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항공] 경영난 가중 속 M&A 속도…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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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결산/항공] 경영난 가중 속 M&A 속도…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12.24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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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2019년이 저물어 간다. 〈시사오늘〉은 '2019 결산' 특집을 통해 올 한해 각 분야별 주요 이슈들을 돌아보고, 이 같은 이슈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와 과제를 남겼는지 짚어본다.

아시아나 이어 이스타항공까지 M&A 이뤄져…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올해 항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다.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 급감과 맥스 8 기종의 운항 중단 사태 등이 얽히며 경영난을 가중시켰고, 이를 타개하고자 저마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와 비용 절감 노력들을 이루며 무한 생존 경쟁을 펼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지분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까지 이뤄져, 업계는 우려와 희망이 공존하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올 한해를 통틀어 최대 이슈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했다. 대형 항공사가 시장 매물로 나왔다는 것 부터가 이례적인 데다, 인수 여력을 갖춘 기업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여겨져 눈길을 모았다.

이에 HDC와 애경이 아시아나 인수 참전 의사를 밝혔으며, 결과적으로 2조5000억 원 가량을 제시한 HDC가 아시아나를 품게 됐다. 9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있는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라는 말들이 뒤따르고 있지만, HDC는 관광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통해를 제2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방침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 역시 이달 자회사 제주항공을 통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외 2인으로부터 보통주 497만1000주(지분 비율 51.17%)를 695억 원에 매수하기로 MOU를 체결했으며, LCC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적자에 시달리며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해 온 이스타항공으로서는 최대주주의 대승적인 결단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여기에 제주항공도 아시아나 인수 대비 적은 출혈만으로도 LCC간 합종연횡을 통해 세를 불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국내선 24.8%, 국제선 19.5%를 차지, 상위사업자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들 인수기업들은 내년에도 항공업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에서 효율성에 집중한 장기적 관점의 경영방침으로 높은 파고를 헤쳐나갈 전망이다. 당장의 재무구조 개선 과제는 위기감을 높이지만, 지속적인 자금 투입 여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피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버티는 자가 승리자라는 말처럼 어려울 수록 항공업계는 갈수록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M&A들도 결국 각사가 처한 경영난 극복과 경쟁력 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모습. ⓒ 각사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모습. ⓒ 각사 제공

항공오너가 3세들, 운신 폭 좁아질까

이러한 M&A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후계자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사실상 그룹 내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서 그 입지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인으로서 꽃도 피워보기도 전에 쪼그라든 금호家를 재건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업계는 박세창 사장이 경영승계 준비와 그룹 재건을 이루기 위해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으로 적을 옮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 매각으로 마련한 실탄을 금호산업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박세창 사장이 꼽히고 있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나름 재무건전성도 양호해, 건설업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박 사장이 오더라도 경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같은 항공업계 오너 3세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정은 양호한 편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4월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타계하면서 물려받은 경영권을 바탕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이룬 인사 단행을 진두지휘한 것은 물론 우군인 델타항공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진다.

다만 최근 누이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선친이 남긴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조 회장을 비난하고 나섰다는 점은 열세로 지목된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에서 배제된 데 불만을 품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낸 것인데, 오너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가뜩이나 산적한 오너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된 대한항공과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 순항을 이뤄보기도 전에 낭패를 보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KCGI의 한진칼 지분 확대로 지속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데다 우호 지분간의 반목마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은 향후에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선대에서 이룩한 창업자 정신이 후대에 갈수록 옅어지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들춰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경영권 분쟁은 기업 성장판을 닫히게 만들고,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마저 후퇴시킬 수 있다"며 "창업자 정신이 후대에 갈수록 옅어지는 문제는 국가 경쟁력 하락과 사회적 불신마저 초래할 수 있어 그 병폐가 크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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