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중진 험지 출마 요구…현실성 있나?
황교안의 중진 험지 출마 요구…현실성 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1.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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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시간 부족하고 전략적으로도 무리라는 관측…“현실화 어려워” 비관론 많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폭탄선언’이 보수 진영을 흔들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황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폭탄선언’이 보수 진영을 흔들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황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폭탄선언’이 보수 진영을 흔들어놓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이 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우리가 뭉치면 이긴다”며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에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던 수도권 험지 출마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문제는 다음 대목이었다. 황 대표는 “저부터 험지로 가겠다. 우리 당의 뜻있는 모든 의원, 모든 동지가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면서 “우리 당에 중진 의원들 계시는데, 중진 의원들께서도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신뿐만 아니라, 당의 중진 의원들도 수도권의 여권 우세 지역에 출마하라는 요구였다.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당장 홍준표 전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당 1년도 안 된 사람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느냐”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당내 일부에서는 ‘정치 아마추어인 황 대표가 사고를 쳤다’는 말까지 나왔다.

총선까지 100일여…“물리적 시간 부족”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발언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6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선거라는 게 (선거일) 두세 달 전에 가서 ‘표 주십시오’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몇 년 전부터 지역구에 가서 밭을 갈아놔야 (표) 수확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은 소위 ‘지역구 관리’라는 과정을 거친다. 원외 정치인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권자들을 만나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지역민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서울 광진을 출마를 준비하는 그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집을 자양동으로 옮기고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현역 의원들은 ‘민원의 날’과 같은 행사를 열어 지역민들과 소통하거나, 현안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총선 준비를 해나간다.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의 경우 매일 같이 지역주민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지역구 당원 생일에는 생일축하 메시지도 보내는 등 지역구 관리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 온 경쟁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진 의원들에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지역구를 옮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몇몇 중진 의원들도 황 대표의 요구에 대해 “중진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 역시 “여당에서야 청와대로 부르든 장관 타이틀 달아서 지명도를 높이든 해서 지역구에 꽂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야당에서는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대선 주자급이 아닌 이상 100일 전에 지역구를 바꿔서 당선되는 건 불가능하다”며 “중진들의 험지 차출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한 지역구 없어…“누가 가야 하나”

선거 전략상으로도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는 ‘무리수’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여론조사상으로 한국당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이는 지역이 TK(대구·경북) 정도에 불과한 지금, 지역구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다선 의원들을 수도권 험지로 차출하는 것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1월 3일까지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지지율은 32.1%로 더불어민주당에 9.7%포인트 뒤졌다. 무엇보다도 지역별 조사에서 한국당이 10%포인트 이상 앞서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대구·경북(51.0% vs 3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한국당 우세 지역이었던 강원(36.2% vs 35.3%)과 부산·울산·경남(41.1% vs 34.2%)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이 ‘격전지’가 돼버린 상황에서, 다른 지역 중진 의원들을 수도권에 투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큰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그나마 우세 지역으로 평가 받는 TK의 경우, 현역 의원 대다수가 초·재선급이다. 황 대표의 ‘수도권 험지 차출 요구’ 대상이 되는 중진급 의원은 4선의 주호영 의원, 3선의 김광림·강석호·김재원 의원 정도에 불과하다. 수적으로도 적은 데다, 수도권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만한 대선 주자급은 눈에 띄지 않는다.

PK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도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 때 부산 영도구에서 김무성 의원이 겨우 15% 이겼다. 지역구 관리 잘하기로 유명한 김정훈 의원도 부산 남구에서 2500표 이겼다”며 “심지어 이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터지기도 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 이후로 민심은 돌아섰고 지지율도 더 떨어졌는데, 여기서 정치 신인들이 지지율 50% 대통령이 있는 여당 후보를 어떻게 이기겠나”라며 “중진 의원이라는 건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지역구 관리를 잘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자기가 제일 잘 다루는 무기를 버리고 전쟁에 나가는 장수가 어디 있나”라고 황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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