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미로(迷路) 같은 대학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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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미로(迷路) 같은 대학입시
  • 김웅식 논설위원
  • 승인 2019.12.20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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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논설위원)

지금의 대입시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고생을 하게 돼 있다. 대학입시가 깜깜한 미로(迷路) 찾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을 포함해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학 가는 길을 누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커뮤니티
지금의 대입시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고생을 하게 돼 있다. 대학입시가 깜깜한 미로(迷路) 찾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을 포함해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학 가는 길을 누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커뮤니티

그게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달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편히 쉬지도 못하고 논술고사를 보기 위해 또 다시 여러 대학을 오가며 고투해야 했다. 학부모들의 염려와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대학입시 제도는 입시지옥을 지나 ‘괴물’이 돼 버렸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재미있어야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재미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는 게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은 창조적이 된다”라고 말한다. 재미가 삶을 살게 하는 에너지의 근원이며 행복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백번 공감하는 말이다. ‘공부라는 기술을 이용해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는 삶의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서강대 이기진 교수의 칼럼 문구도 가슴에 와 닿는다. 

수험생 딸아이가 걱정돼 두 번 논술 시험장에 따라간 적이 있다. 벌써 4, 5년 전의 일이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딸아이는 또 몇 번의 시험을 지원한 대학에서 치러야 했다. 말은 논술고사라지만 예전 본고사를 방불케 하는 시험이었다. 시험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얼마나 지원자가 많은지 오전 오후 두 번으로 나눠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딸아이가 수시로 지원한 학과는 선발인원이 20명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응시생은 몇 백 명이었다고 했다. 

지금의 대입시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고생을 하게 돼 있다. 대학입시가 깜깜한 미로(迷路) 찾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자 수시와 정시를 포함해 6번 이상 대학을 선택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포함해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학 가는 길을 누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시험 전형료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대학마다 몇 만원씩, 6번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한 해 평균 수십 만원이 지출된다. 재수를 한다고 하면 전형료는 두 배로 들어간다. 대학은 시험을 치르면 치를수록 들어오는 돈이 늘어난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대학에는 건물이 한 채 올라간다는 뼈있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회자되는 건 아닌 듯하다.  

대통령은 검찰이 기소까지 한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갖가지 불법 혐의에 대해 “합법적 불공정”이라며 일찌감치 면죄부를 줘버렸다. 그래 놓고 취한 조치가 대입 정시모집 비율을 느닷없이 늘리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교육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입시 제도만 뜯어 고친 꼴이 돼 버렸다.  

한국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다른 어떤 교육정책보다 강력하다. 대입제도의 변경은 전국 고교의 교육과정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중학교와 초등학교 재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파급력이 크다.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번 입시제도 개편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정부에서만 대입이 세 차례 출렁거렸다. 지난달 발표된 ‘정시 40%룰’(서울지역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부터 정시 40% 이상 의무 선발)은 대통령의 정시확대 언급 38일 뒤 발표됐다. 성급한 결정이기에 교육현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겼을 리 없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고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미로(迷路) 같은 대학입시를 풀어줄 혜안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유튜브 방송에서 한 정치인이 수능시험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다. 그가 말하는 교육, 특히 대학입시 공약은 파격적이다.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천재라도 대학 입시에서 낙방할 것”이라며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과목만 시험을 보게 하고, 그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대학에 지원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과 고생을 좀 줄여보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공약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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