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사투리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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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사투리 사랑법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2.1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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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워매 시상에 어짜쓰까." 지난 5월에 전북 고창에서 열린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 모습. ⓒ인터넷커뮤니티
"워매 시상에 어짜쓰까." 지난 5월에 전북 고창에서 열린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 모습. ⓒ인터넷커뮤니티

‘표준어와 더불어 방언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말은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방언(사투리)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표준어만큼 중요하게 방언도 보존해 나가야 할 우리의 소중한 언어 유산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렇기에 일찍부터 개인이나 단체에서 지역의 말글을 수집하고 정리해 알리는 작업을 잇달아 해오고 있다.

전남 광양시의 한 시민은 전라도 사투리로 쓴 수필집 ‘오지게 사는 촌놈’을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강원도청 공무원은 강원도 사투리를 수집해 책으로 엮었고, ‘부산 사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서는 사라져가는 부산 사투리 3200여 개를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설, 추석 명절 때가 되면 방송에서 ‘팔도 사투리 경연대회’를 열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도내 사투리 경연대회’, 한 시민단체는 ‘남북한 사투리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방언은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가리킨다. 방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언중(言衆)이 유용하게 쓰고 있는 지역의 말씨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언어의 가치가 평가 절하될 수는 없다. 분명히 방언도 우리의 말글이기 때문이다. 

경북대 이상규 교수는 일찍이 ‘우리나라 말은 바로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 황해도 등 모든 지역의 방언이 함께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어느 것이 낫고 어느 것이 더 못한 것이 아니다. 전라도면 전라도, 경상도면 경상도 말씨 자체가 하나의 가치를 지닌 언어 체계일진대 개별 방언이 가진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갈고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혀 방언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고 있다. 

방송과 다르게 신문에서는 방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소설을 비롯한 문학작품 연재물에 간혹 등장하는 몇 개의 방언을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다. 문자 언어로 뉴스를 전하는 신문의 특성상 표준어 사용이 규범처럼 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방언은 대부분 기사 작성 과정에서 같은 뜻의 표준어로 대체되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지게 된다. 

방언을 보존하고 갈고 닦는 일에 언론도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사회적 약속인 표준어로 기사를 써야 당연하겠지만 취재 대상과 내용에 따라 방언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자갈치시장 스케치, 남해안 섬 여행, 전라도 풍물 탐방 기사에서 지역별 방언을 적절히 사용하면, 독자는 기사읽기의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생소한 방언이라 의미전달이 미흡하다면 기사 말미에 뜻풀이를 간단히 덧붙이면 될 일이다. 방언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 한 번쯤 시도해도 좋을 듯하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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