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이번엔 선택받을까?”…소환되는 풍수와 역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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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이번엔 선택받을까?”…소환되는 풍수와 역술인
  • 김웅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1.0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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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논설위원)

명당을 찾는 것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유별나다. 선거를 앞두고 당락이나 운세에 대한 역술인의 조언을 신뢰한다. 대권 후보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조상의 음덕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물이 선택되기를 기원해 본다. ⓒ 인터넷커뮤니티
명당을 찾는 것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유별나다. 선거를 앞두고 당락이나 운세에 대한 역술인의 조언을 신뢰한다. 대권 후보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조상의 음덕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물이 선택되기를 기원해 본다. ⓒ 인터넷커뮤니티

몇 달 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전직 대통령 묘소에서 ‘쇠말뚝’ 수십 개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음택(陰宅)의 지기(地氣)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묏자리나 관에 쇠못을 쓰지 않는데, 그것도 현충원이 관리하는 전직 국가원수 묘소에 수십 개의 쇠말뚝이 박혔다는 사실은 ‘쇠말뚝 변괴’로 확산됐다. 무슨 이유로 수십 개의 쇠말뚝이 박혀 있는지는 모르나 불손한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상의 음덕이 후대에 미치지 못하도록 기를 끊는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대입 정시모집 전형이 진행 중인 이즈음, 아주 핫한 건 소원 명당 투어다. 지난 연말에 기업마다 승진과 인사이동까지 있었으니 영험(?)하다는 명당은 그야말로 줄서 기다리는 게 기본이었다. 소원 명당을 찾아 간절함을 비는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절박할까.

입시와 정치 시즌이 되면 동양철학관이 붐비고 역술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하고 족집게처럼 콕 집어내는 역술인은 없을까? 대원군한테 “어린 명복(고종의 아명)이가 왕재이니 부디 때를 기다려 근신하라”고 알려주었다는 박유붕이나 일찍이 6·25를 내다보고 일가권속 300여 명을 미리 안면도로 피신시켜 재난을 면하게 했다는 이달 선생. “일본은 영토 3분의 1이 가라앉는다”라고 예언한 탄허 스님 같은 분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풍경이 있다.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회사가 자율경영을 하면서 사장의 권한이 강화됐다. 회사는 국내외 공사를 다수 수주하면서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연말엔 지기(地氣)를 보는 풍수를 불러 사장실 공간 배치를 새롭게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임원 몇 명도 풍수의 조언에 따라 사무실 책상 배치를 새롭게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회사에 오래 남아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일을 진행했을 법하다. 

기업인들의 풍수에 대한 사랑은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된다. 좋은 터를 찾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말도 있다.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고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 회장들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건물을 지을 때 역술이나 풍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역술 애호가로 꼽힌다. 신입사원 면접 때 역술인을 옆자리에 두고 관상을 보게 했다는 건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일화다. 그는 직원을 뽑는 데 재능뿐 아니라 용모, 말씨, 걸음걸이 등 외모나 태도를 상당히 중시했다고 한다.

SK 본사 건물에는 특이한 것이 있다. 건물 네 모퉁이에 문양이 새겨져 있고, 건물 정면 앞에는 여덟 개의 점이 박힌 검은 돌이 있다. 네 모퉁이의 문양은 거북의 발이고, 정면의 검은 돌은 거북의 머리다. SK 빌딩은 그 자체가 거대한 거북인 것이다. 불 기운을 누르기 위해 ‘물’을 상징하는 거북을 집어넣었다는 설이 있다.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SK 빌딩에 전통 풍수가 숨겨져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명당을 찾는 것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유별나다. 선거를 앞두고 당락이나 운세에 대한 역술인의 조언을 신뢰한다. 대권 후보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자나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선 후보나 정치 지망생들이 여의도 어느 빌딩에 선거본부를 차리느냐는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기도 한다. 후보들이 사무실 위치나 방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고 건물 얻기에 심혈을 쏟는 걸 볼 수 있다. 어떤 대선 후보는 조상의 묘나 주거지를 명당으로 알려진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조상의 음덕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물이 선택되기를 기원해 본다. 불공정과 편법, 탈법으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국회에 둥지를 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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