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돌고 돌아 ‘보수통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새해 첫날부터 보수통합론을 꺼내들었다. 황 대표는 1일 당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통합”이라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통합의 큰 문을 활짝 열고 통합의 열차를 출발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었던 보수통합론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보수통합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유 의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신년하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서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원칙 위에서 한국당이 동참하겠다면 대화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도 했다. 차기 총선이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통합에도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보수통합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정치권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어떻게든 통합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한 갈래다. 과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몸담았던 노정객(老政客)은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보수통합은 무조건 된다”고 장담했다.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이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는 출마조차 못한다. 당권이야 어떻게 되든, 총선은 이기고 봐야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 지지율은 30%를 못 벗어난다. 보수 결집을 통한 지지율은 30%가 한계라는 뜻이다. 그러면 황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밖에 없다. 보수통합이다.”
반면 보수통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찮다. 황 대표와 유 의원 모두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오히려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대권 욕심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통합이 안 된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라는 주홍글씨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태극기부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큰 정치인이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지지 기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뭉치려면 한 사람이, 아니면 두 사람 전부 욕심을 내려놓고 통합에 올인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 대권 욕심이 큰 정치인들이다. 그러면 뭉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밟고 올라서는 정치를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자기가 불리할 것 같으면 판을 깨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할 거다. 황 대표나 유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한, 보수통합은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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