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정치 명가(名家)인가, 지역구 세습일까
[주간필담] 정치 명가(名家)인가, 지역구 세습일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2.28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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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아들 논란으로 살펴보는 ‘정치가족’들
유권자의 선택·능력과 실적만이 논란 넘는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역구 세습' 논란에 직면했다. 다만 이러한 대를 이은 정치 도전이 정치명가가 되느냐, 세습이 되느냐는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 혹은 편법적인 사태가 아닌 이상 공은 당원들, 혹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역대급 혼란을 거듭하는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의 성토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에서 극한대치가 벌어지면 국회의장이 야당의 비난 대상이 되는 일은 왕왕 있어왔다. 당장 전임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 때만 해도 이정현 새누리당 당시 대표가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며 '사퇴 단식'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 의장이 비판받는 핵심 이유가 화제다.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 논란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3일 '아빠 찬스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문 의장을 성토했다. 중립을 지켜야할 문 의장이 아들에게 지역구 의원직을 물려주기 위해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시각차가 존재한다. 국내외에 2세, 3세 정치인들이 즐비하고 때론 '정치 명가'라는 추앙을 받기도 한다. 정치 명가와 지역구 세습, 그 차이를 가르는 기준은 대체 뭘까.

지역구를 사실상 물려받은 사례는 당장 문 의장을 비판중인 한국당 현역 중에도 상당수 있다. 김세연 의원은 아버지 김진재 전 의원의 지역구에서 출마해 3선 하며 부자(父子)가 합쳐 부산 금정구에서만 8선했다.

지역구가 변동 등으로 현재는 다소 지역적 차이는 있지만, 한국당 정진석(아버지 정석모), 장제원(아버지 장성만), 정우택(아버지 정운갑) 의원이나 새로운보수당 유승민(아버지 유수호) 의원도 아버지의 지역구, 혹은 그 인근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2세 정치인들이다. 아버지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역은 아니지만 정일형 전 의원, 정대철 전 의원, 정호준 전 의원 3대의 경우 이어지는 서울중구에서 도합 14선에 달하는 지역구 터줏대감으로 유명하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열린 재보선에 나가 당선된 뒤 내리 그 지역구에서만 5선하기도 했다.

해외에도 이러한 '정치 가족'들은 많다. 미국의 부시, 케네디, 애덤스 등 많은 정치인들을 배출한 가문을 미국은 '정치 명가(Political Dynasty)라고 추켜세운다. 브루스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정치명가의 기준으로 승계성(successsion), 혈연성(family), 영향력(power) 등을 선정해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일본은 아예 세습 정치를 자신들의 정치 문화로 내세운다. 일본 중의원 기준, 약 20%가 부모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직접적으로 지역구를 물려받지는 않았지만 3대 째 정치인이다.

이들 2대, 3대 정치인들도 때로는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을 일각서 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故 노회찬 전 의원은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선거는 4심 재판과도 같다"며 정치인에게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명분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 이후 정치력이나 실적을 보여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남 전 지사의 경우 처음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던 당시엔 '오렌지족 정치인'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 그는 경기도지사를 지내는 중진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지금에 와서는 아버지보다 정치적으로는 더 큰 중량감을 가지게 됐다.

결국은 정치명가냐, 세습이냐를 가름하는 것은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 혹은 편법적인 사태가 아닌 이상 공은 당원들, 혹은 유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실제 문 의장의 지역구에서도 '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못나가게 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시민은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문희상이니 유리한 것은 있겠지만 대신 불리한 점도 있을 것"이라며 "불법적으로 (지역구를)물려주는게 아니면 선거에 나오는 건 본인 자유가 아니냐"고 말했다.

문석균 위원장은 12일 "(지역구 세습 비판은) 피하지 않겠다. 내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며 "당내 경선에서 평가받을 것이고,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새로운 정치명가의 탄생인가, 아니면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과 함께 부자(父子)가 함께 불명예를 얻게 될까. 결국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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