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반도건설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여론은 비우호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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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반도건설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여론은 비우호적, 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1.13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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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에서도 최선 아닌 차악 찾는 안타까운 현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반도그룹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다 ⓒ 반도건설 CI
반도그룹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다 ⓒ 반도건설 CI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로 널리 알려진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진칼은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이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대호개발은 '향후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이사회 정관 변경 등 주주로서 관련 행위들을 적법한 절차·방법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들의 경영권 분쟁에 반도건설이 적극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는 당초 입장과 전혀 다른 행보입니다.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은 불과 수일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건 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한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식 보유목적 변경으로 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습니다. 현재 반도건설 계열사·관계사들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한영개발 3.82%, 대호개발 3.62%, 반도개발 0.85% 등 총 8.28%에 이르는데요.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은 28.94%, 강성부펀드(KCGI)의 지분은 17.14%, 반도건설과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이탈자가 힘을 합친다면 단숨에 그룹 주인이 바뀌게 되는 구도입니다.

그러나 반도건설의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대체로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나 SNS를 살펴보면 이번 사안 관련 기사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 '본업이나 잘하라'입니다. 이는 최근 반도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입주민·입주예정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확보를 위해 활용한 한영개발, 대호개발 등은 모두 한때 논란에 휩싸였던 회사들입니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반도건설과 중흥건설, 호반건설, 제일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시공능력이 없는 계열사(시행사)를 만들어 입찰·추첨에 참여시킨 뒤 당첨되면 본사에 수익을 몰아주는 편법으로 수조 원을 챙겼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공시를 살펴보면 한영개발, 대호개발은 2018년 외주비 명목으로 각각 972억2611만 원, 1051억5426만 원의 매출을 반도건설에 안겨줬습니다.

경실련의 발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몇몇 건설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국회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등 보는 눈이 많아지면서 이런 계열사들의 존재 의미는 퇴색됐습니다.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지요. 반도건설 입장에서는 이들 회사를 단순히 정리하는 것보다는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는 일에라도 사용하는 게 낫겠지요. 아울러, 반도건설이 화인개발, 한길개발, 대영개발 등 최근 실적이 있는 계열사들을 이용해 앞으로 한진칼 지분을 더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반도건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반도그룹의 지주사 격인 반도홀딩스의 지분 구조(2018년 기준)는 권홍사 회장 69.61%, 권 회장의 장남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 30.06%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반도그룹 경영권 승계와 한진칼 경영참여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건 강성부펀드의 존재입니다. 강성부펀드는 2015년 요진건설산업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성공적으로 도운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반도건설의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여론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건 단언컨대 반도건설이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닐 겁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갑질과 무능력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한진그룹 오너일가보다는 '그나마' 낫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깔려있을 겁니다. 최선과 차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차악을 택하는 경우는 주로 정치권에서 목격돼 왔는데요. '그 나물에 그 밥' 때문에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피로감이 극에 달한 요즘, 이 같은 경향이 경제계로까지 확산되는 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고 우려가 됩니다. 모쪼록 반도건설의 한진칼 경영참여 이후 펼쳐질 일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향으로 흘러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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