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SC제일銀 '한국무시' 度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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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SC제일銀 '한국무시' 度넘었다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0.19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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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본점 비용 떠안기·예대마진 폭리 일삼아 국내시장 "봉 취급"
중기대출 위반 1위·'꺾기' 횡포로 유일하게 기관 주의 제재 까지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들의 '잇속 챙기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익규모까지 축소했다는 의혹에 제기됐다.

특히 외국계 은행 중 하나인 SC제일은행은 여수신 과정에서 폭리를 일삼고 기업보다 가계 대출에 치중해 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 비율 위반건수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꺾기(구속성 예금)' 영업으로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기관 주의' 제재를 받는 등 도덕적 헤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은 당초 외국계로 매각될 때 기대됐던 선진금융기업 도입은 고사하고 오히려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     ©시사오늘

◇수익에는 민첩…사회적 책임은 둔감
금융감독원이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ㆍ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익성은 무시한 채 수익성 확보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이번 국감에서 SC제일은행은 외국 본점의 비용을 떠안기 위해 국내 지점의 지난해 순이익을 1,000억원 이상 과소 계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SC제일은행이 국제회계 기준을 악용해 외국 본점의 비용이나 부실처리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도 "관련 정보를 입수해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해당 은행을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또 지난해 말 금감원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도 대출 의무비율을 외환은행과 함께 단 한번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금융감독당국에서 MOU 이행 실적 미흡으로 각각 아홉 번, 여덟 번 지적 받았다.

그나마 중소기업 대출에 나설 때도 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과정에서 꺾기로 징계당한 10개 은행 가운데 SC제일은행만 수위가 가장 높은 '기관 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의 원화·외화 유동성 공급 등 직ㆍ간접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상대적으로 손쉽고 안전한 가계대출 영업에 집중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도 SC제일은행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7개 시중은행 가운데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SC제일은행으로 올 7월 현재 4.34%에 달했다.

이는 국내 다른 은행들보다 무려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도 SC제일은행이었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6.75%에 달한 반면 예금금리는 2.89%에 불과했다. 전체 대출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 8월 말 현재 72.4%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국민은행(56.3%)과는 무려 16.1%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SC제일 순이익 1천억 원 축소 의혹
더욱이 SC제일은행은 작년 순이익을 1000억 원 이상 과소계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주재성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C제일은행이 작년에 순이익을 축소했다는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관련 정보를 입수해 해당 은행에 대해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이 2008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작년 순이익은 3081억 원이나 금감원은 1000억 원 이상 과소계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이익규모가 과소계상된 이유를 철저히 파악해 필요시 책임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유 의원은 외국계 금융자본이 국내 금융회사나 제조기업을 인수하고 나서 국제회계기준을 악용해 외국 본점의 비용이나 부실처리 창구로 활용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외국계 금융기관의 결산자료를 조사한 결과, 한국지점과 외국 본점의 결산자료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계 지점과 본점 모두 투명성이 높은 국제회계기준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주석을 통해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회계를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C제일은행 측은 작년 이익규모가 축소됐다는 의혹에 대해 "작년 12월31일에 발생한 특정거래의 결제일이 올해를 넘기면서 2영업일 차이가 생겨 오류가 발생했다"며 "과소계상된 부분을 수정하면서 이에 따른 세금도 모두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SC제일은행의 해명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재무담당자는 "통상 어떤 거래가 발생하면 거래일을 기준으로 순익이 잡힌다"며 "결제일이 다음해로 넘어갔더라도 순익에서 빠지는 것은 잘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령 전산오류로 이익을 1000억 원 이상 과소계상했다고 해도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성 무시 돈벌이 혈안 ‘외국계은행 규제론’ 확산
공공성을 외면하는 외국계 은행의 영업행태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만으로는 국내 금융현실을 무시하는 외국계 은행의 영업행태를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국계 은행들의 영업행태가 때론 지나치다고 생각될 때가 여러 번 있었다”며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국내 시중은행에 대해 다양한 지시와 감독을 해왔으나 외국계 은행을 감독하는 데는 한계를 느껴왔다. 금융당국의 구두 협조요청 등 전통적인 행정지도 방식에 대해 외국계 은행들이 본점에 보고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제도적 근거에 의해 이뤄지는 감독에 대해서는 외국계 은행들도 협조하는 편이지만 구두 협조요청은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털어놨다.

정치권에서도 공공성을 도외시하는 외국계 은행의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공공성을 외면하고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시정할 수 있도록 외국계 은행에 대해 정부가 불이익을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기국회에서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는 입법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지역금융 활성화에 대한 금융기관의 기여 정도를 평가해 공개하는 ‘지역금융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해 인·허가 등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외국계 은행도 규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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