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노동 개혁 신호탄?…직무급제가 뭐기에
[친절한 뉴스] 노동 개혁 신호탄?…직무급제가 뭐기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1.14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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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직무에 돈 더 주고 같은 직무엔 같은 임금…호봉제 바뀔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부가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뉴시스
정부가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뉴시스

‘노동 개혁 신호탄…호봉제→직무급제 전환 매뉴얼 나왔다’ (중앙일보)
‘고용부, 호봉제→직무급제 임금개편 착수…노동계 거센 반발’ (조선일보)

정부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이러자 언론은 일제히 직무급제로의 전환이 노동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분석했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대체 직무급제가 뭐기에 노동 개혁의 신호탄이 된다는 거지? 노동계는 왜 반발한다는 거야?’

한마디로 말해서, 직무급제는 ‘직무의 가치에 맞게 임금을 주겠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임금 체계는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급제인데요. 연공급제는 근속연수가 임금 결정의 주된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자동적으로 연봉이 올라가는 임금 체계죠.

반면 직무급제는 중요도가 높거나, 어렵거나, 큰 책임이 동반되는 직무에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직무를 평가한 다음, 어렵거나, 중요하거나,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직무 담당자에게는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직무 담당자에게는 적은 임금을 주는 거죠.

직무급제 하에서는 회사가 평가한 직무의 중요성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차등화된다. ⓒ고용노동부
직무급제 하에서는 회사가 평가한 직무의 중요성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차등화된다. ⓒ고용노동부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 회계직무 1, 2와 전산직무 1, 2, 총무직무 1, 2 총 여섯 개의 직무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사가 각각의 직무를 평가해봤더니, 회계직무 1과 전산직무 1은 회사에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었고, 회계직무 2와 총무직무 1은 난도가 높지만 중요성은 떨어지는 일, 전산직무 2는 별로 어렵지도 않고 중요성도 낮은 일, 총무직무 2는 누가 해도 별 차이가 없는 일이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회사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회계직무 1과 전산직무 1을 1등급, 회계직무 2와 총무직무 1을 2등급, 전산직무 2를 3등급, 총무직무 2를 4등급으로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1등급 직무에는 연봉 6000만 원, 2등급 직무에는 연봉 5000만 원, 3등급 직무에는 연봉 4000만 원, 4등급 직무에는 연봉 3000만 원씩을 배정합니다. 그러니까 각 자리마다 ‘자릿값’을 매기는 셈이죠.

이렇게 되면 동시에 입사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어떤 직무를 맡느냐에 따라 연봉 차이가 확 벌어집니다. 동기라도 전산직무 1을 맡은 직원은 6000만 원을 받지만, 총무직무 2를 담당하는 직원은 3000만 원을 받게 되니까요. 심지어 선배라고 해도 4등급 직무를 맡으면, 더 높은 등급을 담당하는 후배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근속연수가 높을수록 많은 임금을 받던 구조가 깨지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임금 체계가 확립되는 거죠.

이 같은 직무급제는 연공급제에 비해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연봉이 높아지지 않으므로, 더 가치가 높은 직무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신이 현실화돼 공정성이 제고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줄어들어 청년 고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무급제 도입이 ‘노동 개혁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죠.

물론 직무급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해지는 현실 속에서, 연공급제가 무너지는 것은 사회적 불안을 촉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관계중심적인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후배가 선배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 기업의 안정성을 해칠 공산도 크죠. 어떤 직무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해, 기업 구성원들의 불만을 촉발할 수도 있습니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지금, 과거 고도성장 시기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던 연공급제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번 직무급제 논란은, 언젠가는 필요한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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