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상태로 해 넘긴 보수…한국당 극우화·영남패권론이 통합 걸림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2019년은 정치권 시련의 한 해였다. 극한 대립을 벌였지만 뚜렷한 승자는 없었다. 그 중에서도 진보진영의 도덕적 몰락과 보수진영의 사분오열이 눈에 띄었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 격언과 정 반대인 모양새다. <시사오늘>이 지난 한 해 정치권의 핵심 이슈를 살펴봤다.
도덕붕괴 범진보 진영, 조국 사태로 내리막 …‘내로남불 프레임’과 싸워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2017년, 2018년에 만큼 높지 않았고, 안희정·이재명·김경수 등 대권주자들이 이탈하거나 상처입었지만 그래도 범진보 진영은 여전히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이 우리공화당을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극우화 행보를 보이는 등, 야권의 여전한 악재 속에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40%선을 굳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 흐름을 뒤흔드는 강한 충격은 올해 하반기가 시작하자마자 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이 문제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부터 인사문제 등으로 공격받던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9일 개각에서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러나 이후 조 전 장관은 본인 및 가족들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결국 지난 10월 14일 임명 35일만에 사퇴했다.
그 과정에서의 후폭풍은 컸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여론이 나뉘며 대규모 시위대가 참가한 집회가 각각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렸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중도층이 범여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을 연일 경신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범진보 진영 전체의 도덕성 추락이었다. 2012년 총선 통합진보당 공천사태 등, 진보의 도덕적 우위가 흔들리는 사건은 여러 번 있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실 당직자가 지난 달 말 기자와 만나 토로했던 내용이다.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진보진영에 대한 도덕적인 기대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야죠. 문재인 정부 전까지 우리가 싸워야 할 프레임은 '무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로남불'이라는 새로운 프레임과 싸워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훨씬 많지만, 의심의 시선이 많아진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봅니다."
조 전 장관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 구속 등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이 때문에 문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9일 칼럼에서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들이 돌아서고, 공직사회가 돌아서고, 검찰이 돌아서면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사분오열 상태로 해 넘긴 보수…한국당 극우화·영남패권론이 통합 걸림돌
"야당 관계자 입장에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문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복(福)'이 있습니다"
한국당의 한 핵심관계자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조국 사태'를 겪고도 아직 민주당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조국 사태 직후 30%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한 상황이다. 그 배경엔 2019년 보수야권의 분열과 혼란이 자리한다.
한국당은 '황교안 체제'로 돌입한 이후에도 여전히 보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 분리돼 나간 우리공화당은 여전히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으며,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는 '새로운 보수당'을 창당했다. 연말 범여권이 선거법 등을 고리로 '4+1 공조'를 이어가는 동안, 여전히 범야권의 보수 진영은 파편화된 상태인 것이다.
올해도 보수 진영이 뭉칠 수 있는 기회는 수 차례 있었다. 분열로 힘을 쓰지 못하는 보수진영을 보다못해 몇몇 핵심 당직자, 원외 인사들 등이 수 차례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중 한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의 우경화'와 '영남패권론'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들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에는 내년에도 보수의 분열은 이어질것이라는 주장이다.
"바른미래당을 안으려면 극우 성향을 포기하면 되는건데 (황 대표가)그걸 못 합니다. 그리고 영남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하는데 그것도 안 됩니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오히려 비난을 받았어요. 2019년의 (보수) 통합 실패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2020년에도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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