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박물관’, 서울약령시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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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박물관’, 서울약령시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
  • 설동훈 기자
  • 승인 2019.12.1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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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보살영래도’ 등 희귀유물 소장, 무료 전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설동훈 기자]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일원에 위치한 서울약령시는 국내 최대의 한약재 집산지로 전국 물동량의 70%를 점하고 있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한약재 전문시장이다.

당연히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약재들을 비롯해 기원식물과 각종 한약재들을 직접 볼 수 있고 구매가 가능한 한의약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소비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약령시는 한약재 전문시장으로서는 물론 문화예술의 명소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거창박물관’이 서울약령시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약령시 일주문 부근에 위치한 거창박물관(관장 정지태)은 한방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거창식품의 정지태 대표가 사재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사설 박물관이다. 물론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박물관과 비교한다면 규모도 작고 전시품목 또한 방대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거창박물관이 서울약령시의 명소로 부상하고 이곳을 찾는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은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한 점 밖에 없는 고려불화를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박물관이 소장 중인 전 세계 한 점뿐인 고려불화 ‘관음보살영래도’ . ⓒ거창박물관
거창박물관이 소장 중인 전 세계 한 점뿐인 고려불화 ‘관음보살영래도’ . ⓒ거창박물관

전 세계 한 점 뿐인 고려불화 ‘관음보살영래도’ 소장

학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현존하는 고려불화는 약 160여 점으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비롯해 아미타독존래영도(阿彌陀獨尊來迎圖), 아미타삼존래영도(阿彌陀三尊來迎圖), 아미타팔대보살래영도(阿彌陀八大菩薩來迎圖), 시왕보살(十王菩薩) 등이 있다.

하지만 거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관음보살래영도(觀音菩薩來迎圖)’는 지금까지 한 점도 발견된 적이 없는 아주 특별한 고려불화로 주목되고 있다.

“여느 때처럼 일과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골동품 옥션에 나온 물건들을 둘러보다 이 ‘관음보살영래도’를 발견하면서 심장이 멈출 듯한 전율을 느꼈다. 시대와 작가가 미상으로 나왔고 외관상 손상은 많이 됐지만 분명 고려불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며칠 동안 고려불화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조사를 하면 할수록 고려불화라는 확신이 강해졌다. 생각이 이렇게 미치자 이 불화가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관장의 술회처럼 ‘관음보살영래도’의 소장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정 관장은 곧바로 경매 회사에 전화를 하고 방문해서 그동안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고려불화로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렇게 자신 있으면 직접 입찰을 하라’고 얘기할 뿐 회사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회사 입장에선 고려불화로 경매장에 나가면 시작가만 해도 20억이 넘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누군가가 낙찰 받았다가 고려불화가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되면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던 셈이다.

“결국 회원으로 가입하고 경매일을 기다리며 계속해서 국내외 고려불화를 되짚어 봤다. 막상 당일이 되자 가슴이 두방망이질 하듯 계속 두근거렸다. 솔직히 고려불화 같은 어마어마한 유물은 대기업이나 큰 사찰에서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지, 일개인이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쟁쟁한 사람들과 경쟁하게 될지’, ‘가격이 얼마나 치솟을지’. ‘가격이 많이 뛰면 포기해야지’ 등등 경매 시간 내내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았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한 점밖에 없는 ‘관음보살래영도’는 시작가에 고스란히 정 관장 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 관장의 판단이 결코 빗나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실제로 이 불화는 불교미술 권위자로 문화재위원을 지낸 동국대 문명대 명예교수의 정밀 감정을 통해 관음보살만 등장하는 유일한 고려불화로 감정 받았기 때문이다.

거창박물관에는 희귀 유물 외에도 5천여 점에 이르는 화폐와 자기, 한약도구 등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거창박물관
거창박물관에는 희귀 유물 외에도 5천여 점에 이르는 화폐와 자기, 한약도구 등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거창박물관

소중한 우리 문화재 보존·발굴 위해 사재 출연

이처럼 희귀 고려불화인 ‘관음보살영래도’를 소장하고 있는 거창박물관에는 이외에도 많은 전시품목들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특이하고 희귀한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정 관장이 그동안 사재를 들여 수집해 온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주화(엽전)을 비롯해 대한제국 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통용 화폐와 도자기, 한의약 관련 서적 및 도구 등 각종 유물 5천여 점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창박물관은 하루에도 수 백 명씩 서울약령시를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무료로 개방, 한약재 이외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쌍화차를 비롯한 한방차를 제공하며 서울약령시의 홍보와 함께 국민들에게 한의약에 대한 친밀도 또한 제고시키고 있다.

이는 박물관에 소장한 유물이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물려주신 우리의 것을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고 국민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정 관장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정 관장의 소신과 문화재 보존을 위한 노력은 인정을 받아 여성시대가 주관하는 ‘2017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인물대상’ 시상식에서 문화재보존(사학연구발전공로부문)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 한방 건강기능식품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10년 후 고향인 경기도 광주에 박물관 건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 계속해서 유물을 팔지는 않고 모으기만 하다 보니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희 제품을 구입하시는 분들은 모두 박물관 건립을 돕고 계시는 셈이며 이런 이유로 제품의 생산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거창박물관은 문화재는 우리 선조들이 물려주신 소중한 자산이며 따라서 외국으로의 반출을 막고 후손들은 이 유물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자손임을 뿌듯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정 관장의 소신과 신념에 의해 운영되며 서울약령시의 명소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문화재의 보존과 발굴을 위해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는 거창박물관의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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