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檢·與 갈등과 검찰개혁 향방(向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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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檢·與 갈등과 검찰개혁 향방(向方)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1.1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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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간 충돌에 국민 불안감
대폭 물갈이 인사…절차ㆍ내용 비판론
검찰 장악 및 정치 중립성 훼손 논란
개혁 입법 매듭…정교한 보완 중요
직제개편과 인사로 '윤석열팀' 분해
檢인사 후폭풍 … ‘靑 수사’ 완결돼야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는 법치 훼손
개혁 정당성 난관, 正道수사 관철을
형사사법체계 조기 정착 힘쏟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공수처 법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청와대를 수사 중인 검찰과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뉴시스
공수처 법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청와대를 수사 중인 검찰과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뉴시스

 

檢·與 갈등과 '검찰 개혁' 후폭풍이 거세다.

현 정권이 검찰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한 보복 인사, 검찰 길들이기 조치라는 비판이 높다. 급기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쟁(政爭)의 객체로 떠올랐고, 국론(國論)까지 둘로 나뉘었다. 광화문에서는 윤 총장 진퇴를 놓고 치열한 장외 집회전이 벌어졌다. 지난해 온 나라를 헤집고 갈라놓은 ‘조국 사태’가 다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개혁 입법도 큰 반향이 예고된다. 형사사법체제의 근본 틀을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만 없앤 게 아니라 수사종결권까지 경찰에 줬다.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검찰의 수사·기소·영장 청구 독점권이 무너진 것은 1962년 개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이 국회에서 완료된 것은 기존의 수사 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가질 정도로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쟁점은 이미 국회로 불똥이 옮겨붙은 형국이다.

후유증 불가피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및 여당 등 여권과 검찰 간 갈등도 도를 넘은 듯하다.

이번 인사 파동으로 인해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순수성은 훼손됐다. 개혁의 명분과 정당성도 상당 부분 손상이 불가피하다. 정권과 검찰이 이렇게 각을 세운 것도, 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책임자들이 일거에 교체된 것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다.

윤 검찰총장은 ‘필마단기’로 맞서는 형국이 됐다. 검찰 내부에서 아직 별다른 동요는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인사를 둘러싼 후유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여권이 전방위로 검찰을 압박하자,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끝장대결’ 의지를 불태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압수수색까지 거부했다. 박근혜 청와대도 ‘국정농단’ 수사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지 않았다. 청와대라 할지라도 영장 집행 거부는 국가 공권력과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다.

수사 차질 가능성

이번 검찰 인사는 청와대의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윤 검찰총장 참모진에 대한 좌천 인사로, 수사 방해, 보복 인사 논란을 확산시켰다.

큰 사건을 수사할 때는 인사에서 수사 지휘라인을 제외하는 관례마저 뒤집었다.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가로막는 사법 방해는 미국 대통령 탄핵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특검을 해임한 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중도 사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FBI 국장을 해임한 일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윤석열 수사 라인'을 사실상 '학살'한, 이번 검찰 인사 파동의 본질도 이 두 사안과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역시 친문(親文)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범죄 수사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는 점이다. 단 한 명 예외 없이 좌천됐다. 이들 수사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석열 수사 라인 지휘부가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검찰 수사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석열 수사 라인 지휘부가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검찰 수사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뉴시스

 

인사 파동, 진영 논리의 결과물

진영 논리는 맹목적인 충성과 추종만을 요구한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성찰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번 '검찰 인사' 파동은 전형적인 진영 논리의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유야 어떻든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무력화시킨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우려할 만하다.

인사 절차와 내용면에서도 부정적인 측면들이 부각되고 있다. 법적 형식에서도 정당성을 결여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껏 이뤄져 온 정권 주변의 여러 의혹관련 수사들이 자칫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 논란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앞으로 진행될 검찰 중간 간부와 평검사 인사다. 설 이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실무 핵심 중간간부들 인사에서도 보복성 성격이 짙은 ‘물갈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을 대상으로 한 후속 인사에서 기존 수사팀이 완전히 해체된다면 일련의 인적쇄신 의도를 '살아있는 권력 수사 제동'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수사라인 공중분해'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과 검찰의 갈등이 여론전 양상으로 가선 안된다. 수사는 수사대로, 검찰개혁은 그것대로 진행돼야 한다.
더욱이,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는 것 못지 않게 검찰 개혁의 중요한 과제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법언은 정파와 이념에 관계없이 언제나 적용되는 교훈이다.

공정수사 통해 국민신뢰 찾아야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수사 라인을 날리면서 내건 명분이 '검찰 개혁'이다. 그러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파헤치도록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일 것이다.

검찰에 대한 이른바 '민주적 통제'가 여권에 대한 수사 차단용이어서는 안 된다. 인사권을 남용해 검찰을 여권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재편하는 게 검찰 개혁일 수는 없다.

검찰개혁의 중요성은 내용과 절차가 순리대로 진행될때 얘기다. 그래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과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권력에 굴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출발점이라고 해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과 여권의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검찰 내에서 벌어질 일들이다. 최근 문 정부의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은 모두 '검찰권 절제' 방향을 가리켰다. 그렇다고, 이미 수사중인 사건을 무작정 덮어버릴 수는 없다.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적폐청산 때는 피의자 신분의 전직 장군과 검사·변호사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문 대통령은 “수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당시 검찰 개혁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윤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도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 정권을 겨냥한 적폐 수사를 지휘할 때는 대통령을 비롯해 이 정권의 누구도 검찰권 절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검찰권의 절제를 강조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청와대를 향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절제된 수사를 외치는 이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향후 파장이 심상치않다. 누가 봐도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듯한 움직임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수사진을 전면 교체한 추 법무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검찰개혁 차원의 인사라고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검찰 장악 기도’로 비친다.

검찰 개혁 요구 못지않게 청와대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인사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논란을 중폭시키고 있다.

윤 총장으로서는 팔다리를 모두 잘린 셈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미국에서는 수사 중 인사발령 자체를 사법방해로 보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지휘부를 전격 교체한, 이번 '수사 방해'는 향후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권은 검찰을 향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고,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범여권과 윤 총장의 갈등이 확산일로를 걸은 끝에 이런 극단적 형태로 귀결된 것이다. 극단적 갈등이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은 개혁에 대한 불만과 정치적 고려는 내려놓고 오로지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했지만 현재는 검찰권의 절제를 주문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했지만 현재는 검찰권의 절제를 주문하고 있다.ⓒ뉴시스

 

전방위적 대응 표면화

제도의 정비도 큰 현안이다. 여권은 수사권 조정과 아울러 반부패부 등 검찰의 인지(認知) 수사 부서들을 대거 폐지·축소하는 직제 개편을 발표했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전원 좌천시킨데 이어 다시는 덤비지 못하도록 제도적 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검찰 직제 개편으로 조국 전 장관,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4곳 중 2곳이 없어지고, 현 정권 인사 연루 의혹이 나온 ‘신라젠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해체된다.

공수처가 7월쯤 설치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는데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여권 실세들이 연루된 범죄의 수사를 못하도록 검찰의 손발을 잘라버리려는 의도 이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최근의 검찰 인사를 둘러싼 추 법무부 장관과 윤 검찰총장간 갈등에 대한 정부여당의 시각은 ‘엄히 다스려야 할 일’로 수렴되었고, 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법무부가 논란 속에 검사장 이상 검찰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한 것이 사실상 그 발단이다. 전격 단행된 고검장·검사장 등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윤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의 수사를 이끌어 온 지휘부가 모두 물갈이됐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담당한 핵심을 모두 제거해 검찰 내에서 이른바 ‘수요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의 핵심 측근 대부분을 지방으로 보내고, 법무부와 검찰 요직에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간부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더 나아가 윤 총장에 대해서는 ‘항명’이라는 이유를 들어 징계 방안까지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법무 장관의 '특별 지시'라며 "비(非)직제 수사 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하라"는 '명'(命)을 내렸다. 윤 총장이 새로운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수사를 계속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간 간부들도 교체 가능성

정권의 방해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분수령은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중간 간부 및 평검사 인사다.

검찰 인사는 일반적으로 고위 간부, 중간 간부, 평검사 순으로 이뤄진다.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 인사는 설 이전, 평검사 인사는 다음달 3일쯤으로 예상된다.

이 중 중간 간부는 주임검사로서 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진다. 수사의 연속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위 간부 인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여권 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해 온 중간 간부들의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무적 색채가 강한 검사장 인사와 실무자 인사는 성격이 다르다. 최소한 정권 관련 수사팀은 흔들지 말아야 한다. 중간 간부 필수 보직 기간인 1년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대폭 물갈이한다면 수사 방해라는 세간의 추측은 확증으로 기울 것이다. 그 완결판은 이번 인사로 수족이 잘린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가 될 것이다.

임기가 1년6개월 남은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사실이라면 ‘검찰총장 임기 2년’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 위반이다. 나아가 위헌 소지도 있다는 게 법학자들의 견해다. 헌법 78조에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사 과정, 윤 총장 배제 쟁점화

최근 문 정부의 검찰 인사 내용과 절차 모두의 측면에서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직권남용으로 봐야 할 정황은 많다.

우선,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검찰의 반발 등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검은 사전에 법무부가 인사안을 알려준 관례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1년 만에 하는 검찰 고위급 인사를 6개월 만에 강행하면서 검찰총장의 의견마저 배제했다.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을 것이다. 법무부가 인사 명단도 전달하지 않은 채 총장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자, 대검이 인사안부터 내놓으라고 버티면서 양측은 전례 없는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검찰청법 34조에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관과 총장이 실질적인 인사 협의를 하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서 경찰도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뉴시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서 경찰도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뉴시스

 

직제 개편도 주요 수사 방해

이런 상황 속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법 개정안까지 처리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완결됨으로써, 지난해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회 통과 이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숙원인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이 완료된 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은 졸속 처리에 따른 우려를 낳는다. 이 법은 형사사법 체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임에도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후 여야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과 경찰의 역량 강화, 업무방식 개선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검찰개혁 입법이 완성된 상황에서 우려되는 일은 추 장관 취임 이후 인사권과 조직개편 등으로 검찰의 권한을 견제한다고 하지만,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수사를 방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전국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형사•공판부로 바꾸는 직제 개편안도 기습 발표했다. 폐지 및 축소되는 부서도 대부분 현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부패수사부, 공공수사부 등 직접 수사 부서 13곳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고위 간부 인사로 윤 총장 수족을 다 잘라낸 것도 모자라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인사로 정권 관련 수사팀도 전면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직제개편 시 중간간부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를 반토막 내고, ‘청와대 하명수사’ 등을 수사해온 공공수사부를 축소한다든지, 문 정부에서 신설한 조세범죄조사부를 2년 만에 폐지하는 등은 실로 걱정스럽다. 성급한 직제 개편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수사와 공소유지 등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이제는 검찰 개혁을 정교하게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공수처의 경우 권력 감시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칫 정권 방패막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과 제도 못지않게 운용의 묘가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공수처와 검찰, 경찰 간 상호견제와 함께 이들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 또한 필수적이다.

본인들이 수사 대상

문 대통령의 인식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검찰 인사권은 법무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을 겨냥해서는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비판, 윤 총장을 '거역'으로 몰아세운 추 장관과 궤를 같이했다.

현직 대통령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던 일이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 아들들이,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형들이 각각 임기 중에 사법 처리됐다. 노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검찰이 대통령 오른팔과 최측근 참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대통령은 없었다. 오히려 "집안과 측근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한 대통령은 있었다.

법무부와 대검이 큰 마찰을 빚은 이번 인사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실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사를 주도한 추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은 정작 본인들이 검찰 수사 대상이다. 추 장관은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벌일 때 민주당 대표였다. 추 장관 측근이 송철호 시장 측과 청와대 관계자를 연결해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 장관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청와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과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각각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세 사람이 그 수사 라인을 흩트리는 인사로 수사를 방해한 셈이다.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 지휘라인을 인사조치한 것은 명백한 수사 방해다. 이러고도 검찰개혁을 말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현 정권의 비리를 덮기위해 이같은 '손발 자르기' 인사를 했다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범죄가 될 뿐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한낱 헛구호로 끝나게 된다.

절차적으로도 위법 소지

인사 내용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법무부와 검찰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장관의 검찰총장 의견 청취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일 정도로 서로 적대시하는 태도는 국민에게 답답함과 불안감을 안겼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에 윤 총장이 항명했다는 입장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무력화라는 비판 속에 일각에선 '검찰 학살'이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추 법무 장관을 직권남용, 검찰 업무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검찰 인사와 관련해 추 장관 탄핵소추안과 함께 '청와대•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방해 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절차적으로도 위법 소지가 충분하다. 총장에게 인사 내용을 알려주지도 않고 검찰인사위원회 30분 전에 법무부로 와서 ‘의견을 내라’고 통보하고, 응하지 않자 기다렸다는 듯 이 과정을 뛰어넘은 것은 불법 논란을 피하려는 수로 비칠 수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안을 가져오라 했다면 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1·8 검찰 고위직 인사안을 받지 못해 협의에 응하지 않은 윤 총장을 겨냥해 ‘항명(抗命)’했다는 추 법무부 장관의 주장을 거든 셈이다.

이번 인사는 추 장관이 제청했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한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검찰 고위간부 인사 때 “적폐수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윤 총장에게 검찰간부 인사 전권을 줬다. 그런데 불과 6개월 후 윤 총장 의견을 배제하고 대검 참모들을 모두 잘랐다. 차장 및 부장검사의 필수 보직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검찰 인사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 인사 단행은 평검사 등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평검사 인사는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검찰 인사 단행은 평검사 등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평검사 인사는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현 정권 수사 흔들려선 안 돼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여야 한다. 정부•여권과 검찰 간 극단적 갈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윤 총장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지만,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들이 제대로 될지 회의적이다.

유재수 감찰 무마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 대통령까지 직권남용 범위에 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허지만, 윤 총장 앞에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 임명된 대검찰청 간부와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업무를 시작했다. 추가 인사도 예상된다. 중요한 고비에 접어든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 울산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 수사는 물론 조국 일가 비리의 공소 유지 및 추가 수사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 정권이 연루된 사건들의 범죄 혐의가 워낙 중차대하기 때문에 어느 검사가 수사를 맡든 수사는 정상 진행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나 직제개편, 인사를 통한 압박에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윤 총장이 굴복해선 안 된다.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정도(正道) 수사를 관철해 내야 한다.

사의를 밝힌 김우현 수원고검장이 내부망에 올린 글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 고검장은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몰린 것을 두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려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국민에게는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권력과 결탁하거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상황을 이용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게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키웠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수사방해·보복인사 쟁점화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권의 남용과 편파성을 바로잡는 인사는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다수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 임면권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단서가 있고, 헌법 수호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 등 원천적 내재적 한계도 있다. 그런데 반년 전에 구성했던 검찰총장 참모진을 전원 바꿨다. 특정 지역 출신이 핵심 보직에 많이 기용된 것도 거슬린다.

최대 관심사는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서울동부지검 지휘부와 ‘윤석열 라인’인 대검 수사 지휘부의 교체 여부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비리와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무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한 간부들이 좌천됐고, 대검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다.

대검 차장을 비롯해 형사부장, 기획조정부장 등 참모들이 모두 일선 검찰청으로 발령 났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의 사령탑도 교체됐다. 이들 자리는 대부분 ‘친정부 검사’들이나 신임 검사장들이 꿰찼다.

당장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 (인사를) 안 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그렇게 말했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번 검찰 인사는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보복 인사라며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여권은 이번 인사가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강변한다. 그간 검찰의 과도한 수사·기소권 행사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면 검찰권 남용을 바로잡는 인사의 당위성은 얼마간 이해된다.

그러나, 조 전 장관 가족비리와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을 각각 부산고검 차장과 제주지검장으로 내려보낸 까닭 등은 참으로 석연치 않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각각 현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 2·3차장을 맡아 적폐 수사를 총괄해오던 사람들이다.

관련 사건을 지휘하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하긴 했지만, 수사와는 직접 관련 없는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 나 '좌천성 영전'을 한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친화적 검사들이 중용된 가운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식에 참여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친화적 검사들이 중용된 가운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식에 참여하고 있다.ⓒ뉴시스

 

검찰개혁 출발점 인사 역행

반면, 현 정부 친화적인 검사들은 핵심부로 중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핵심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게 됐다.

중요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옮기는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도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을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경희대 동문인 점은 '윤석열 사단 교체'와 사뭇 결이 다르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를 검찰 내 '빅 3'로 꼽히는 검찰국장으로 임용하려다 검찰인사위원회에 제동이 걸린 것도 상식적이지 못했다. 두 번이나 검찰을 떠난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재벌 법무팀 변호사를 지낸 인물을 경력검사 임용 절차까지 어겨가며 기용하려 했던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감정적인 조치에 뒤틀려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법무부는 통상 ‘40일 이상’으로 되어 있는 입법예고 기간을 대폭 줄여 직제 개편안을 21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한다. 설 연휴 전에 후속 인사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속도전이다. 고위직에 이어 실무 검사까지 모두 바꾸는 인사가 될 경우 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게 검찰개혁의 한 축이며, 인사는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희석시키고 수사 방해라는 오해를 더이상 키워선 안 된다.

이번 인사가 수사 무력화를 노린 것이라면 그것은 중대 사태다. 정권 보호를 위해 검찰이라는 국가 기능을 형해화한 반헌법적 폭거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증명하기란 어렵다. 심증만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검사장급 이상 공석이 5자리가 넘어 기존 라인을 유지한 채 인사를 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고, 어쨌든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검찰상을 인사를 통해 구현할 권한도 있다. 다만 수사 방해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 자체를 정부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지만 그동안 검찰 수사에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점으로 미뤄 인사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 간부 교체에 따른 정치적 부담보다 인사권 행사로 얻는 실익이 더 크다는 고려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영장집행 거부 파장

사실, 여권과 검찰의 최근 갈등은 어느쪽 할 것 없이 상식을 벗어났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둘러싼 공방이 그 대표적 사례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시장의 공약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못 받겠다'며 거부한 것이다.

청와대는 압수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나아가 “앞으로도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지 않으면 협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그러나 검찰은 “상세 목록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임의 작성한 상세 목록”이라고 재반박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아무리 청와대라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내놓고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따지고 보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반발과 곧 있을 실무진 인사 견제의 성격이 짙다.

영장 집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시해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이마저 거부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부당한 대응이자 수사 방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영장 집행을 잠시 중단했지만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청와대는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며 허용한 전례도 없다"는 청와대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관련 법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면 압수 수색 거부를 못 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게다가 현 정권 들어서도 유재수 비리 비호 수사 등 세 차례 청와대 압수 수색이 이미 이뤄졌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국민 법감정에 부합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영장집행 거부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수사동력 잃지 말아야

지금 청와대 수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인사에 깔린 속셈대로 수사를 유야무야로 마무리짓는다면 검찰 조직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간부들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수사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검사들의 직업적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윤 총장도 수사 의지를 보이고 실무급의 차장 부장 평검사도 수사 의지를 보인다면 중간에 끼어들어 온 검사장들이 어떻게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직접 반발은 자제하면서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오히려 수사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이제는, 이성과 합리를 가진 국민들이 공정한 검찰 수사를 독려하고 지지하는 일만 남았다. 수족이 잘리고 고립된 윤 총장이 수사의 동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윤 총장은 자신과 결이 확연히 다른 신임 참모들을 어떻게 리드해 나갈지 고민일게 분명하다. 윤 총장은 후임 검사들을 독려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

청와대가 개입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의 진상과 증거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돼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 후보를 매수하려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친구를 단독 전략 공천했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은 여당 후보 공약을 사실상 만들어 줬다. 정부는 야당 후보 공약은 무산시키면서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여당 후보 공약에는 예타 면제 특혜를 줬다. 경찰은 청와대 하명을 받아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는 유재수 비리 비호 사건에서도 대통령 최측근 도지사와 핵심 정치 참모들이 민정수석에게 '감찰 중단' 청탁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씨는 감찰에서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처벌은커녕 영전을 거듭했다.

정파·지위·빈부를 떠나 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똑같이 다뤄야 하는 게 검찰의 소임이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대로 추호의 흔들림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 청와대와 여당의 어떤 인물들이 개입했는지 그 면면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역시 불법적인 입김을 불어넣은 자들을 있는 그대로 가려내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권력 범죄를 수사하고, 좌천된 인사들도 와신상담의 자세로 견뎌야 한다. 검찰 조직 역시 ‘국민의 검찰’과 ‘권력의 주구(走狗)’의 기로에 섰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민들의 주권행사를 방해하고, 자유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훼손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마땅하다. 외압이 있더라도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 진정한 검찰이다. 그것이 검찰의 자존심을 지키고 국민의 검찰이 되는 길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협의체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는 폐지됐다.ⓒ뉴시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협의체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는 폐지됐다.ⓒ뉴시스

 

검·경 개혁입법 조기정착 노력을

국회의 검찰 검·경 개혁입법도 향후 검찰 진로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4+1’로 불리던 여당과 위성 야당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들이 끝내 이 법안을 밀어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입법이 완료됐다. 

수사권 조정 법안의 핵심은 경찰의 1차 수사 재량권을 크게 늘리고, 수사지휘권 폐지 등으로 검찰의 권한을 줄여 검·경을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재설정하는 것이다. 이제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는 폐지되고 경찰에 자체적으로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수사 종결권까지 주는 내용이다. 경찰이 검찰과 동등한 지위에서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질적 수사 주도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국민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아무리 가벼운 사건이라도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그동안 검찰의 수족 노릇에 그쳤던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에 사실상 견제가 힘든 전적인 수사권을 주는 것이 국민의 인권 보호와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다.

검찰과 경찰도 ‘정치 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찰권 비대화다. 당장 뇌물죄처럼 피해자가 없는 사건은 경찰수사에 대한 이의신청 당사자가 없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여지를 없앨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보경찰의 불법사찰 방지 등을 담은 경찰 개혁법 입법도 시급하다.

경찰은 권력을 추종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만큼 법령을 보완하고 관행도 고쳐야 한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산으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사기관의 권한 오남용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 세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정치·경제 권력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일도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개정안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시행에 들어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이미 통과돼 7월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주요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경찰 수사까지 지휘하던 단일 체제에서 수사권은 검찰 공수처 경찰로 분산되고 기소권마저 검찰과 공수처로 분산되는 다극 체제로 접어든다. 나라를 흔들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수사권 조정의 목적은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 수호를 위해 상호견제 및 협력하면서 권력을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검경 모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할 일은 수사기관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는 중앙집권적인 ‘10만 공룡 경찰’의 권한을 자치경찰로 분산하고, 경찰의 자질 향상과 정치적 중립 장치 마련을 전제로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당초 정부가 만든 안에도 자치경찰제 실시와 정보 경찰 축소 등 경찰 권력 분산 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필수 조치들은 모두 배제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수사종결권까지 경찰에 넘겼다.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과 관련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어 여전히 사회적 거악을 처단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조기 정착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된 경찰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과거의 악습을 끊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흡 부문 신속 보완 중요

검경 수사권 조정법은 공수처 설치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야는 검경 수사기관과 정파적 이익을 위해 싸울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 입장에서 관련 법을 면밀히 점검하고 미흡한 부문을 신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경찰의 비대화를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정청이 힘을 쏟아야 할 일은 비대해진 경찰조직을 견제하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일반경찰과 수사경찰, 정보경찰 등으로 나누고 견제해야 하는 일이다.

검찰은 왜 인적·물적 개혁 대상이 됐는지도 진지하게 반성하길 바란다. 정부와 여권도 후속 인사에서 수사팀 교체를 강행해 검찰 독립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검찰 인사를 ‘학살’로 침소봉대해서도 안 되고, 장관의 호출 요청에 응하지 않은 총장의 행태를 권위주의 용어인 ‘항명’으로 규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윤 총장은 지난 7월 25일 취임사에서 “형사 법 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이라면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선 안 된다.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이런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고 했다. 그대로만 하면 된다.

정치적 중립 확보...수사결과로 말해야

검찰 개혁을 위한 어떤 조처도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와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실행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내 편'이라 해도 잘못이 있으면 과감히 인정하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 법이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는 전문가 집단의 비판을 현 집권세력이 허투루 듣는다면 결국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검사는 결국 수사로 말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는 게 기본 역할이다. 특히 권력형 비리에는 더 엄혹해야 한다.

검찰이 오로지 법리에 따라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넘지 못할 장벽은 없다. 윤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해왔다. 검찰은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다. 

모든 국민이 돌아가는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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