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삶의 질이 나아졌어요”…돋뵈는 생활밀착형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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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삶의 질이 나아졌어요”…돋뵈는 생활밀착형 정책
  • 김웅식 논설위원
  • 승인 2019.12.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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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논설위원)

요즈음 버스정류장이 변했다. 몇 년 전부터 선을 보였던 보온텐트가 다시 설치됐다. 보온텐트는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바람막이 장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보온텐트는 반갑다. ⓒ인터넷커뮤니티
요즈음 버스정류장이 변했다. 몇 년 전부터 선을 보였던 보온텐트가 다시 설치됐다. 보온텐트는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바람막이 장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보온텐트는 반갑다. ⓒ인터넷커뮤니티

연말이 다가오면 길거리 인도가 보도블록 교체공사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 광진문화예술회관 앞 보도는 멀쩡해 보였는데, 어느 날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한강공원 산책로 확장과 학교 앞 횡단보도 정비를 현 국회의원이 해결했다며 현수막을 걸었다가 얼마 뒤 철거하는 해프닝도 일어난다. 

예전에 각 지자체에서 정부 교부금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억지로라도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진행해 남는 예산을 밀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잦은 보도블록 교체공사로 국민이 낸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후 아예 법으로 ‘묻지 마’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못하게 했는데도,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볼 때면 씁쓸한 마음 지울 수 없다.  

추위가 본격 시작된 요즈음 버스정류장이 변했다. 몇 년 전부터 선을 보였던 보온텐트가 다시 설치됐다. 보온텐트는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바람막이 장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보온텐트는 반갑다. 출퇴근길,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옹기종기 텐트 안으로 모여든다.

버스정류장엔 또 다른 장치가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정류장 벤치에 열선을 깔아 만든 발열의자다. 엊그제 앉아봤는데 마치 자동차 열선 시트를 켠 느낌이랄까. 신비스러울 정도로 몸 전체가 따뜻해졌다. 앞으로 버스를 기다리다 감기 걸릴 일은 없을 듯싶다. 실시간으로 버스 도착 시각을 알려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몸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장치들이 있으니 말이다.

버스정류장 보온텐트가 내 집 같은 따뜻함을 준다면, 공공대여자전거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공공대여자전거는 지자체 소유 자전거를 소액에 일정 시간 빌려 타는 것으로 시민들의 출퇴근 풍경을 바꾸고 있다.

공공대여자전거는 서울시, 창원시, 순천시를 비롯한 지자체 10여 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걷기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자가용 대신 ‘따릉이’ 이용이 늘수록 교통체증 해소나 미세먼지나 매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을 정도로 책이 홀대를 받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발 벗고 나섰다. 지자체에서 작은도서관 설립을 통한 시민독서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6000여개의 작은도서관이 구축됐고, 매년 500개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이젠 지하철역, 주민센터, 재래시장, 아파트단지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책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 

버스정류장 보온텐트, 공공대여자전거, 작은도서관 등 시민생활에 가까이 다가선 생활밀착형 정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잦은 보도블록 교체공사에서 벗어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정책으로 실현돼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생색내기용 정책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네 삶의 질은 나아질 것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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