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은 서울 정비사업, ‘부작용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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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잃은 서울 정비사업, ‘부작용 우려’ 확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2.1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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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공급량 감소·인구구조 변화 등 고려한 잣대 요구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지역 정비사업이 위축된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시사오늘
서울 지역 정비사업이 위축된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시사오늘 김유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연이은 규제로 서울 지역 정비사업이 위축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3일 서울시의회 사무처의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2년 1월 '뉴타운 재개발 수습방안' 발표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내 정비사업구역은 683곳 중 393곳이 해제됐다. 전체 해제 구역 면적은 여의도의 5배 가량인 1424만㎡ 규모에 이른다.

이는 시공사 선정 논란, 조합 내부 갈등, 원주민 소외(젠트리피케이션)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잡음과 정치공학적인 문제, 그리고 2009년 용산4구역 사고로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비사업을 억제하는 규제들이 쏟아진 영향이 커 보인다. 실제로 현 정권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를 시행했으며, '재개발 초과이익 환수제'도 검토 중에 있다.

서울 지역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억제책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반대진영이 펼치는 논리도 그에 못지않게 탄탄하다. 정비사업의 위축이 초래한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우선, 주택 공급량의 감소다. 앞서 인용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서울 내 정비사업구역 해제로 인한 주택 공급량 감소 추정치는 약 25만 가구에 달한다. 이 같은 공급 축소는 서울 지역 집값 폭등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114는 2019년 기준 서울 지역 내 주택 공급량의 81%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4주째 상승 중이다.

또한 정비사업구역의 해제로 노후·낙후 주거지의 생활환경 개선이 요원해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비사업의 대안적 성격으로 현 정권에서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은 주택 공급량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기반시설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활환경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이다.

아울러, 정비사업의 단점으로 부각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오히려 정비사업이 해제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재건축·재개발이 중단되자 아파트 대신 신축 빌라들이 해당 부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정비사업구역 해제로 사라지면서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비사업 위축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0년 3월에는 정비구역 일몰제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 지역에서 일몰제 적용 대상 사업지는 총 38개에 이른다. 집값 폭등 문제와 더불어 부작용이 더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정비사업 관련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에서 "노후·낙후 주거지 관리정책 방향을 무조건적 정비사업 억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는 정비사업을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정비사업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개선해 물리, 경제, 환경, 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시관리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가구 수는 되레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1~2인 가구, 청년 세대 등 집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단지들은 대부분 직주근접성이 우수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라도 일종의 주거복지 측면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정비사업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다뤄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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