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우울한 연말…‘부정적 이슈·정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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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우울한 연말…‘부정적 이슈·정부 규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12.1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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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도 안 좋은데…불투명성↑
“명함 내밀기 부끄러운 연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연일 터지는 부정적 이슈와 정부 규제 등으로 건설업계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 시사오늘
연일 터지는 부정적 이슈와 정부 규제 등으로 건설업계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 시사오늘

건설업계가 울적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대형 건설사, 중견·중소 건설사를 가릴 것 없이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하도급 갑질, 부실시공 등 부정적 이슈가 연일 터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불투명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대금을 후려치고 선급금 지급을 미루면서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라마종합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400만 원을 부과했다. 하도급대금을 낮게 결정하거나 수급사업자에게 선급금 지급을 지연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제재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앞선 지난 8일에는 동일스위트로 널리 알려진 ㈜동일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57억6100만 원을 부과 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일은 2016~2017년 71개 수급사업자에게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벌여 총 50억4400만 원의 하도급대금을 인위적으로 낮췄다.

건설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12월의 칼바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2019년 대기업 집단공시 이행 점검 결과 및 기업 집단 상표권 수취 내역 상세 공개'를 발표하고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 집단에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삼은 업체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태영, 중흥건설, 중흥토건, 한라홀딩스, 대림산업 등 건설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 유독 눈에 띈다.

사법부와 사정당국도 건설업계에 비우호적인 모양새다. 지난달 대법원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입찰담합 혐의로 기소된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 등에 대한 벌금형을 확정했다. 또한 이달 초 서울고법은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공정위에게 과징금을 부과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제기한 불복소송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달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이 제기된 광주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호반건설의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비슷한 시기 경찰은 최근 광주 북구 풍향구역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지역 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조합은 포스코건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

건설업계의 단골 논란거리인 부실시공 문제 역시 연말 들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KCC건설의 블록형 단독주택 '동분당 KCC스위첸 파티오' 하자 논란은 이달 들어서야 가까스로 봉합됐으며, 효성중공업 건설부문이 시공한 '평택 소사벌 효성해링턴코트'는 입주를 앞둔 이달 초 부실시공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두산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경전철 신림선1공구 현장에서는 최근 지역 주민과 인근 학교에서 땅 꺼짐, 균열에 대해 지적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재건축·재개발조합과의 갈등이 부쩍 늘어난 점도 건설업계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체 간 과도한 수주전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철퇴가 내려진 한남3구역은 재입찰로 선회했으며, 반포주공1단지 3주구, 홍은13구역, 신반포15차아파트 등에서도 기존 선정된 시공사의 자격을 박탈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조합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최근 먹거리가 줄어든 건설업계에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고는 전년 대비 40%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연일 발생하는 부정적 이슈에 건설업계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물론 각 업체들이 자초한 사안이 대부분이지만 건설업 자체를 적폐로 규정하고 메스를 들이대는 느낌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대관팀 관계자는 "불공정한 관행들이 업계 차원에서 쉽게 자정되지 않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경기에는 최소한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어렵고, 내년보다 내후년이 어려운 건설경기를 감안해줘야 하는데 건설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을 강조하면서도 뒤에서는 칼날을 들이대고 있으니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건설업을 투기세력에 동조하는 적폐로 규정한 상황에서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인위적으로 형성시키는 느낌도 든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점도 업계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양상이다. 미래에셋대우 이광수 연구원은 "이번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부동산대책 중 가장 강력하고 구체적인 규제를 담고 있다. 정부는 시장이 지속 불안정하다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은 시장 변동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 가장 유의할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분석했다.

중견 건설사의 한 임원은 "이번 대책으로 국내 주택사업의 먹거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실정"이라며 "특히 올 연말에는 건설업계를 정면 겨냥한 압력이 유독 심한 것 같다. 건설인으로서 명함을 내밀기 창피하고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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