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동거 後] “역전 드라마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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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동거 後] “역전 드라마가 남았다”
  • 윤진석·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2.2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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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 증명해야할 과제들에 대해
남겨진 자와 떠난 자…‘건투를 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조서영 기자]

바른미래당 분당이 코앞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나는대로 탈당 러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 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분당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지각변동의 정계개편이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그래픽
바른미래당 분당이 코앞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나는대로 탈당 러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 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분당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지각변동의 정계개편이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시사오늘 이근

 

제3지대 정계개편이 꿈틀댄다. 분화구는 바른미래당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은 이야기. 바른미래당 실험은 실패했을까. 진통 끝에 통합했던 작년 2월 13일 이후, 이미 다 아는 이야기지만 판도라의 상자부터 열었다.

“네가 싫었던 건 아니야. 때로는 (주어 없음)더 진보, 더 보수 같았지. 그렇지만 모든 게 엉망이었어. 6·13지방선거, 그 날의 악몽을 잊지 못해. 신(新)북풍에 졌다고도 했지. 전국 정당 득표율 추이까지 따져봤지만 허사였어. 공천 갈등도 문제였지. 28석 중 23석을 몰아줬던 호남은 간 데 없어. 정당득표율 가장 낮게 나온 것은 뼈아픈 일. 민주평화당과 분열한 건 패착 중 패착. 나란히 있으면 한국당 2중대. 보수가 볼 때는 민주당 2중대. 오해받기 십상이었지. 안철수·유승민이 안 물러났다면 어땠을까. 서둘러 내려진 간판. 순례길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독일행으로. 정치 아주 안 하겠다는 말이 아닌 건 알지?

9·2전당대회 앞두고 후끈후끈. 기득권 공천룰이다, 잡음도 없지 않았지. 강한 야당론부터 7공화국까지. 근데 되고 나서 단식이라니. 지켜는 보지만 이건 아니지. 4·3재보선 창원성산도 낮은 득표율. PK(부산경남) 너마저. 정치란 지지를 받지 못하면 끝난 생명. 책임지라는 말에 응수한 ‘퇴진 명분 부족해.’ 모양새는 점점 이상해져갔지. 겨우 얼마 했다고. 끌어내리려는 것은 좀 아니지 않아? 처음부터 팔짱 끼고 봤으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버티는 장사 앞에서는 못 당하는 법.

징계 철회해야. 조국보다 더 하잖아? 사돈 남 말. 검은 세력이 누군데? 가만 있어봐. 호남 정치인들이 우리 편 들지 몰라. 근데 안 되겠더라. 한국당과 통합하면 어떡해? 그래, 그만하자. 그냥 자랑스러운 보수 만들래. 장렬히 전사할 각오 돼있어. 그럼 그러든가. 바른미래당의 바른 좀 떼어가 줄래? 아니야, 쩜쩜쩜…. 건투를 빌게. 살아서 보자. 그나저나 우리는. 안철수는 언제 와?”

이상은 바른미래당 내 혹은 관계있던 이들의 발언들을 모아 ‘누가 누군지 모르게 속마음’ 버전의 자조적 패러디 형식으로 재구성해본 것이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박주선·주승용·김관영·임재훈·유승민·정병국·하태경·오신환·이태규·이동섭·이언주 의원, 장진영·이준석·김철근·장성철 당내 인사 등의 발언이 담겼다. 작년과 올해 본지와의 인터뷰, 혹은 취재 과정 중 들은 얘기가 주이지만 두세 개는 페이스북 아니면 공식석상 발언 등을 통해 얻은 것들도 있다.
 

바른미래당이 통합한 지 2년이 채 안 돼 분당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통합과 연대, 분열의 양상이 전개될지 궁금해지고 있다.ⓒ시사오늘 김유종
바른미래당이 통합한 지 2년이 채 안 돼 분당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통합과 연대, 분열의 양상이 전개될지 궁금해지고 있다.ⓒ시사오늘 김유종

째깍째깍. 분당이 임박해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마무리되는 대로 바른정당계는 새보수당 호의 깃발을 들 예정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3지대 한 축을 개편할 남은 이들도 지난 과거의 흔적을 지우듯 서둘러 당명 개정을 할는지 모르겠다.이런 일련의 과정은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해방 직후에도 신생정당은 50여 개부터 100여 개까지 우후죽순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별이 생성되고 소멸하듯 한국 정당사가 이룬 계보는 일정한 흐름대로 움직여 왔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당 정치사>의 저자(심지연 경남대 교수)가 읽어낸 패턴에 빗대면 한국 정치는 이승만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위기와 통합, 그리고 분열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전두환 정권 때를 예로 들면 YS·DJ(김영삼·김대중) 연합의 민추협부터 신민당으로의 통합과 성공, 통일민주당으로의 분열, 평민당으로의 재분열 등을 거쳤다. 문민정부 하의 15대 총선에서는 야권이 분열되면서 패했고, 그 학습효과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모색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견해다. 아이러니하지만 통합 덕을 봤다는 노무현 정부와 여당은 백년 정당을 자처하며 통합을 더욱 역설했지만 노선을 강조한 나머지 분열을 자초해 여당의 간판까지 내려야 했다는 게 심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렇듯 위기를 통합으로 극복한 쪽은 성공을, 분열로 이어진 쪽은 실패를 겪었다. 만고의 진리 같은 이 법칙은 우리 정당사에서 비껴간 적 없이 되풀이돼왔다는 진단이었다.

바른미래당 역시 통합과 분열의 한국 정당 정치사를 집약적으로 축소한 지구본과도 같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영호남 통합과 좌우·중도 이념을 뿌리로 하는 정치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은 망국의 지역주의와 이질적 정서의 갭을 넘어서려 했다는 점에서 우리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봐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쪽의 주도권에 의한 흡수 통합 방식이 아닌 상호 대등한 협상에 의한 통합의 결실 역시 역대 정당사에서 보기 어려운 특기할만한 실험이었다. 2년도 채 안 돼 분당으로 접어들었지만 중립적 균형의 가장 어려운 지점들을 시도했기에 과정상 불거진 사건마다 갖는 무게감과 응집된 에너지, 축적된 학습효과는 고속성장처럼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실험과 실패 중 진전된 의미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최근 대화에서 “영호남과 수도권 지역 기반 표심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의 선거에 의한 선거를 위해 헤어진 것은 실패로 남았지만 정체성이나 가치가 달라 분열된 것이 아님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선거에 의한 지형적 한계를 확인한 만큼 향후 권력 구조 개편을 통해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가 남은 과제로 남겨졌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우종혁 서울시당 대학생위원장도 인터뷰(10월)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대한민국에서 충분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본다”며 “비록 양당 체계로 인해 혁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탄생만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통화에서 “3지대 연대와 연합을 모색한 처음의 취지로 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면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내분이 끊이지 않아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고 일갈했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 또한 “상당히 합리적 노선으로 출발했다”면서도 “정치는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바른미래당 실험은 실패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주사위는 어쨌거나 던져졌다. 살아남지 못하면 증명될 수 없는 정치적 숙명 상 분당 이후 양 진영은 2020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식 여하에 따라 통합 내지는 연대 혹은 분열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대항마가 되지 못하면 소멸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 속 촉박한 여정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은 뭘까.  정 평론가는 이에 “죽어도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5·16 쿠데타 찬성 서명의 무력 앞에서도 ‘내 손가락을 잘라 서명하기 전까지는 어림없다’며 저항한 YS처럼 정치란 결국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명분을 지킬 때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쓰게 되는 것이다.” 즉 “어렵지만 그 길만이 한국의 정치판을 바꾸는 가장 단순한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얘기였다.

제3지대의 획기적 판을 구상 중인 문병호 전 의원은 얼마 전 만남에서 “87체제의 종언을 바라는 국민 염원으로 볼 때 내년 총선은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삼국지와 춘추전국시대 정국과 같은 역동적 정계개편의 장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떻게 판을 꿰느냐에 따라 제2의 신민당과 같은 돌풍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점층적이면서도 확장적 통합의 길을 여는데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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