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침서3①] 국혜은 “창업은 버티는 일…자기 일에 애정 있어야 해”
[청년지침서3①] 국혜은 “창업은 버티는 일…자기 일에 애정 있어야 해”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2.1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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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혜은 디플랫(D.flat) 대표
“웹디자인과 개발, 유지‧보수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디플랫”
“여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포기하지 않을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청년지침서 시즌1이 각 당의 청년 대변인단 15명을 만나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집중했다면, 시즌2는 청년 최고위원, 청년 노동조합, 대학생위원회 등을 통해 시즌1의 고민을 바탕으로 논의를 더 확장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까지 나아갔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번 청년지침서 시즌3는 국회 밖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 지금까지 국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청년들을 만나왔다면, 이번 시즌은 국회 밖 청년들을 만날 생각이다. 그래서 시즌3의 주인공은 청년 창업가를 포함해 여러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다. 

시즌3의 첫 번째 주인공은 국혜은 디플랫(D.flat) 대표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시즌3의 첫 번째 주인공은 국혜은 디플랫(D.flat) 대표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시즌3의 첫 번째 주인공은 국혜은 디플랫(D.flat) 대표다. 국 대표는 2017년 6월에 창업을 시작한 2년차 청년 벤처 창업가다. 그와는 지난 12일 강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년 창업가
“창업은 버티는 일…자기 일에 애정 있어야 해”

“존버요, 존버.”

요즘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자주 쓰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존버’다. 청년 세대는 무언가를 버텨낸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 비속어를 포함한 이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국 대표에게 ‘청년 창업가는 금수저일 것’이라는 편견에 대해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그는 존버라는 단어를 통해 버텨냈다고 답했다. 특유의 낙천성과 밝은 에너지를 가진 청년 창업가 국혜은 대표의 ‘버텨낸’ 시간의 흔적을 뒤따라 가봤다.

국 대표는 "자기 일에 애정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답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국 대표는 "자기 일에 애정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답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 창업은 버티는 일이라고들 한다. 금전적으로 힘든 기간을 어떻게 버텼나.

“자기 일에 애정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요즘 말로 존버가 롱런의 비결이라 생각한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버티냐는 말도 있다. 나 역시 2~3만원의 작은 일이라도 찾아서 버텼다. 초반에는 가지고 있던 돈을 충당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숙식(宿食)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일반 기업을 두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남들처럼 대학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했다. 토익 공부하고,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보내준 사진을 보정하고 배너를 디자인해서 온라인 쇼핑몰에 업로드 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곳에서 담당 직원으로 3~4년 일했다. 그때 내 나이가 24살이었다. 그때 모든 걸 혼자 부딪치면서 알아낸 거래처는 지금도 거래하고 있다.

그렇게 대학 때부터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 외주를 받았는데, 일을 그만두고는 아예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했다. 프리랜서가 되겠다고 다짐 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결하다 보니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계기가 됐다. 또 그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2년 정도 회사에서 웹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하던 일이 업(業)이 됐고,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협회를 통해 본격적인 회사 설립의 디딤돌이 됐다.”

-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창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반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면서 시작된다. 서비스의 경우 유형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설명을 하려면 보여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떻게 작동되는 서비스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개발자 2명과 팀을 꾸렸다. 그러면 월급을 줘야 한다. 그때는 돈을 벌고 있지도 않고, 지원금을 받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돈에서 충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살기 위해 고객사로부터 수주(受注)를 받는다. 수주를 받아 오면 개발기간에 따라 3~6개월 동안 고객사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그동안은 내가 하려던 서비스 개발은 멈추게 된다. 할 수가 없다. 고객사와 계약해서 돈 받고 일하는 건데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다보면 중간에 또 일이 들어오고, 결국 내가 하려던 개발을 위해 다른 개발을 하게 된다. 그렇게 본래 함께 팀을 꾸렸던 개발자들이 하나 둘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

- 창업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지원 사업은 많다. 없는 게 아니다.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다만 사업 초기 단계의 청년들은 어느 분야에 내가 지원할 수 있는지 분간이 힘들다. 그래서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부 지원금을 늘려 헌터(hunter)에게 주지 말고, 정말 필요한 청년들에게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 어떤 지원 정책이 내게 맞는지에 대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 헌터에 대한 말은 많은데, 정말 있나.

“나도 직접적으로 보진 못했지만, 있다고들 한다. 결국 창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짜 맞춰 글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헌터(hunter)는 사냥꾼을 뜻하지만, 특정한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창업 시장에서는 여기저기서 정부 지원금을 타내는 사람을 지칭한다. 최근 이러한 헌터들 때문에 창업 시장에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창업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디플랫(D.flat)
“웹디자인과 개발, 유지‧보수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디플랫”

디플랫의 처음은 어땠을까. 국 대표는 통장에 몇 만 원 남을 때까지 잔고를 구경하기도 했고, 함께 했던 팀원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날 때 그의 표현처럼 쿨(cool)하게 ‘미안하다, 잘 되면 다시 불러줄게’라며 보내주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회고했다.

“정말 살 떨리는 순간이죠. 그런데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구요.”

초기 디플랫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부단히 버텨내 지금에 이른 디플랫에 대해 물었다.

국 대표는 “디플랫은 웹디자인과 개발, 유지‧보수까지 해주는 업체”라고 소개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국 대표는 “디플랫은 웹디자인과 개발, 유지‧보수까지 해주는 업체”라고 소개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 디플랫은 어떤 회사인가.

“디플랫은 웹디자인과 개발, 유지‧보수까지 해주는 업체다.”

- 기술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을 함께 하는 것인가.

“디자인이라고 해서 크리에이티브(creative) 한 것만은 아니다. 산업에 필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기술 및 개발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한다. 

즉, 디플랫은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획이나 UI 디자인을 중심으로 기업에서 디자이너의 업무가 종합적으로 필요할 때 토탈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 지금 일에 만족하나.

“그렇다.”

- 프리랜서로 일할 때와 대표로서 일할 때의 만족감을 비교한다면.

“프리랜서 때나 대표일 때나 똑같이 만족한다. 다만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온라인으로 고객과 소통하기 때문에 어디 나갈 일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대표가 된 지금은 오프라인 미팅은 물론 대외활동을 위해 활발하게 얼굴도 비추고 있다. 그때도 그때의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지식이 더 많아진 지금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프리랜서를 하던 20대 때로 돌아가도 디자인 할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거다. 분명 지금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 여성 창업가
“여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포기하지 않을 것”

기자가 국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1월 작은 간담 회의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던 여성경제인 애로개선을 위한 국회 간담회에서 유독 그가 눈에 띄었다. 여성 벤처기업 대표 7명과 스타트업 기업 대표 3명이 모인 그 자리에 참석한 거의 유일한 미혼이자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간담회에서 나왔던 주요 얘기들 가운데, 결혼-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어려움과 남성 중심의 창업 시장에 대한 시각을 그에게 물었다.

국 대표는 "여성 대표들은 다들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을 것이고,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국 대표는 "여성 대표들은 다들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을 것이고,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 기혼 여성 창업가들은 결혼-출산-육아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걱정되는 건 없나.

“지금으로서는 미혼이고 나이도 어리다 보니 그 어려움이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 또한 미래에 결혼하고 싶고, 아이도 가지고 싶기 때문에 걱정은 된다. 그때가 되더라도 내가 여성이라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생각을 그렇게 하면 내 모든 생활이 바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창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것도 버텨냈고, 다른 여자 대표님들도 똑같이 극복해 높은 자리에 계시는데 나라고 못하겠나. 분명 출산 이후의 어려움도 다른 여성 대표님들이 그러셨듯 충분히 극복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 남성이 다수인 창업 시장에서 여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경쟁에서 여성 기업이 밀린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디플랫은 이제 막 사업 확장을 위해 일하고 있는 기업이라 지금은 온전히 공감되는 말은 아니다. 다만 디플랫의 경우 나와 동등한 의사 결정권을 가진 남성이 한 분 계신다. 그래서 서로 은연중에 규칙을 정했다. 각 자리에 따라 그분이 대신 가기도 하고, 전화를 대신 받기도 한다. 여자인 걸 떠나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할 수도 있고, 마냥 가서 생글생글 웃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그게 나만의 전략인 거다. 이렇듯 여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 대표들은 다들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을 것이고, 나 역시 그럴 것이다.”

-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좋아하는 시기가 있다. 그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정확히 무엇을 재밌어 하는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다만 여기서 염두 할 점은 그것마저도 항상 재밌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억지로 디자인을 한 적이 있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다음날이면 리셋이 돼 ‘이건 내 일이다’ 할 때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애정이 담긴 사업을 해야 한다.

어떤 게 유행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창업을 시도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그걸 경험하고,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사업 계획서도 써지고 사람들에게 어필도 된다. 

또 작고 볼품없는 일이라고 주눅 들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란 본인이 본인의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자부심이 있는지 여부다. 그게 쌓여서 분명 큰일이 될 것이다. 쪽팔린다는 생각, 안 해도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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