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독서가 대통령과 사가독서(賜暇讀書) 
[사색의 窓] 독서가 대통령과 사가독서(賜暇讀書) 
  • 김웅식 논설위원
  • 승인 2019.12.18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논설위원)

세종대왕은 임금이 된 지 8년째 되던 해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만든다. 집현전 학자들이 일정 기간 업무의 부담을 갖지 않고 독서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내려준 것이다. 세종대왕은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훌륭한 임금이었다. ⓒ인터넷커뮤니티
세종대왕은 임금이 된 지 8년째 되던 해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만든다. 집현전 학자들이 일정 기간 업무의 부담을 갖지 않고 독서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내려준 것이다. 세종대왕은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훌륭한 임금이었다. ⓒ인터넷커뮤니티

골프광으로 알려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독서가이기도 했다. 대통령 재직 시절 그는 10일 정도 휴가에 12권의 책을 가지고 갔다고 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휴가 때 무슨 책을 읽느냐는 뉴스의 초점이었고 서점가의 관심사였다. 그가 읽는 책은 베스트셀러로 오르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설득력 있는 연설은 폭넓은 독서에서 나왔음이 틀림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짧은 휴가 기간에도 책 읽는 걸 빼놓지 않았다. 철학자 도올이 선물한 책 3권을 읽었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택한 책이 한 쪽으로 편향됐다며 폄하했지만 대통령이 독서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편적인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사고의 깊이를 심화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이 되기 때문에 이 책들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다. 하는 일이 많아지거나 직장 다니느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과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을 새롭게 인식한 사람들의 생각과 지혜를 깊이 들여다보는 대신, 여가 시간 대부분을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보며 보낸다. 그러다 보니 깨달음이나 통찰력과는 담을 쌓아갈 수밖에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어려서 경제적으로 궁핍해 책을 사보지 못하고 빌려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렵게 빌려서 손에 넣은 책을 돌려주는 게 아쉬워서 책을 돌려주기 전까지 읽고 또 읽었다. 내용을 거의 달달 외울 지경이었다. 산책을 즐긴 그는 산책을 나설 때도 늘 책을 가지고 다니다가 수시로 책장을 펼쳐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20세기 영국의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따뜻한 유머와 위트를 가진 탁월한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풍부한 문학적 식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물론 폭넓은 독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기에 책을 보지 못하거나 글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지 않기에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소화하며, 의미 없이 흘러가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큰 결실을 볼 수 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인생1막 자서전’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집에서 먼 직장을 오가는 게 힘들 수 있지만, 달리 좋게 생각하면 출퇴근이 자기계발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책을 펴들면 그곳은 바로 나만의 서재가 된다. 수첩을 꺼내 하루를 그려보고 정리를 해본다. 새로운 세상을 알기 위해, 그리고 길 없는 길을 가기 위해 책을 꺼내본다. 책을 붙잡는 것은 세상을 붙잡는 일이고, 책을 읽는 것은 다른 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독서를 사랑한 세종대왕은 임금이 된 지 8년째 되던 해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만든다. 집현전 학자들이 일정 기간 업무의 부담을 갖지 않고 독서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내려준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신하이고 학자라도 몇 년 동안 업무에 몰두하다 보면 제대로 책 읽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훌륭한 임금이었다. 

자기계발이나 목표성취를 위해 책은 읽어야 한다. 다양한 독서가 바탕이 돼야 새로운 생각도 가능해진다. 세종대왕처럼 우리도 ‘사가독서’를 시행해 보자. 도서관에는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선인들이 아프게 고민한 삶의 궤적들이 우리를 깨우쳐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