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조선의 망국과 지리멸렬한 보수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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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조선의 망국과 지리멸렬한 보수대통합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12.22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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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지도자들은 대원군과 민비, 고종이 합작한 조선의 망국을 잊지 말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보수 지도자들은 대원군과 민비, 고종이 합작한 조선의 망국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제공=뉴시스
보수 지도자들은 대원군과 민비, 고종이 합작한 조선의 망국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제공=뉴시스

흥선대원군은 지긋지긋한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종식시켰다. 당시 안동김씨는 왕족 중 군왕의 자질이 조금이라도 있는 인물들은 철저히 탄압하거나 제거했다. 대원군은 어릴 적부터 총기가 뛰어난 왕족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안동김씨는 대원군을 철저히 감시했다.

하지만 대원군은 안동김씨의 감시를 피하고자 천한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궁도령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했다. 대원군은 병약한 철종 이후 시대를 기획했다. 자신이 직접 왕에 오를 수 없으니 자신의 똑똑한 둘째 아들 명복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타깃은 궁궐의 가장 큰 어른인 조대비였다. 풍양 조씨가 안동김씨에게 밀려 절치부심하며 정권 재탈환을 원하던 조대비에게는 대원군의 제안은 천군마마 그 자체였다. 하지만 조대비는 대원군의 속셈을 읽지 못했다. 대원군은 철종이 죽고 자신의 아들이 즉위하자 본색을 드러냈다.
 
대원군은 정치동지인 조대비를 배신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세도정치가문에게 정권을 빼앗겨 실추된 왕권을 회복시키고, 정치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세계는 근대화의 물결이 넘치고 있었다. 조선이 하대하던 일본마저 미국의 함포외교에 굴복해 강제 개국의 치욕을 당해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청나라도 마찬가지였다. 1~2차 아편전쟁으로 서양 제국주의와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을 체결했고, 근대화를 위한 양무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대원군은 근대화보다는 왕권 강화가 최우선과제였다. 특히 세도정치의 발호를 막고자 미천한 집안 출신인 민비를 며느리로 삼은 것은 최대의 실책이었다. 민비는 권력의 화신이자 제2의 대원군이었다. 시아버지처럼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시대를 기획했다. 민비도 대원군이 자신을 무시하는 동안 고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의 세력을 권부에 심어놓기 시작했다.
 
대원군은 무리한 경복궁 중건사업으로 심각한 물가 폭등과 재정난에 빠져 민심의 이반을 자초했다. 민비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고종의 친정(親政)을 기획했다. 결국 고종이 성인이 되자 대원군을 실각시켰다.

조선의 망국은 흥선대원군의 시대정신인 근대화 대신 왕권강화라는 그릇된 개혁 방향과 권력욕에 미쳐 민씨 세도정치를 펼친 민비, 그리고 부친과 아내의 권력다툼을 방관한 고종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조선의 근대화라는 시대정신을 실현했다면 일제 35년은 역사의 기록에서 없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이 최대의 화두다. 황교안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이 주축이 된 새보수당, 그리고 우리공화당으로 대표되는 골수친박세력이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끊임없는 失政으로 정권 재탈환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여권의 정권재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조국 사태와 울산시장 선거 의혹 등으로 현 정부에 실망한 이들이 권력투쟁에 빠진 자유한국당을 선뜻 대안으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새보수당도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다고 표방하지만, 얼마전까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권력투쟁에 몰두했었다. 우리공화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 수호대를 자처하고 있다. 권력도 없는 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분열로 권력을 가진 여권을 이기겠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과대망상이 될 것이다. 보수 지도자들은 대원군과 민비, 고종이 합작한 조선의 망국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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