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민 귀뚜라미 회장이 물러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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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민 귀뚜라미 회장이 물러난 진짜 이유?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10.23 0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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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특허권 독식에 부당 내부거래 의혹까지…의구심 증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지난 17일 귀뚜라미그룹 최진민(70) 회장이 회장직을 돌연 사퇴하면서 김태성(67) 전 삼천리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그 뒤를 이었다. 귀뚜라미 측은 최 전 회장의 사임을 발표하며 “귀뚜라미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국내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최 회장은 해외사업부문을 통한 수출 강화 및 제품개발 등 글로벌사업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 전 회장의 퇴진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독려와 회사의 각종 부당이익의혹 등 논란의 결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최 전 회장은 귀뚜라미 그룹 직원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독려하는 공고문을 전달, 주민투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당시 대구방송(TBC) 대표로 있던 최 전 회장은 언론사 대주주가 선거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지난 6일 대구방송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 최진민 전 귀뚜라미그룹 회장 ⓒ뉴시스

19세 아들이 보일러 전문 특허 출원?

최 전 회장의 사임이유로 거론되는 또 한 가지는 귀뚜라미그룹의 각종 비리의혹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최 전 회장 부자의 특허권 논란과 부당내부거래의혹 등 회사를 둘러싼 얼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최 전 회장과 그 두 아들의 특허 독식은 회사 자금 편취, 편법증여 등의 의혹과 맞물려 있다. 특허는 산업재산권으로서 관련 제품이 개발되면 특허권 사용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진민 전 회장은 1962년 귀뚜라미보일러 설립 이후 현재까지 보일러 업계에 몸을 담았다. 그는 공학박사 출신으로 보일러, 냉·난방, 자동화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600건에 가까운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해왔다. 존속기간이 지난 것을 제외하고 현재 재산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만도 96개에 달한다.

최 전 회장은 물론 그의 두 아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도 상당하다. 최 씨의 장남 성환(33)씨와 차남 영환(30)씨는 각각 24건, 19건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 성환 씨가 처음 특허출원을 한 것은 1998년, 그의 나이 20세 때다. 당시 성환 씨는 ‘보일러의순간수압평형장치’에 대해 특허출원을 하고 이듬해부터는 해마다 두 세 개의 특허를 신청하기도 했다. 20세 대학시절부터 기계관련 기술을 개발해 현재 24개의 특허·실용신안을 소유하고 있는 성현 씨의 전공 학문은 철학이다.

차남 영환 씨는 형보다 일찍이 19세 때부터 특허출원을 했다. 2000년 ‘가스보일러의 버너’특허를 형과 함께 신청했고 이듬해부터는 ‘온돌 난방용 배과호스’ 등에 단독 출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관련 기술이 없는 어린 학생들이 아무런 연구개발 없이 해당 기술을 발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특허권에 대해 회사 내 개발팀에서 발명한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최 전 회장의 특허사항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분야의 기술 개발이 혼자의 이름으로 등록돼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귀뚜라미그룹 법인 명의의 특허·실용신안 개수는 겨우 38개뿐이다. 이는 최 전 회장과 그 아들들의 이름으로 등록된 기술개발이 실제로는 연구원들의 공로가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특히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경동나비엔 324개, 린나이코리아 808개)이 갖고 있는 특허권 수를 보면 최 씨 부자가 직무 발명사항을 가로챘다는 의심이 더욱 힘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 게 사실이라면 최 전 회장은 막대한 회사의 자금을 가로채고 아들들에게 편법증여를 한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최 전 회장이 관계사들로부터 받은 특허사용료는 286억 원에 달한다. 그의 아들들은 아직 특허사용료는 받고 있지 않지만, 관련 상품이 개발될 경우 그들 역시 회사로부터 돈을 받게 된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최 전 회장의 아들들이) 특허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새로운 증여형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형식적 완전포괄주의가 아닌 실질적 완전포괄주의 상증세법으로 이 같은 사례에 과세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귀뚜라미 측은 관련 사항들에 대해 “알 수 없음”으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딸 이사로 있는 닥터로빈, 노조 반발에도 대구방송 입점 추진

최 전 회장의 아들 못지 않게 딸 문제도 거론된다. 다이어트 음식점 닥터로빈은 귀뚜라미 그룹의 자회사로, 최 전 회장의 셋째 딸 문경(32)씨가 이사로 재직 중이다. 닥터로빈의 대주주는 지분 58.5%를 소유한 귀뚜라미홈시스이며, 귀뚜라미홈시스는 최 전 회장일가가 61.9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닥터로빈이 대구시의 대구방송 사옥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대구방송은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타당한 명분 없이 닥터로빈의 입점을 추진하면서 노조와의 마찰을 빚었다.

당시 대구방송 노조는 성명을 내고 “닥터로빈이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닥터로빈은 재료 선정이 까다로워 마진율이 높지 않다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닥터로빈의 입점을 고집한 것은 문경 씨가 있는 회사에 대한 특혜로 비춰졌다. 대구방송 대주주는 주식 14.50%를 갖고 있는 나노켐(구 귀뚜라미정밀공업)이고, 나노켐의 지분은 최 전 회장의 일가가 45.27%를 갖고 있다. 또 최 전 회장은 지난 10월 6일까지 대구방송의 회장직을 함께 맡고 있었다.

이에 귀뚜라미그룹 측은 닥터로빈의 대구방송점 입점에 대해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음식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6년 설립된 닥터로빈은 미국 LA에 닥터로빈 다이어트 푸드 본사가 있고 한국에는 서울 강서점, 명동점 등을 비롯해 전국 8개의 매장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미국과 싱가폴 진출도 진행 중에 있는 등 구멍가게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나노켐이 사업 등록을 했던 1995년, 당시 16세에 불과했던 문경 씨는 나노켐의 지분 9%를 가지며 대주주 자격을 얻기도 했다. 이에 문경 씨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미성년자 시절 나노켐의 지분을 획득하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재산을 늘린 것을 놓고 부당증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내부거래 비율 해마다 증가

귀뚜라미그룹은 관계사들과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의 계열사는 (주)귀뚜라미, (주)나노켐, (주)대구방송, (주)닥터로빈 등 13개다. 이중 최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비율이 높은 대표 회사가 ㈜귀뚜라미와 (주)나노켐이다.

귀뚜라미는 냉·난방기구 제조 및 판매업체로 △종속회사는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계열사는 나노켐, 귀뚜라미홈시스, 귀뚜라미랜드, 천진귀뚜라미보일러, 대구방송, 터키귀뚜라미보일러, 귀뚜라미동광보일러 △기타 특수관계사로 귀뚜라미문화재단, 귀뚜라미냉동기계, 귀뚜라미복지재단, 닥터로빈, 센추리 등이 있다. 귀뚜라미의 지분은 최 전 회장 외 5명이 61.78%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귀뚜라미문화재단이 20.06%, 귀뚜라미홈시스 15.81%, 나노켐 2.33%, 자기주식 0.02%로 구성돼 있다.

귀뚜라미의 지난 2010년 매출액은 2389억여 원이다. 그러나 이 중 80%에 가까운 1909억 원 가량이 관계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종속회사와의 거래에서 197억여 원,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1551억 여원, 기타 특수관계사 사이에서 159억 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귀뚜라미 계열사들 간 내부거래가 활발해 진 것은 2005년 귀뚜라미보일러, 귀뚜라미가스보일러, 귀뚜라미센티온 등이 귀뚜라미로 흡수합병 되면서 부터다. 이후 2006년 귀뚜라미의 내부거래율은 30%, 07년 58%, 08년 84%, 09년 80%로 꾸준히 증가했다.

나노켐 역시 특수관계사와의 내부거래율이 상당하다. 나노켐은 보일러 관련부품 전문회사로 △종속회사에 천진귀뚜라미보일러 △계열사에 귀뚜라미, 귀뚜라미랜드,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대구방송 △기타 특수관계사에 귀뚜라미홈시스, 귀뚜라미범양냉방, 닥터로빈, 귀뚜라미냉동기계, 귀뚜라미동광보일러가 있다. 나노켐의 지분은 최 전 회장 외 3인이 45.27%를 갖고 있으며, 귀뚜라미가 31.38%, 귀뚜라미문화재단 23.35%를 보유하고 있다.

나노켐 역시 지난해 매출액 469억여 원 중 92%에 달하는 433억 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발생했다. 2006년에는 89%, 07년 88%, 08년 95%, 09년 92%로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가 해마다 거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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