 전산사고 등 매년 발생하는 역대급 사고에도 연임까지 욕심낸다면 후안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