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청년이 사는 집은 춥고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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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청년이 사는 집은 춥고 좁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2.23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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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외 청년보다 수도권 청년 삶이 더 열악해
소득하위가구보다 청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더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마포구의 한 미니텔. 25.26㎡로 7평 남짓의 아주 작은 ‘집’이 하나 있다. 실제 면적은 13.52㎡로 4평정도 되는 크기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는 외풍이 너무 심해 더 힘든 방이지만, 120세대 중 청년이 85% 이상 거주하는 이 곳에서는 그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가 이 춥고 좁은 집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 곳에 사는 청년들은 조그마한 창에 뽁뽁이(포장용 에어캡)를 사다 붙이고, 좁은 방에 난방 텐트와 전기장판을 설치했다. 그렇게 그곳에 사는 청년들은 남들보다 일찍, 긴 겨울을 맞았다.

특성가구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통계청 2018 주거실태조사 캡쳐
특성가구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통계청 2018 주거실태조사 캡쳐

지‧옥‧고란 말이 있다. 지옥고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을 일컫는 용어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표하는 지옥고는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청년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를 증명하듯 청년 가구가 주거 빈곤에 취약하다는 여러 조사가 있다.

2018년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모두 청년 가구가 10.5%(2017년)와 9.4%(2018년)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소득 하위 가구의 미달가구 비율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그 외에도 면적 혹은 침실기준 미달가구를 비교해도 청년 가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같은 청년이라도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주거 빈곤을 경험할 수치도 달라졌다. 같은 주거실태조사에서 4가지 항목(최저주거기준, 면적기준, 시설기준, 침실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 가구가 수도권 외에 거주하는 청년보다 높은 미달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5년에 한 번씩 통계청이 실시하는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주거 빈곤은 청년 가구 중에서도 1인 청년 가구가 가장 취약하며, 그중에서도 서울에 사는 1인 청년 가구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18년에 발표된 2015년 기준 통계청 통계개발원 연구보고서에서도 20~24세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전국 비율이 19.8%지만, 서울은 27.8%로 8.0%포인트 격차가 드러났다. 이 수치는 65~69세까지 전국 비율보다 서울이 높았다.

이와 관련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는 청년기가 지나면 점차 소득이 늘어나고 자산이 축적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굳이 오늘날 이 어려움을 구분해 지원해야 하는지 충분히 반문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오늘날 청년 주거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부모세대의 기대수명 증가와 은퇴 후 삶에 대한 다양한 욕구로 인한 주거지원 감소 △평생직장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 소득 불안정 △국내 임차가구만의 특별한 상황 등을 들어 설명했다. 이어 높은 주택 가격이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은 가구 1인당 평균 주거면적 25.4㎡의 집에서, 11.5%는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한 상태로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집에서 평균 1.4년 거주하다 또 다시 이사할 곳을 찾는다. 오늘도 청년의 집은 춥고 좁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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