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처’와 ‘쳐’는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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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처’와 ‘쳐’는 구별해야 한다
  • 김웅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1.0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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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논설위원)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자소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틀린 맞춤법은 ‘뒤처지다’로 나타났다. ⓒ인터넷커뮤니티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자소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틀린 맞춤법은 ‘뒤처지다’로 나타났다. ⓒ인터넷커뮤니티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074명을 대상으로 ‘자소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양자택일 문제로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이 틀린 맞춤법은 ‘뒤처지다’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외형이나 경쟁력에서 일본·중국에 뒤쳐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문에 쓰인 ‘뒤쳐지는’은 잘못된 표기로 ‘뒤처지는’으로 적어야 올바르게 됩니다. ‘어떤 수준이나 대열에 들지 못하고 뒤로 처지거나 남게 되다’란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뒤처지다’가 표준말입니다.  

‘뒤쳐지다’는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지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화투짝이 뒤쳐지다”나 “바람에 현수막이 뒤쳐지다” 따위로 쓰입니다. ‘뒤처지다’는 따라가지 못하고 뒤로 처져 남는다는 데, ‘뒤쳐지다’는 무엇이 뒤집힌다는 데 의미의 강조점이 있습니다.

기사를 포함해 일상적인 글이나 입말에서 ‘뒤쳐지다’를 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화투짝이 뒤쳐졌다”처럼 말하기보다는 “화투짝이 뒤집혔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죠.

인터넷 블로그에서 단어를 검색해 보면, ‘처들어가다, 처들어오다’로 적은 예가 ‘쳐들어가다, 쳐들어오다’보다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들은 잘못 표기한 경우입니다. ‘마음 같아선 처들어가고 싶었죠.’(X) ‘우리 집에 외계인이 처들어왔어요.’(X) ‘처먹다, 처박다’ 등 함부로 하는 행동의 동사들과 뜻이 통하는 느낌도 있어서 예문처럼 ‘처들어가다, 처들어오다’로 잘못 적는 것으로 보입니다. 

‘쳐, 처’는 모두 [처]로 발음되어 말소리로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쳐들어가다’의 경우 ‘쳐’로 적는 것은 ‘치다’와 ‘들어가다’가 결합한 말로 ‘치어(치-+어)’가 ‘쳐’로 줄어든 것입니다. ‘이기어, 다니어, 그치어’의 준말을 ‘이겨, 다녀, 그쳐’로 적는 것과 같습니다.

‘쳐부수다, 쳐다보다’도 ‘처’로 잘못 적는 일이 많습니다. ‘쳐부수다’는 ‘치어’의 준말 ‘쳐’로 써야 하고, ‘쳐다보다’ 역시 ‘치어다보다’의 준말로서 ‘쳐’로 적습니다. ‘쳐, 처’는 발음으로 구별되지 않으므로 어법으로 구별해 써야 합니다. 

*참고: 허철구 <공부도 인생도 국어에 답이 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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