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정책 속도…유통업계, 새해도 잇단 규제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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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 속도…유통업계, 새해도 잇단 규제에 ‘속앓이’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9.1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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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자율포장대 끈·테이프 사라져
주류업계, 유색페트병 퇴출…광고 규제 강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한 대형마트 내 자율포장대에 종이상자들이 비치돼 있다. ⓒ안지예 기자

오는 2020년 새해 유통업계는 친환경 바람이 더욱 거세지면서 이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도 있지만 정부의 친환경 관련 규제가 늘어나는 데 따른 움직임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을 두고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상자를 포장하는 데 쓰인 테이프·끈을 찾아볼 수 없다. 앞서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지난 8월 자율포장대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폐기물을 없애기 위해 자율포장대 자체를 철수하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환경부와 맺었다. 

하지만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혔고 결국 자율포장대는 유지하되 플라스틱 끈과 테이프를 제외하고 종이상자만 제공하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소비자들의 비판은 여전한 상태다.

커피전문점 규제도 강화된다. 환경부의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이 수립되면서 오는 2021년부터는 소비자가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포장판매(테이크아웃) 할 때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종이컵은 다회용잔(머그컵)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다. 

당장 새해에는 적용이 되지 않지만 정책 시행이 알려진 뒤 업계와 소비자의 불만이 벌써부터 상당한 분위기다.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동시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자영업자들도 소비자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새해에는 유색 페트병도 시중에서 사라진다. 유색 페트병 사용금지를 골자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지난 25일부터 시행되면서 주류·음료업계는 무색 페트 생산에 돌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주를 포함한 생수, 음료 페트병은 투명한 색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려는 방안이다.

이에 기업들은 발빠르게 대책을 마련했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기존 녹색 페트를 무색으로 바꿔 생산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기존 녹색으로 생산되던 처음처럼은 400ml, 640ml, 1000ml, 1800ml로 현재 모두 무색 페트로 생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페트병을 기존 초록색에서 무색으로 바꿔 시중에 유통 중이다. 제주소주도 지난 2017년 일찌감치 ‘푸른밤’ 소주를 무색 페트병으로 내놨다.

음료업계도 마찬가지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페트병 색깔을 35년 만에 초록색에서 투명한 무색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4월 사이다 브랜드 ‘스프라이트’의 기존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 페트병으로 바꿨다. 이후 탄산수 ‘씨그램’ 등 다른 제품들도 순차적으로 변경 중이다.

다만 유색 병의 사용이 불가피한 와인·위스키 등 수입 주류업체들은 혼란에 빠졌다. 와인과 위스키는 내용물 변질을 막기 위해 짙은 색상, 홀로그램 라벨 등의 장치를 병에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로 당장 해답을 찾기 어려운 데다가 향후 생산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류업계는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과 광고에 제동이 걸린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예인 사진이 음주를 미화하고 주류 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음주의 폐해가 만만치 않지만 담배와 비교해 절주 정책이 약하다는 여론도 반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판매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새해에는 주류 광고 규제도 강화된다. 광고에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도 넣을 수 없으며 미성년자 등급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게임 등에서도 광고가 제한된다. 현재 청소년들이 주로 TV를 시청하는 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주류와 관련된 모든 광고가 전면 금지돼 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에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규제는 하나둘씩 늘어나는 상황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트렌드와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정부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손발을 맞춰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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